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6명 가나다라 나열, 대부분 당진출신 아니고 관직위주
당진 자존심 맞게 압축, 전면 재수정해야
94년 4월부터 시작된 당진군지 편찬사업이 올 연말까지 마무리될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모든 집필자로부터 집필원고를 수집해 대부분 감수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그런데 인쇄를 앞둔 시점에서 뒤늦게 집필내용에 대한 논란이 일어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논란의 내용과 원인쪾대안을 함께 살펴본다.
/편집자주/
13년만에 발간하는 당진군지
좧당진군지좩는 당진군의 모든 분야를 총괄하고 대표하는 자료로서 83년 발간에 이어 13년만에 다시 발간을 준비중에 있다.
이번 군지는 94년 4월부터 준비에 들어가 3개년 계획을 대부분 마무리, 현재 세명의 전문가 손에서 감수를 거치고 있다. 총사업비는 2억7백73만원으로 올 11월 30일 발간예정이다.
이 군지에는 당진의 역사, 지리, 산업, 성씨쪾인물등 12개 분야가 총망라된다. 한마디로 군지는 당진의 현재를 과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재조명하는 역사서이자 대외적으로는 당진의 자존심을 내세운 소개서인 셈이다.
당진에 인물이 926명이나?
그런데 군지발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좧성씨쪾인물편좩이 문제가 돼 계획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유는 좧성씨쪾인물편좩이 수록하고 있는 내용의 합당성 때문이다.
좧성씨쪾인물편좩중 좧인물편좩에는 현재 무려 926명이나 되는 인물이 가나다순으로 방만하게 수록되어 있다.
당진을 대표할만한 업적을 가진 인물이 9백명을 넘는다는 것은 분명 기뻐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수록된 인물들의 업적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데다 생몰연대조차 미상인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당진출신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오히려 문제가 있는 사람들까지 수록해 놓고 있다.
요약하면 내용면에서 926명이나 되는 인물을 어떠한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합당한 기준을 찾기가 어렵다.
근무기간만 명시된 공직자 수두룩
한 예로 이런 경우를 보자.
이름과 부임기간만 있을 뿐 이 사람이 어디 태생이며,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 조사된 사항이 한가지도 없다. 이 정도의 자료는 각 읍면 총무계에 있는 간단한 역대 읍면장 현황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당진군내 12개 읍면에서 읍면장을 지낸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들중에 특별히 선정되어 군지에 실어야 하는 이유가 나타나있지 않다.
하다못해 면장재직중 손에 꼽을만한 치적이라도 나타나야 하는데 그에 대한 조사흔적이 전혀 없다.
놀랄만한 일은 이와 똑같은 형식으로 채워진 원고가 1천4백매가 넘는 원고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다음과 같은 인물까지 군지에 실린다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근무상태불량으로 경질됐다는 내용이 전부인 이 인물이 당진의 인물로 당진군지에 실릴 예정이었다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이와 똑같이 경질된 공직자가 “성”씨 편에만도 최소한 네명이 넘게 실려있다.
명백한 선정기준 없어
보는 이에 따라서는 ‘공과(功過)를 따지지 않고 또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관직에 있었던 인물을 일괄적으로 실은 것이 아닌가’하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역시 그렇지 않다.
당진읍과 대호지면을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생존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제외하고 역대 당진읍장(당시 당진면장)과 대호지면장중 1930년대에 근무했던 인물 서너명이 빠져있다.
이들 몇사람이 누락된 것을 실수로 인정하더라도 또다른 인물 선정기준을 발견하기란 여전히 불가능하다. 인물편에 실린 역대군수가 3백여명인데 반해 서장은 10여명, 교육장은 5명, 교장은 50여명 뿐이다.
종교인물에 있어서도 전교가 대부분이고, 기타 종교인물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게다가 당진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검증되지 않은 좧신간회좩 역대간사도 이름과 부임날짜만 수없이 나열되어 있다.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당진출신을 기준으로 선정한 것도 아니고, 부임중 업적을 기준으로 선정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공적인 위치에 있었던 모든 인물을 다루는 것은 지면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위에서 본 것처럼 직종이 편중되어있다.
이들을 선정한 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편의적인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무리한 욕심이
견훤을 당진사람 만들어
특히 원고중 “ㄱ”성씨인물편에는 후백제 견훤도 당진인물에 포함돼 원고지 수매에 걸쳐 소개되어 있다.
합덕방죽이 견훤과 관계있다는 설은 많은 주민이 알고 있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견훤이 당진의 인물로 소개되어야 하는지 쉽게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일 군지에 다룰만한 가치가 있다면 좧문화재좩 부분에서 부분적으로 언급되어야지 인물편에서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견훤뿐만 아니라 원고지 5매에서 7매, 많게는 10매에 걸쳐 소개된 비중있는 인물들이 대부분 당진과 직접 관련없이 아주 잠시 거쳐간 인물들이다.
이 점은 이글을 통해 당진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하기 보다 오히려 자긍심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자랑할만한 당진인물이 이렇게나 없을까... 그렇다면 대외에 주는 군의 이미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집필자 ‘군지’에 대한
시각차 드러내
이에대해 집필자 홍석표씨는 “군지의 다른 분야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논란이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 기준에 맞게 집필했다”고 말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기준은 혼자 마련한 것이 아니라 몇사람이 공동으로 여러개의 자료를 검토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집필자가 마련한 총 42개 항목의 인물선정기준은 1)기본선정기준과 2)세부선정기준으로 나누어 ①본군에서 출생한 자 ②본군에서 성장한 자 ③본군에서 거주한 자 ④본군에서 관직에 있었던 자등 12개의 기본선정기준과 직업쪾직능별로 29개의 세부선정기준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기준들은 너무 광범위하고 방대해서 애당초 군지에 싣기에는 무리라는 인상이 짙다. 이를테면 기본선정기준을 동시에 다 충족하는 인물이나 최소한 두세가지 조건을 함께 충족시키는 인물을 선정했어야 하는데 12가지 조건중 한가지만 맞아도 선정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출생, 거주지와 무관하게 ④번 조항 ‘관직’에 있었다는 조건 하나로 너무 많은 인물을 선정하는 우를 범했다.
뿐만 아니라 29개 세부조건중 금융인, 행정인, 기업인, 언론, 의사, 고시합격자, 교감등의 세부조건은 형식에 불과해 이런 기준으로 선정된 인물은 전혀 없다.
감수자도 ‘문제있다’마무리 못해
집필자는 또 인물전문지인 “한빛인물지”를 주모델로 했다고 밝혀 군지 인물편에 대한 당진군 또는 일반인의 상식과는 다른 시각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집필자는 당연한듯 “관련문헌을 찾아 관련자를 모두 수록했다”고 밝혔으며 “후손을 못찾거나 자료부족으로 약력이 빈약한 경우가 많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을 감수한 교원대 국어과교수 성낙수씨도 “당진에서 태어나거나 오래 기거하면서 이름을 남긴 인물보다 스쳐지나간 인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처음부터 예견된 문제
그런데 주변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에 대한 이러한 논란은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
은 집필자의 가치기준에 따라 인물이 선정되기 때문에 주관적인 요소를 줄이기 위해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세밀한 기획이 필요했는데도 담당부서인 문화공보실은 이에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이다.
첫째, 역할분담과 집필자 선정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애초 공보실은 원고 예상매수를 9백매로 잡았으면서도 이 많은 분량의 작업을 한사람에게 모두 맡겨버렸다.
이때도 논란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최소한 좧고대편좩과 좧현대편좩을 나누어 집필자를 선정하고, 현대편은 논란의 소지가 큰만큼 연구자를 공모해 엄정하게 선발하자는 반론이 있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같은 분량에 논란의 소지가 훨씬 적은데도 충분한 조사를 위해 5명이 분담한 좧문화재좩편과 대조적이다.
둘째, 따라서 이 작업은 한사람의 주관에 역사평가를 맡겨버린 결과가 되어 버렸다.
최소한 인물선정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한사람에게 모든 과정을 일임한 것은 이를 애초부터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
혼자 선정기준을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작업과정에서 기준에 맞게 인물을 선정했는지 단독으로 검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세째, 집필내용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전후구조가 전혀 없다.
원고취합후 막바로 감수자에게로 넘어간다. 그러나 감수자가 지역사정을 더 모른다고 볼 때 지역적으로 논란이 되거나 근거가 불투명한 인물에 대해 걸러질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이다.
네째, 군이 문제를 보완하기위해 올 4월부터 5월까지 두달간 원고를 공개한 좧이의신청 기간좩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는 것이다. 홍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이 기간동안 열람한 주민은 고작 5명뿐이다.
군지는 인명사전 ‘아니’
군지는 1천권 발간예정으로 전국 시군구 문화원과 도서관등에 주로 보내질 예정이다. 만일 이 원고 그대로 편찬됐을 때의 파장은 어떠할지 쉽게 짐작이 간다. 대내외적으로 지금보다 더한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발간일정에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은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군지발간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하고 있는 공보실 관계자들도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보실 한 관계자는 “문제있다는 감수자의 평가에 따라 군지편찬소위원회 위원들에게 문제가 된 원고를 분담해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미 작성된 원고중 당진군 인물로 내세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삭제하게 될 것”이라고 보충작업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발간일정이 임박해 있더라도 이번 은 전면적으로 재수정되어야 한다. 또 이에앞서 당진군 인물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어떤 역사서이든 거기에는 시대정신이 담기기 마련이다. 당진군이 ‘군지’를 편찬하기위해 어떤 인물을 선정하는가 하는 기준은 곧 당진군의 죖시대정신줁이다. 관직을 중심으로 군지를 구성하는 일은 곧 관직을 숭배하던 과거정신을 반영한다.
이번 은 ‘인물에 대한 역사적인 재평가’라는 수고스럽지만 필수적인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군지에 수록될 가치가 없는 인물들까지 필요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군지는 인명사전도 아니고 인물백화점도 아니다. 1996년에 발간되는 당진군지는 1996년에 살고 있는 당진군민이 지향해야 할 가치기준을 역사속의 인물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군은 이번 기회에 군지의 위상을 확실히 하고 인물선정기준을 명백히 세워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