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곡공단 지반침하로 인해 건물붕괴 및 가스폭발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대의 피해기업들은 지반침하의 원인으로 GS EPS 인근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력구(송전선로) 공사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 1월 초 한전과 당진시에 공식적인 민원을 제기한 이후에도 관계기관과 행정의 미온적인 대처로, 지반침하로 인한 이상 현상은 더욱 심화돼 왔다. 이번 호에서는 피해기업들로 구성된 한전전력구공사 비상대책위원회 송근상 위원장(현대호이스트 대표이사)과 안동권 사무총장(아하엠텍 대표이사)을 만나 피해상황과 이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반침하가 있다는 것을 언제쯤 알게 됐나?
일부 기업들은 2017년 말부터 건물 벽면에 금이 가거나 바닥 수평이 깨져 공장의 기계적 결함이 생기는 등 이상징후를 느꼈다. 그러다 최근 들어 현상이 심각해지기 시작했고, 아하엠텍과 신의페트라에서 이 현상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1월 3일 부곡공단 기업들이 함께 진행한 시무식에서 우연히 한전이 전력구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기업들이 공장 내에서 나타나는 이상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체적으로 계측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입주기업 대부분이 이러한 공사가 진행되는 줄도 몰랐다.
왜 한국전력의 전력구 공사를 지반침하의 원인으로 지목하는가? 부실공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부곡공단 내 세 곳에 지하 60m 가량을 파내는 굴착공사가 진행됐다. 그런데 굴착공사가 진행된 곳을 중심으로 지반침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엔지니어로서 수많은 공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공사에 대해 상당 부분 알고 있다. 공사 현장을 보니 차수벽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지하수와 뻘이 유입되지 않도록 굴착공사를 하기 전에는 완벽히 차수벽을 쳐야 한다. 그런데 그런 흔적이 없었다. 차수벽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으면 땅을 파면 팔수록 지하수와 뻘이 유입되고, 계속해서 이를 퍼내야 한다. 지하수와 뻘이 빠져나간 어딘가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고, 지반은 침하되기 마련이다.
구체적으로 공장 내에서 어떠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
현대호이스트의 경우 지난 1월 16일 처음 계측을 시작했을 때 공장 전체에 27곳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은 48곳까지 이상현상이 늘어났다. 현대호이스트 뿐만 아니라 아하엠텍과 신의페트라, 이화글로텍 등 다수의 기업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피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건물 균열로 벌어진 틈이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고, 건물이 기울어 둥근 물체를 바닥에 두면 한쪽 방향으로 굴러갈 정도다. 건물 벽면이 떨어져나갔고, 낙하 위험이 있어 본관 출입구를 폐쇄했다. 한 업체는 수도관이 파열돼 평상시 보다 수도요금이 1000만 원 가량 더 나왔다. 제조업 특성상 기계의 수평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바닥이 기울면서 기계의 수평(정밀도)이 틀어져 가동을 멈춘 곳도 있다. 기계의 잦은 고장으로 불량 발생도 늘었다.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만큼 업무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졌다. 아하엠텍의 경우에는 100여 명의 직원들을 내보내고 최소인력만 남겨둔 채 공장을 비웠다.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이곳은 도시가스가 지나가고, 공사현장 바로 옆에 LNG 발전소인 GS EPS가 위치해 있다. 또한 이 일대에는 불산과 염산, 황산, 수소 등 위험물질을 다루는 공장도 있다. 일부에서는 가스관로에 변형이 온 상황이다. 만에 하나 잘못돼 폭발이 일어난다면 이 일대는 완전히 쑥대밭이 될 것이다. 어느 한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부곡공단 일대에는 한진리·부곡리 등에 민가가 다수 있고, 상록초등학교도 있다. 주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며, 식당과 상가 또한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해동기가 지나고 비까지 내리면 침하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심화되는 현상을 보면서 너무나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한국전력과 당진시의 조치는 없었나?
한국전력은 설계도 등 우리가 요구하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한편 당진시는 빨리 공사중지를 요청했지만, 안전하다는 한전의 말만 듣고서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았다. 허가권자인 당진시는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문제상황은 없는지 파악하고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오히려 한전 말만 듣고서 현장을 방치해왔다.
한국가스공사와 GS EPS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는데 함구하고 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원인분석 및 안전점검에 대해 한국전력에서는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에 맡기겠다고 하고, 비대위 측에서는 한국지하안전협회에 맡기겠다고 주장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에 맡기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는 한국전력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받는 기관이다. 수많은 연구용역이 발주자의 입맛에 맞게 용역 결과를 내놓는다는 건 이미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원인분석과 안전점검이 이렇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공사를 진행한 한국전력이 아니라 당진시가 직접 업체를 선정해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주길 바라고 있다.
한전과 당진시 등 관계기관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완전한 공사중단이다. 그리고 한시적으로라도 안전진단이 내려질 때까지 대형차량을 통제해야 한다. 당진시는 이곳을 특별안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안전관리자를 현장에 배치해야 하며,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바로 실시해야 한다.
또한 가스공사는 가스누출감지기를 설치하고 경보장치를 상시 가동하며, 가스공급을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설계도와 계획서, 계측자료 등 우리가 요구하는 모든 정보를 공개해 달라. 숨겨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더 큰 의혹과 불신만 커질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