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중심돼야…최평곤만 고집한 적 없다”
채남기 당진시유류피해민대책총연합회 사무국장
왜목은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다를 붉은 빛으로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은 관광객들에게 서정적인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하고, 동해가 아닌 서해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왜목만의 신선한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고도 왜목마을을 찾은 관광객들 중 다시 이곳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이러한 이유는 왜목마을이 ‘해 뜨고 지는 마을’이라는 자연적 조건만 가지고 있을 뿐, 서해에 있는 수많은 항 포구 비해 왜목마을이 관광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유명한 울산의 간절곶과 조형물 ‘상생의 손’으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포항의 호미곶 등 여타의 일출관광지가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특성화 전략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렇듯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의 특성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문화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에 비추어 볼 때 왜목마을은 사실상 현 지자체에 의해 방기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왜목마을의 자연적·지리적 조건과 명성에 걸맞게,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여행지가 될 수 있도록 왜목의 특성과 정체성을 상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당진은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가깝고 해상을 통한 물류의 이동이 쉬워 서해안의 대표적인 산업단지로 부상하면서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급속한 개발로 자연과 생태 훼손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왜목마을은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크게 훼손되지 않은 지역으로 남아 있으나 왜목마을 역시 당진화력이 일으키는 공해물질과 들판과 산등성이에 줄지어 서있는 철탑들 때문에 자연경관이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왜목마을의 자연경관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역의 특성을 살려 이곳을 서해안 대표 명품 관광지로 조성해 갈 중장기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계획 중 상징조형물 설치는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다.
새천년 해맞이 행사를 계기로 서해안의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왜목마을은 2007년 12월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이후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지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것을 예견하고, 유류피해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추진코자 마을 주도적으로 지난 2008년 왜목마을상징조형물설치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했다.
추진위에서는 △왜목마을을 서해안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조성 △지역의 자연 환경과 문화콘텐츠를 연계하여 지역의 브랜드 가치 제고 △관광객의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 문화관광지로 발전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대표적 상징조형물을 설치해 홍보효과 극대화 등을 구체적인 목표로 삼았다.
이에 추진위에서는 2008년 9월부터 11월까지 다양한 논의 끝에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새천년 해맞이 행사의 조형물이자, 지역 관광산업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상징조형물(『오는 사람, 가는 사람』, 최평곤) 을 설치하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제작 설치했던 작품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을 영구적으로 복원 설치하여 줄 것을 의뢰하기로 했다. 그리고 작가에게 한시적인 재료인 대나무가 아닌 영구적인 재료로 제작 설치 가능한지 문의하게 되었다.
추후 2008년부터 2014년 11월까지 상징 조형물 설치에 관련된 사업 계획서를 해수부에 제출하였고, 드디어 2015년 2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마을 주민과 추진위가 뛰며 환호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러나 2016년 1월 당진예산 확정과 동시에 그 꿈은 날아갔다. 특정인에게 상징조형물 제작 사업비 20억 원을 계약할 수 없다며, 당진시는 전국 작품공모사업으로 추진했다. 게다가 당진시는 2017년 7월 25일 약속과 달리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결정한 공모안을 시청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당진시는 올 12월까지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6년 예산이 편성되면서 그 이후로는 추진위에서는 한 번도 최평곤 작가의 작품만을 세워야 한다고 고집한 적 없다. 오로지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 조형물을 세우고자 했다. 그러나 10년 간의 노력이 행정 편의주의와 기업 논리가 맞물려 지역 주민들의 요구와 다르게 공공미술이 아닌 공공시설물 수준의 조악한 작품이 설치될 것으로 크게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작가 참여…우선대상자 선정해 추진”
신성철 당진시 경제환경국장
당진의 제1경 왜목마을은 지난 2000년 밀레니엄 행사의 일환으로 서해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기획적인 홍보와 국민적 호기심이 맞아 떨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시의 지속적인 홍보 그리고 관광지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지역민들의 노력이 더해진 덕분이다.
그런 이곳에 20억 원 규모의 조형물을 설치한다. 그 이유와 배경에는 지난 2007년 발생한 허베이호 유류오염 피해 사고가 있다. 당시 사고로 태안과 서산, 당진 등 해안지역에서 생업을 해오던 지역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이를 안타까워하던 당진시 유류피해대책위원회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대책위의 활동과 노력에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6년 해수부 지원사업에 응모해 선정되면서 조형물 설치사업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고, 그해 8월 우리시도 ‘왜목마을 해안선 관광시설 개선’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추진하면서 추진방식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졌다. 또한 전문가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2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가 직접 이 사업을 시행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조형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사업비(국비 10억, 도비 3억, 시비 7억)를 확보하는데 유류피해대책위원회의 공이 컸던 만큼 시도 대책위원회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관련 경험이 있는 국립대학과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계약법상 부적합해 시에서 직접 추진키로 결정돼 현재에 이르게 됐다.
올해 2월 용역이 완료된 이후에는 공유재산 심의와 일상감사, 계약심사 등 관련 행정절차 이행을 마무리했으며, 최종 정책결정을 통해 지난 7월 25일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왜목마을 상징조형물 디자인 및 설치제작을 입찰 공고했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근거한 지방자치단체의 계약방법 중 하나로, 예술품의 경우 제작 설치의 연속성과 책임성, 기간의 단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 우리나라 행정기관 대부분이 이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요청으로 검토됐던 작가공모 방식도 협상에 의한 계약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대상으로 선정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협상에 의한 계약과 달리 작가공모 방식은 계약법상 제작 및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별도 업체를 선정해야하기 때문에 당초 작가가 의도한 디자인대로 작품이 제작 및 설치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 방식을 통해 전국 유수의 전문작가들의 참여가 가능한 만큼 우리시도 상징 조형물이 지역주민은 물론 왜목마을을 찾는 관광객과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조형물 작품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왜목마을이 17만 시민 모두에게 소중한 우리지역 최고의 관광지인 만큼 다른 곳과는 차별화 되면서 왜목이 가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상징성을 잘 담아낸 수준 높은 상징조형물이 탄생할 수 있도록 이제는 모두가 힘을 하나로 모아 나가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작품이 동해 호미곶의 ‘상생의 손’처럼 왜목 뿐만 아니라 서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