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宮秋色染紅時(고궁추색염홍시)

가을 빛 고궁은 나뭇잎이 붉게 물드는 계절인데

造物無窮孰有知(조물무궁숙유지)

조물주의 무궁함을 누가 있어 알겠는가?

人踏霜濃楓葉逕(인답상농풍엽경)

사람들은 서리 짙은 단풍잎 고운 오솔길을 걷고

我尋馨馤菊花籬(아심형애국화리)

나는 그윽한 향기 퍼지는 국화 울타리를 찾는다.

秘苑林中靑鹿驟(비원임중청록취)

궁궐 동산 숲 가운데에는 푸른 사슴이 달리고

玉池樓上白雲遲(옥지루상백운지)

아름다운 연못 누각 위로 흰 구름이 더디 흐른다.

富貴榮華如夢幻(부귀영화여몽환)

부귀영화란 꿈속의 환영과 같은 것

吟情發興輒題詩(수심발흥첩제시)

문득 시정이 일어 시를 짓는다.

注 :-

馨馤 :- 향기가 퍼진다.

菊花籬, 九華, 金英 :- 국화꽃 핀 울타리. 국화의 異稱.

玉池 :- 아름다운 연못.

夢幻泡影 :- 夢은 깨면 그만이고, 幻은 잡으려면 없어지며, 泡는 잠시 만에 스러지고, 影은 해에 따라 있다 없다 한다. 人間事 無常하니 自然에 따라 無爲의 삶을 살라는 佛陀의 가르침.<金剛經>

>> 김두식 한시작가

- 당진 남송한시연구회원

- 전 송악중·고등학교장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서릿발이 내리는 늦가을입니다. 들에는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의 기계소리와 함께 군데군데 빈 공간이 늘어갑니다. 한없이 높아진 파란 하늘이 가슴 속까지 파랗게 만듭니다.

먼 산에는 붉은 빛이 물들어 한해의 절정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가을걷이와 함께 쌓여가는 곡식 가마에 농부들의 꿈이 부풀어 갑니다. 맑게 갠 오후에 사람들 틈에 고궁을 찾았습니다. 비원의 단풍든 숲 사이로 과거의 영화를 간직한 채 의연히 서 있는 유적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