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종단의 범주를 크게 잡아 분류하자면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개신교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톨릭(천주교)와 개신교는 알아듣겠는데, 정교회는 무엇이고 성공회는 생소한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을 서방가톨릭이라고 한다면, 정교회는 동방가톨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약 11세기 경에 교리와 정치지리적인 문제로 분열되었지요. 16세기 경, 교회쇄신운동(Reformation)으로 마르틴 루터를 따르는 루터교회, 장 칼뱅을 따르는 장로교회가 세워지게 됩니다. 이후 영국에서도 정치·종교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잘 아시다시피 헨리 8세는 자신의 이혼문제가 교황으로부터 허락되지 않자, 서방가톨릭과 결별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국왕 스스로 교회의 수장이 되어 영국국교회(Anglican Church)를 창립합니다. 표면상으로 보자면, 영국국왕의 스캔들로 인해서 영국국교회, 즉 영국성공회가 탄생된 것처럼 보이는데, 실상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영국 안에서도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문제들로 인해서 교회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다만 헨리 8세의 이혼문제가 기폭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영국성공회는 자연스럽게 교회쇄신운동에 영향을 받아서 개신교의 유연한 교리나 신학적 체계를 따랐습니다. 다만 형식상으로는 여전히 가톨릭의 전례를 고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가톨릭의 전례도 6세기 베네딕도 수도회의 기도와 영성에 준한 것이니 매우 오래된 예배와 관습임에 틀림없습니다. 반면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미국의 청교도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매우 간소화된 형태의 예배 형식이 정형화 되었습니다. 그간 100여 년 동안 고착화된 예배를 드려왔기 때문에 가톨릭의 미사나 성공회의 전례가 낯설거나 심지어 그것을 이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가톨릭의 사제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데, 성공회의 사제들은 결혼을 하니 더 이상하게 볼 수밖에요.

그러나 그 또한 교회의 역사적인 특수한 환경에서 결정되었거나 전통으로 굳어져 온 것이니 서로 ‘다름’을 그냥 인정하면 될 것입니다. 가톨릭의 경우 제1대 교종이라고 하는 베드로 역시 결혼을 한 사람이고 보면, 성직자가 반드시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요.

이런 점에서 보면, 성공회는 개신교의 교리와 신학, 가톨릭의 전례를 종합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매우 관용적이고 표용적인 정신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비아 메디아(via media, 중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배에 있어서도 가톨릭처럼 성찬의 전례(성만찬)에 치우치지 않고, 개신교처럼 말씀의 전례(설교)에 너무 치우치지 않고 양쪽을 다 중히 여깁니다. 또한 성공회는 이성을 중시합니다. 주교, 사제, 평신도는 각각의 균형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한쪽으로 너무 권력이 쏠리지 않도록 서로 존중하는 협의체와 의사소통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성서와 전통도 중시합니다.

성공회는 이웃을 배려하는 것도 신앙이라고 생각하고, 또 무엇을 딱히 절대적으로 규정하는 것도 신앙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웃종단에 대해서 매우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종종 ‘성공회를 다니면 성공하느냐?’ 우스갯소리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것입니다. 성공회는 신앙을 강요하거나 신학과 신앙이 다르다고 배척하지도 않습니다. 외려 배려와 관용을 제일 중요한 신앙 덕목으로 봅니다. 따라서 이단이나 사이비 운운하지 말고 이웃종단에 대해서 같은 예수를 믿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굳이 비판할 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종단도 다 같은 교회의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신앙이란 신앙은 사람들이 가진 도덕적 종교적 품성을 이끌어내고 그렇게 살라고 종용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