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이 아니다. 최근 한국전력이 우강면 구간에 해당하는 삽교호 일대에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우강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송전선로 건설 반대를 외쳐온 주민들에게 봄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난 15일 80여 명의 우강면민들이 ‘송전탑 이제 그만’이라는 띠를 머리에 두르고 당진시청 앞에 모였다. 이날 면민들은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 중 우강면 부장리와 신촌리에 송전탑을 설치하는 삽교호 일대 노선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신평면 구간에 해당하는 5.8km 지중화 구간을 확대해 남원천 하구까지 약 850m를 연장해 지중화해야 한다”면서 “신평에서 아산까지 삽교호를 횡단하는 노선은 최단거리 직선으로 연결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우강면민들은 “삽교호 내수면에 위치한 소들섬의 생태환경이 철탑 및 송전선로로 인해 파괴될 우려가 있다”며 “수 만 마리의 철새 도래지인 소들섬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간 가량 집회를 진행한 뒤 당진시송전선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시민대책위) 주관으로 당진시청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전력 중부건설사업본부 이영길 실장과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조성국 팀장, 어기구 국회의원실 구본현 보좌관, 충청남도 에너지과 이준태 팀장, 당진시 기후에너지과 한광현 과장, 박진한 우강면장 등이 참석해 대책위와 대화를 나눴다.

한전 측에서는 우강면민들이 요구하는 지중화 구간 연장에 대해 “타 지역과 형평성 문제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우강면 송전선로 반대대책위원회 이봉기 부위원장은 “평택항을 횡단하는 해저터널 전력구 공사는 무려 53km에 걸쳐 52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되고 있다”며 “이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요구하는 지중화 구간은 1/10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택과 당진의 지중화 구간을 두고 비교하면, 타 지역과 형평성에 어긋나 지중화 연장이 불가하다는 한전 측의 입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전 중부건설본부 이영길 실장은 “북당진-고덕 간 500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HVDC(고압직류송전) 해저터널 공사로 북당진-신탕정 간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면서 “그동안 범시민대책위와 여러 안을 논의해왔지만 우강대책위에서는 지중화 이외에 다른 안은 고려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더이상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전 측은 우강면 부장리와 신촌리를 지나 소들섬을 거쳐 아산으로 연결되는 기존 안대로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서로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격앙된 상태로 마무리 됐다.
한편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송악읍 부곡리 신당진변전소부터 신평면과 우강면을 거쳐 아산시 신탕정변전소까지 이어지는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길이는 35.6km로, 72기의 송전철탑이 세워지는 가운데, 당진지역은 15.7km에 28기의 철탑이 설치될 예정이다.
우강면 송전선로 반대대책위원회 한마디
최상훈 수석공동대책위원장

“최선의 방안은 ‘지중화’뿐”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에서 우강면 신촌리, 부장리를 지나는 송전선로 노선은 철회돼야 한다. 특히 삽교천은 수 만 마리의 철새도래지로서 생태적, 환경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안은 지중화(수중케이블) 뿐이다. 철탑을 세우지 않고도 송전선로를 연결할 수 있다. 한전은 우강노선을 철회하고 신평면 지중화 구간을 연장해 최단거리로 삽교천을 횡단, 아산지역으로 송전선로를 연결해야 한다.”
문수일 공동대책위원장

“끝까지 소들섬 지켜낼 것”
“면민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면서 이 자리에 섰다.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우강 노선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공청회와 주민 동의 없이 주민들의 막대한 피해를 철저히 무시한 한전의 횡포를 규탄한다. 우강면민들의 염원과 지지로 47년 만에 이름 지어진 소들섬에 송전철탑이 웬말인가? 소들섬을 지켜낼 것을 다짐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이봉기 공동대책부위원장

“삽교호 구간 지중화 약속 어디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어기구 의원실 주관으로 T/F팀을 구성하면서 신평면 지중화 구간 연장 요구는 범대책위가 가장 우선했던 첫 번째 요구안이었다. 하지만 약속된 요구안은 배제된 채 합의가 끝난 송악 구간(서해대교)에서 지중화 공사를 하고 있다. 정부 기관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금강유역환경청에서도 삽교호 전면 지중화 검토를 권고했다. 당진-천안 간 고속도로 건설사업도 위와 같은 이유로 삽교호방조제와 최대한 연접하도록 계획이 변경됐다.”
유이계 부장리 공동대책위원장

“금강환경청·국토관리청도 보존 강조”
“당진의 상징인 삽교호에 한전이 송전탑을 설치하겠다며 힘없는 주민을 회유하고 협박하고 있다. 삽교호는 철새도래지이고 수자원 보호구역이다. 주민 뿐만 아니라 금강유역환경청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도 지중화를 통해 자연 그대로 보존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소들섬과 삽교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사명감 하나로 힘들게 버티고 있다. 삽교호를 소중히 지키고 가꿔야 함을 인식하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