포토 에세이 / 사진 / 이 완 준

내 나이 오십사발과 가장 어린 꿈

1. 내 오십 사발의 물사발에

날이 갈수록 균열이 심하다

쩍쩍 줄금이 난 데를 불안한 듯

가느다란 실핏줄이 종횡무진 짜고 있다

아직 물 한 방울 새지 않는다

물사발의 균열이 모질게도 아름답다

2. 내가 가난한 농사꾼의 아이였을 때

어린 내게는 아직 일러 농사 일도 없어서

심심찮은 밥벌이로 남의 소나 먹이다가

언덕에 풀어져 잠이 든 꿈에

하늘을 파랗게 쳐다보는 사람을 보고

쫓아와 주는 학이 있었습니다

빨그랑 햇덩이를 머리에 찍어 달고

목청 터지게 울음 울어

소 있는 내 곁에

神같이 내려앉아 주었습니다

나는 소 고삐 말아 쥔 채

다락 같은 학을 타고 하늘 높이

소를 몰아 날아올랐었지만

내 황홀했던 어린 날의 가장 어린 꿈이 되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 꿈이 그리워

숨이 가빠오른 채 이 시를 씁니다

서정춘의 시집 중에서

■이완준

당진사진동우회 회원

대우제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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