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짜리’와 ‘이쁜이’가 피를 흘리며 가게 앞으로 찾아왔다. 밥 먹으러 올 때마다 요 며칠 침을 흘리기에 전염병인가 싶어, 사료와 물을 담는 그릇을 밤과 낮으로 소독했다. 혹여 전염이라도 될까 정성스럽게 아이들을 보살폈다.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검붉은 피를 입가에 잔뜩 묻힌 채 숨을 가쁘게 쉬면서 이곳을 찾아 온 것이다.

켓헬퍼(Cat helper,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인 명신전기 이동현 대표는 당진시동물보호소에 신고했고 그 중 이쁜이만 구조됐다. 짜리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숨을 헐떡이고 온 몸이 굳은 상태에서도 이 대표가 이름을 부르자 이쁜이는 고개를 들어 눈을 맞췄다. 그렇게 이쁜이가 세상을 떠났다.

새끼 낳은 지 고작 3주인데…

짜리도 아마 죽었을 것이다. 당진시동물보호소 송완섭 소장에 의하면 두 고양이는 사람이 고의적으로 살포한 독극물을 먹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쁜이가 새끼를 낳은 지 고작 3주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쁜이와 함께 포획된 새끼는 한 마리였으며 독극물을 먹은 어미의 젖을 물려서 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평균적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5~6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으로 보면, 아마 그 외에 다른 새끼들은 이미 어미의 품도 아닌 딱딱한 아스팔트 위에서 죽어갔을 것이다.

“길고양이도 살아있어요”

“짜리와 이쁜이를 보내고 나서 한참을 울었어요. 길고양이들도 살아있는 생명이에요. 사람과 같아요. 유일하게 다른 것이 있다면 말을 못할 뿐이죠. 그런 아이들에게 누군가가 독극물을 먹였어요. 내장이 모두 녹아 내린거죠. 그 죽어가는 상태서도 목이 말랐는지 물이 있는 곳을 찾는 거예요. 마지막에 짜리가 왔을 때 이름을 부르니 “우~”하고 울었어요. 그 후로는 못 봤어요. 어디서 죽었는지도 몰라요. 사람이 참 잔인하죠. 나빴어요.”

오히려 음식물쓰레기가 안전

명신전기 이동현 대표는 지난 7년 전부터 길고양이에게 사료와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날은 몹시도 추운 겨울이었다.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 웅크린 길고양이를 봤다. 물은 꽁꽁 얼어 있었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파헤쳐 놓은 음식물쓰레기가 너저분하게 놓여 있었다. 그때부터 이 대표는 매일 같이 길고양이들에게 물과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 이상 음식물쓰레기를 헤치지 않기 시작했다.

당진시 축산과 중성화수술 지원

그때부터 고양이들은 사료와 물을 주는 이 대표를 따르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차가 저 멀리서 오기만 해도 길고양이들이 하나 둘 거리로 나왔다. 어김없이 제 시간이 되면 물과 사료를 내놨기 때문이다. 예쁘다고 한 번 쓰담으면 고양이들은 기분 좋게 그릉거리곤 했다. 쓰레기를 헤쳐놓는 더 이상의 피해도 없었다.

한편 당진시 축산과에서는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개체수가 늘지 않을 뿐더러 발정기 때 내는 울음소리까지 막을 수 있다. 현재 당진시길고양이보호협회(회장 문지훈) 회원들은 스스로 포획단으로 나서 본인들이 보살피는 길고양이들이 축산과를 통해 중성화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뒤 방사하고 있다.

여전히 학대하는 사례 많아

하지만 여전히 이쁜이와 짜리의 사례처럼 독극물을 살포하거나 강제로 죽이는 경우가 많다. 채운동 모 아파트에서는 두 귀가 사라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희망이가 발견됐다.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화상을 입힌 흔적이었다. 협회에서는 모금 운동을 진행했으며 이후 치료를 마치고 현재 새로운 곳으로 입양돼 잘 크고 있단다.

또한 바다와 인접해 있는 당진의 모 회사에서는 고양이를 자루에 넣은 뒤 산 채로 바다에 던지기도 했다. 염산을 뿌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한지희 부회장은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에 그 영역에서 살고 있던 고양이가 사라져도 결국 다른 고양이가 들어오게 된다”며 “중성화 수술을 하면 개체 수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진에서는 잔인한 방법으로 길고양이를 죽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당진길고양이보호협회란?

당진시길고양이보호협회(회장 문지훈)는 당진에 거주하는 캣헬퍼(cat-helper)이며 당진 지역의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시민단체다.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회원 310명이 소속돼 있다. 당진시가 당진시동물보호조례를 제정해 중성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캣헬퍼들이 직접 시민참여중성화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진시길고양이보호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TNR(중성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 주소 : cafe.naver.com/cathelper

>> 당진시동물보호소는?

■문의 : 356-8210 ■주소 : 고대면 연동로 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