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일요일 저녁 6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거의 없었다. 어두움과 적막함 속에 ‘임대 문의’라고 써 붙인 점포들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당진의 급격한 도시 확장과 더불어 공동화 현상으로 원도심과 전통시장이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원도심에 있었던 버스터미널은 원당동으로, 군청사는 수청동에 시청사로 이전하면서 상권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시곡동과 행담도에 아울렛이 생겼고, 우두동에는 CGV 영화관이 들어서면서 원도심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더욱 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임대골목이 된 원도심

구 군청사 근처 점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상가에는 임대라고 써 붙이거나, 인적이 많은 원당동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글이 붙었다. 시민들이 원도심을 ‘임대골목’이라고 부를 정도다. 일각에서는 원도심 재생의 실패를 구 터미널에서 구 군청사 앞 상점가들의 간판 등을 정리했던 ‘원도심 좋은 간판 거리조성 사업’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원도심 명품거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바닥에 박석을 깔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걷다가 부상을 입기도 하고, 자동차가 지날 땐 소음이 더 심해 계속해서 민원이 제기돼 왔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3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아나바다 벽화거리장터를 개최하거나 원도심 로데오 페스티벌도 진행됐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종환 당진원도심상가번영회장은 “원도심은 교육·문화·경제활동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곳”이라며 “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 공원이나 청소년 문화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연령층의 발길을 잡아야 한다”면서 “시에 걸맞는 원도심 재생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점상에 점포 상인들 울상

침체는 원도심 뿐만이 아니다.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장이 설 때만 시민들이 북적인다. 오일장과 대목을 앞둔 시기를 제외하면 시장은 썰렁하다.

인근 상인들은 오일장이 잘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일장으로 인해 전통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많지만, 정작 판매되는 물품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점보다는 노점상 판매가 주로 이뤄지다보니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활기를 띄는 오일장도 전통시장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버스노선이 생기기도 했지만 오일장에는 버스가 정류장으로 향하기 어렵다. 노점상이 어지럽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전통시장 활성화가 아닌 노점상 활성화만 이뤄지고 있다며 당진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전통시장에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품목과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진 지금,  당진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품목과 서비스는 30년 전과 변한 게 없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친절하고 편리한 대형마트로 향한다. 주차 공간, 배달 서비스, 다양한 품목 등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진호 당진시장번영회장은 “소비자 성향에 맞춘 공간을 마련하고 유통시설 등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구입 물품이 많을 때에는 물건을 배송해주는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인들의 노력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해야 전통시장과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제의 당진시장상인회장도 “요즘 젊은 고객들은 다양한 품목이 있고 편리한 대형마트에서 대부분 장을 본다”며 “그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국수잔치, 온누리·당진사랑상품권 등 효과는 미약하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병석 어시장번영회장 역시 “어시장을 새로 지었지만 활성화 캠페인만으로는 반응도, 효과도 없다”며 “고객의 발길이 멈춘 어시장 내 상인들은 전부 울상”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어시장은 오일장이 열리는 경우에는 더욱 인적이 없다”며 “과거부터 상권이 서산으로 치우쳐져 있어 당진에서 더 싸게 파는 물품이 있을지라도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서산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역을 나타내는 ‘문화’ 필요

원도심에는 지역의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전통시장에서는 상인들의 인심과 정 그리고 고향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즉, 원도심과 전통시장은 지역주민들의 문화와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다.

두 장소를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문화적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연령층, 성별에 관계없이 그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편명희 당진시의회 부의장은 “원도심에는 당진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당진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며 “원도심 재생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원도심·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언

김진호 당진시장번영회장

“상인·소비자·지자체 각각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당진시장에 맞는 옷을 입어야 소비자의 발길을 끌 수 있다. 또한 당진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인과 지자체 역할 또한 필요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물품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책임시장이 돼야 하며, 재개발이냐 재건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침체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정제의 당진시장상인회장

“전통시장의 기능을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야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좁은 오일시장과 청과물 시장 자리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어 수직으로 공간을 만들고 공원·광장을 비롯해 복지기관 등 공공시설 등을 마련함으로써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강병석 당진어시장상인회장

“시민들에게 먼저 당진어시장을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진어시장이 지어진 지 7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개업식도 못하고 있다. 현재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홍보 캠페인에도 시민들은 무관심하다. 그들의 발길을 끌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인수 당진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의장

“오일장에 시민들이 북적거리는 것을 보면 전통시장 활성화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전통시장은 상인들의 재산권과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 충족을 함께 이뤄나가야 한다. 또한 상인들간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편명희 당진시의회 부의장

“주차 불편을 해소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해 원도심에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아야 한다. 후손들에게 당진의 문화와 역사를 알려줄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상인들과 주민들에게서 개선점을 찾아야 하며, 지자체와 주민, 상인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한 곳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