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대의기구로 야심차게 시작한 농업회의소가 출범 1년 만에 파행을 겪고 있다. 초대회장을 맡은 박유신 회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제대로 농업회의소를 이끌지 못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당진시농업회의소는 ‘농업인이 농정의 주인공’이라는 슬로건으로 농업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의기구를 설립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12월 본격 출범했다.

상공인들로 구성된 상공회의소와 유사한 개념으로, 그동안 △농민회 △농업경영인회 △쌀전업농회 △농촌지도자회 △품목별연구회 △생활개선회 등 여러 농업인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농업회의소를 통해 농업인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법률과 제도로 대표성을 부여하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지난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회의소 설립 시범공모사업 선정됨에 따라 당진시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농업회의소를 통해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며 야심차게 농업회의소 설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의 회의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으나, 결국 농업회의소 설립 1년 만에 파행을 겪고 있어 농업인들의 비판과 우려 또한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당진시농업회의소는 역할이 불분명하고, 자금난 등으로 특별한 활동을 하지 못했고, 사무국장이 중도사임하면서 실무자가 공석인 상태로 지속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원으로 참여하는 일부 농업인들이 회비납부, 운영부실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한편 지난 4일 충청남도농어업회의소 창립총회가 덕산 리솜스파캐슬에서 열린 가운데, 창립총회 이후 당진시청 소회의실에서 임시회의가 개최됐다.

20여 명의 당진시농업회의소 임원 및 회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농업회의소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고, 박유신 회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돌연 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부회장마저 사퇴하겠다고 밝히며 회의가 파행을 겪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다음 이사회 또는 총회 등 공식회의를 열고 차기 임원 및 집행부를 구성할 때까지 현 집행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한 김영빈 당진시농민회장은 “충남농업회의소가 창립됐지만 시·군에서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농업회의소의 취지와 목적을 살려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 설립된 기관이라 서툴고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회원 및 임원들의 화합과 갈등봉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