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나는 겨울방학을 맞아 매년 꽁꽁 언 추위에도 전국의 겨울 축제를 찾아 즐겁던 시간을 보냈던 13살 난 큰딸은 결국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늘 감기에 걸리곤 했다. 올해도 예년처럼 감기에 걸려도 크게 걱정할 일은 없었다. 큰딸은 다가오는 3월의 개학을 맞이하기 위해 밀린 방학 숙제를 하면서 설렘 속에서 봄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올해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기다리던 개학도, 따스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도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생전 듣지도 못했던 바이러스가 찾아왔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빠르게 이웃 나라에 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한민국을 잠식하기에 이르렀다.
사스보다 치사율은 낮지만, 메르스보다는 치사율이 높고 전염력도 강하다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마법이라도 걸린 듯 정지됐다. 높은 전염력으로 인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의 가격이 천정부지 뛰었고, 개학을 앞두고 있던 아이들을 위해 나를 비롯한 학부모들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과 마트를 전전하다 결국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 가격의 10배가 넘는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만 했다.
급격히 하루 확진자가 몇백 명씩 나오기 시작하자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의 개학은 연기됐고, 언제 개학할지 기약마저 없었다. 이로 인해 맞벌이 가정들은 당장 집에 홀로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문제가 됐다, 겨울방학 내내 입학과 개학만 기다리던 아이들도 새로운 온라인 학습법에 힘든 적응을 해야만 했다.
매일 쏟아지는 확진자 때문에 교육부는 우왕좌왕했고, 덩달아 학교와 학부모들은 정신없이 아이들을 돌보기 바빴다. 그렇게 봄이 찾아왔다. 다행히 정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초기방역에 성공해 확진자 수도 마스크값도 점차 안정돼 갔지만, 새롭게 시행한 온라인 학습으로 인한 아이들의 학습 부진과 한참 만에 입학과 개학을 맞게 된 아이들은 부분 등교 시행에 온전치 못한 학교생활을 해야만 했다.
학부모 중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시점의 개학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매일 열 명이 채 되지 않는 확진자 수와 학교,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결국 개학을 하게 됐다. 가장 먼저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뻐했다. 기특하게도 아이들은 생활 방역수칙을 잘 지켜냈고 걱정했던 학부모들도, 맞벌이 가정들도 한시름 놓았다.
그렇게 기나긴 더위의 여름이 찾아왔다. 비록 부족한 수업일수 때문에 여름방학이 짧아지긴 했지만, 아이들도 학부모도 학교도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짧은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광복절 집회로 코로나19가 재확산 되고 있다는 소식은 부분 등교에서 정상 등교로 바뀐 학교를 기대하던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또다시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힘들게 정상 등교 결정을 채택한 교육부와 전국의 학교들은 일제히 부분 등교를 다시 시작하게 됐고, 한시름 놓던 맞벌이 가정들은 소위 말하는 멘붕(멘탈붕괴) 상태가 됐다. 힘들게 겨울과 봄을 지나니 다시 힘든 여름과 가을의 반복이었고,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당진 시내권 학교만 보더라도 재확산에 따른 3주간의 원격수업 대체로 인해 선생님들은 또다시 사랑하는 제자들을 직접 가르칠 기회를 놓치게 됐다. 또한 아이들은 한참 신나게 학교생활을 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기회를 박탈당한 채 좁은 집에 다시 갇히게 됐다. 그러면서 여러 지역의 학교에서 확진자로 판명된 학생들이 속출하자 아이들 사이에선 확진자가 된 친구가 하나의 낙인처럼 무차별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그리고 맞벌이 가정에서의 돌봄 문제가 다시 떠올랐고, 전업주부들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와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게 됐다. 우리 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맘카페에선 확진자 동선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수도 없이 쏟아졌고, 학부모들의 피로감과 불안감은 더 커져 여전히 힘든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누구의 잘못도 누구를 탓하지도 못하지만, 1년을 통째로 잃어버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잠시도 나갈 수 없는 밖을 창문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엄마, 친구들과 놀고 싶어요. 학교에 가고 싶어요.”
아이들의 잃어버린 계절을 언제쯤 돌려줄 수 있을까? 우리 어른들의 성숙한 대처와 책임감 있는 자세가 그리고 코로나19 백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 이지혜 탑동초 운영위원장은
-1983년 서울 출생
-탑동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참교육학부모회 당진지회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