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화한 세대를 감동시킬 새로운 졸업식 문화

이한복 / 송산중학교 교사

졸업식 하면 연상되는 장면은 한결같다. 의례적인 축사와 상을 받기 위해 부지런히 단상을 오르내리는 학생들 모습과 숙연함, 아니 산만함. 7~80년대의 졸업식은 그야말로 송사와 답사시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여 훌쩍거리며 눈물을 훔치던 여린 모습들이 떠오른다. 결국에는 눈물바다가 되기 십상이었다. 90년대의 졸업식 광경은 어떠했는가? 이러한 모습들은 점차 사라지고 어른들 보기에는 추태라 여겨질 정도의 모습들이 난무했다. 졸업식의 정겨운 모습들은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2000년대 오늘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도가 더했으면 더했지 졸업식이 지니는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 모습은 퇴색했다.

과연 왜 이러한 현상이 빚어졌을까? 우리는 현재의 졸업식의 모습과 아이들의 변화를 동시에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을 사는 21세기의 학생들은 구호나 머리 속으로만 새로운 시대를 사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시대를 몸으로 살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감동 받았던 송사나 답사에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정적이고 숙연함보다는 동적이면서 역동적인 것들을 선호한다. 졸업식도 이제 시대의 변화, 아이들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졸업식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어른들은 이렇게 질책할 것이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졸업식장에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생각해보자. 아이들을 탓 할 문제만은 아니다. 21세기를 사는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오늘의 졸업식의 형식은 몇십년 전의 졸업식 모습 그대로이다. 변화된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졸업식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인간은 천성적으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과 정형화된 틀에서 안주하려는 심리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어 변화가 쉽지만은 않다.

새로운 졸업식 문화를 어떻게 정착시켜야 할 것인지! 또 그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제시해 본다면 그 모습은 대체로 이러할 것이다. 졸업식장을 엄숙하고 숙연하게만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 학교생활에서 배운 것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졸업식장을 꾸민다면 너무 경박하다 할 것인가? 학생 자신들의 졸업 축하도 좋지만 이제까지 자식을 위해 노심초사하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장으로 마련해봄은 어떠한가? 학교와 후배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를 한가지씩 실천해 봄은 어떠한가? 자신의 인생설계를 발표해 봄은 어떠한가? 여하튼 어떠한 모습이건 새로운 형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만이 꽃다발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준비한 꽃을 부모님의 가슴에 달아드리고 축하케익을 축포와 함께 자르며,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글을 낭독하는 자식과 부모가 정서적으로 하나됨을 느끼며, 큰 절이라도 올리면서 마치는 졸업식은 어떠한가?

이러한 시도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관료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새로운 도전에 따르는 염려를 접어두어야만 한다. 또한 교사들의 안일한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고정관념과 무사안일로 연명하는 구습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 여기는가! 우리 모두 도전의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