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충회 / 편집위원, 우강면 세류리

90%의 국민을 유린한 노동법 ‘개악’

작년 12월 26일 노동법과 안기부법이 신한국당 의원들만 비밀리에 모인 자리에서 개정되었다. 정부와 여당은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연적으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구호도 함께 달았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번의 사태를 ‘개악’ 혹은 ‘날치기’라고 비난하며 파업과 집회가 날로 거세어지고 정부 여당의 합리적 방안이 없는 한 사회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 같다.

얼마전까지는 경기침체의 주범은 농민이라고 했다. 쌀값이 높아 소비자 물가가 뛰고 국제경쟁력이 약하니 절대 쌀값을 올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국민들의 “쌀자급기반 확충을 위한 적절한 가격보장”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내년에 쌀값을 다시 동결하는 조건으로 수매가 인상 4%를 야당과 합의해 통과시켜 버렸다.

이번에는 그 경기침체의 주범이 노동자로 바뀌었다. 경쟁력과 경기회복을 위해 노동자는 임금협상을 위한 파업을 할 수 없고, 잔업수당과 야근수당을 받아서는 안되며, 회사에서 언제든지 노동자의 목을 잘라도 하소연 할 수가 없다. 노사간 어떤 갈등이나 쟁점이 생겨도 다른 사람이나 단체가 간섭할 수 없다.

서구의 선진국에선 국민이 실직했을 때 90%의 실업수당이 나오고, 국민의 실업율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걸 보면 그들 나라들이 한없이 부럽고 한편 우리의 처지가 너무 서글프다.

농민이 날 풀리면 논이나 갈고 곡식 붙이면 그만이거니 생각도 해보지만 농사만 지어서 어디 아이들 고등교육을 시킬 수 있겠나? 아니, 당장 빚을 더 지지않고 한 겨울 나려면 몸이 성한한 ‘노가다’라도 몇달 다녀야 할텐데 ‘정리해고’로 쫓겨난 공장 노동자와 날품팔이 경쟁을 해야할 판이다.

노동자와 농민은 별개의 계층이 아니다. 농사짓다 몰려 나간 사람이 노동자고, 농민의 아들딸이 곧 노동자다. 전국의 노동자수는 1천2백만이고 그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3천2백만이나 된다. 거기에 농민 5백만을 더하면 우리나라 총인구의 90%가 노동자, 농민인 셈이다.

절대다수의 국민인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과 인권을 유린하고 경제성장과 경쟁력을 키울 수는 없으며, 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부 여당의 잘못에 입을 다물고 있는 한국언론에 반해 독일이나 프랑스등 외국언론이 한국정부의 야만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걸 볼 때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