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 연호문학회 삶의 문학을 사랑하는 농부·주부들의 모임
술주정뱅이가 금괴를 하나 숨기고는 오래지 않아서 죽고 말았다. 일년이 지난 어느날 꿈속에서 그 아들은 쥐의 모습으로 바뀐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쥐는 황금이 숨겨진 장소에서 앞뒤로 왔다갔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들이 물었다. “여기서 뭐 하세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나는 여기에 금을 숨겨두었단다. 누가 혹시 파내기라도 하지 않았나 해서 찾아 왔단다” “그런데 왜 쥐모양을 하고 계세요” “돈에 눈이 어두워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영혼은 이런 모습이란다. 아들아 나를 보고 네가 보는 것으로부터 배움을 얻어라. 황금에 대한 욕망을 버리거라”(티베트 불경에 나옴)
지난 겨울 동안 IMF를 이겨내자는 뜻으로 “금모으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 몇몇 촌로(村老)들이 식당에 앉아 TV의 “금모으기” 중계방송을 보았다. 누구랄것 없이 시커먼 손가락 굵디 굵은 마디에 매달린 누렇게 바랜 금반지를 엄지로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았는데 며칠후 촌로의 손가락에는 흰줄만 음각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단 하나 간직한 반지, 목걸이 등이 모여 20억달러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금괴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아나운서의 말이 애처롭게 들려왔다. 언제나 난국을 구하는 사람은 촌로, 농부, 가난한 소시민들이었으니 더이상 바랄 것은 없겠지만 달러의 벽이 두껍고 높음을 실감하는 대목이었던 것이다.
4월 6일 합덕에서 아주 조촐한 모임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회가 있어는데 모임의 이름은 “연호문학회”이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남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사회공동체 생활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모두는 거미가 그물을 깁듯 여러 모임에 가입하여 얼키고 설키면서 살고 있다. 보통 너댓개의 모임에 가입하여 모이는 날에 회비내고 밥먹고 헤어지는 것이 보통사이다. (일반 사설 모임에서)
연호문학회는 비록 회원수는 적지만 그들의 모임의 목적은 “문학을 통해 자기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에는 양질의 문화를 선도하는데 이바지하는 모임으로 그 목적을 둔다”고 하였다. 매월 첫째주 월요일에 모여 자작시 낭송도 곁들인다.
뾰죽당에서 성스러운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해도 나 스스로 마음을 변하지 못하면 한낱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연호문학회 회원중에는 문단에 등단한 작가(시인)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평범한 농부이고 직장인이고 농사 짓는 주부들이다. 이 회원들이 마음을 변화하여 자기 마음이 자정(自淨)되어 마음 속에 있는 감성이 글로 표출되었을 때 나만이 아니고 이웃에 메아리쳐 좋은 이웃이 되고 밝은 지역사회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쌍무지개 뜨던날 / 우박은 동진벼를 도리깨질 했다 / 찢긴 가슴, 상처마다 피멍이 들 때 / 우박은 제 설움에 겨워서 울고 / 빈 볏대 낱알 보며 소리내어 울었다”
이 글은 우강에서 농사짓는 박옥매 주부의 음영(吟詠)이다.
글쓰는 사람이야 말로 변호사나 심리학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입장에 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추장스러운 말은 접어 두더라도 사람, 사람마다의 약점에, 무능과 무식에, 사소한 일에 완전히 동화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글을 써보라고 권유하면 흔히들 “살기 바빠서, 주위가 어지럽고 산만해서” 등으로 회피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나 적막함에서 고요속에서 과연 글이 나올 수 있을까.
“소음하나 들리지 않은 산사에서, 그곳에는 지나가는 사람하나 없이 혼자 지내면서 혼자 식사하고 혼자 그림 그리고 혼자 잠들고... 집중은 되지만 사람들의 교류가 전혀 없다는 건 정신세계를 오히려 혼란시켜 작품이 잘 안된다”라고 어느 화백의 독백을 들은 일이 있다.
마음이 풍성한 사람은 관심이 다양하고 애정이 깊으며 취미가 넓고 사색이 풍부한 것이다. 마음이 빈곤하면 관심이 좁고 애정이 없고 취미가 메마르고 사색이 빈약한 법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지나쳐서는 좋은 글이 안나오는 것이다.
지난 4월 13일자 당진시대 1면 톱기사는 “영탑사 금동삼존불 수덕사에 빼앗길 위기”로 나왔다. 금동삼존불상(보물 409호)은 고려시대의 유물로 조계종 7교구 본 사찰인 수덕사 “성보박물관”으로 옮겨 뫼시겠다는 내용이다.
어떤 물건이던 있을 곳에 있어야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특히 보물급 예술품은 여러 사람이 보고 느껴 선인(先人)들의 예술성에 탐닉하고 그들의 얼을 대대로 이어 가야하는 사명감마저 우리들에게 있는 것이다.
“금동삼존불”이 무슨 중죄인이 된듯 경찰파출소 무기고에 보관되고 그것도 10여년이나 지나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차라리 무기고에 방치된 보물이라면 수덕사 박물관에 봉안하여 여러사람이 문화재로서 감상하고 또 예불을 받아야 불상으로서 몫을 다한다고 본다.
영탑사는 87년도에 8천7백만원의 국민세금으로 대웅전을 세웠다. 그렇다면 1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자금운운하는 이유로 “금동삼존불”을 무기고에 방치하고 있었다면 그들은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도난방지책을 모색하여 대웅전에 모셔놓아야 한다. 그것이 불자의 마땅한 의무이며 도리인 것이다.
책임있는 당국에서도 보물급인 “금동삼존불”을 영탑사 대웅전에 모셔다 놓아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에 양질의 문화를 선도하는데 나와 네가 따로 없으며 우선 “내마음부터 변해야 한다”라는 대명제에서 풀어가면 될 것이다.
※연호문학회 회원명단 △회장:김종섭(농업) △부회장:김기자(시인, 주부) △총무:이정음(시인, 사업) △회원:강영숙(주부, 사업), 박옥매(주부, 농업), 이상운·김윤태(직장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