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 헌 (합덕 무화과 작목반장)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자애로운 삶

금년에는 9월 25일부터 10월 23일까지가 음력으로 윤팔월이다. 윤8월은 썩은 달이라하여 결혼이나 이사등 택일을 하지 않는다. 윤팔월이 들어있는 해는 집도 짓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것은 우리나라의 오랜 관습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대개는 주역(周易)으로부터 나온 관행으로 보인다. 점쟁이나 무꾸리에 의해 결정하는 길쪾흉의 택일인 것이다.

그러나 태어나는 신생아들은 어찌할도리가 없다. 윤팔월에 태어나는 아기들은 음력으로는 생일이나 회갑, 고희같은 잔치상을 평생동안 받기가 어렵게 된것이다. 이유는 윤팔월은 17년만에 한번씩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A씨와 오래전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A씨는 만나기로 한 전날에 전화를 했다. 내일은 꼭 낳을 아기가 몇명 있으니 다음날 만나자는 것이다. 내일 꼭 낳을 아기라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A씨와 만난 날 꼭 낳을 아기란 것이 어떤 아기냐고 물었다. 점쟁이의 말을 듣고 몇일을 당겨 낳는 아기라는 것이다. 제왕절개수술로 날짜를 당겨 낳게 하기위해 여러명의 아기를 출생시키다보니 시간이 없어 약속날짜를 미루었다는 것이다.

근래에는 토요일, 일요일 또는 휴일에 결혼식장이 붐비는 것을 보던지 또 회갑연이나 고희연 같은 잔치도 일요일 날에 많은 것을 보면 이제는 역술에 의한 택일도 사라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꽤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이 자식의 결혼식을 원래에 정한 날짜보다 앞당겨 예식을 올렸는데 그 교인에게 교인들도 택일을 하느냐고 물으니 “남들이 나쁘다고 하니 굳이 나쁘다는 것을 할것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래의 종교나 사상에 너그럽다. 한국에 불교가, 유교가, 천주교가, 기독교가 들어왔을 때마다 별다른 저항없이 수용되었었다. 이조말엽에 수많은 천주교의 박해도 따져보면 정치적인 이유로 교회를 박해했지 일반대중의 수용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사찰에 가보면 무속신앙 도교신앙등 여러 신앙이 공존하고 있음을 본다. 삼신각(三神閣)이나 산신령은 한국의 무속신앙이며 칠성각은 도교신앙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안본헌씨!

지금은 너나 할 것없이 자기성취만을 위해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하고 착각(?)하고 있는듯이 만사가 돌아가는 것같다. 서울의 구청장들이 품격을 차관으로 올려야 한다고 무슨 결의를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구청장은 국회의원 선거구보다 인구가 더 많다는 이유이다. 차라리 장쪾차관도 투표로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모두 자기욕심을 달성하는 것을 성취라고 생각할 때 그 결과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들만 양성하게 됨으로써 이세상은 삭막해지게 되어 살맛이 나지 않는 세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자기성취에서 방향을 돌려 자기를 내어줄 줄 아는 자애로운 삶을 목표로 삼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은 밝고 아름다운 세상, 살맛이 저절로 나고 신바람이 나는 세상이 되리라고 믿고 있다. 즉 자기욕심이라는 그릇을 비워 삶을 살아보자는 것이다.

안본헌씨는 운곡에 있는 자기생명의 터전인 밭 8백여평중 도로개설을 위해 6백여평을 내놓았다. 도로가 밭 가운데로 지나가게 되어 양쪽으로는 자투리 땅으로 남게 되었다. 싯가 평당 30만원을 호가하는 것을 6만여원의 값으로 국가에 팔았다. 큰뜻을 위해 작은 자기몫을 비웠던 사람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재물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다.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고 존귀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명을 지켜주는 재산도 신성하고 존귀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재물과 소유에는 많은 악과 해를 함께하는 소재가 담겨있는 것도 현실인 것이다. 돈은 사람에게 분쟁의 요인이 되고 파멸의 씨앗이 될 수 있으며 불행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즉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이 나를 소유하고 지배하는 결과를 낳게되는 원인이 된다.

안본헌씨!

안씨는 젊어서부터 건축업에 뛰어들었다. 건축경기의 호황으로 돈도 만졌다. 그러나 세월이 지남에 따라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는 양심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것에 마음을 담았고, 그 소리에 자기소신과 행동을 따르게 했다.

안씨는 어느 종교에도 몸담고 있지 않은 보통의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자기양심을 속여야 더 많은 치부를 할 수 있고, 부끄러움을 버려야 이익이 많이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건축업을 거두었고 농업에 전념하게 된것이다. 자기가 노력한 만큼 소출을 주고 노력의 댓가를 지불하는 땀이라는 자연섭리를 따르게 된것이다.

안본헌씨가 무화과를 재배하게 된 동기도 아마 화려한 꽃도 피우지 않고 볼품도 없는 무화과가 자기에게 꼭 어울릴 수 있는 과수라고 생각했으리라 짐작이 가는 것이다. 지금은 소출하여 이익을 창출할 단계는 아니지만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면 내년부터는 수입이 있으리라고 믿으며 무화과나무에 애정을 가지고 고귀한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석우리 무화과 작목반 15명과 함께 흙을 가꾸고 지켜가는 파수꾼의 역할을 다할 것을 믿으며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많은 과실을 얻을 수 있는 무화과 나무가 번창하기를 바랄 뿐이다.

(무화재배에 관하여 자세한 사항은 본보 87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