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이 안팔린다”
농협RPC, 3월말 현재 소비율 30%도 안돼
벼 재고량 2만톤 넘어, 농협·농민들 “재고쌀 소진대책 시급”
쌀이 팔리지 않고 있다.
군내 각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에는 현재 지난 가을에 사들인 벼가 가마니째 쌓여 있으며 시중쌀값이 정부수매가 이하로 형성돼 농협RPC들은 심각한 운영난에 직면해 있다.
농협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올 가을 원료곡 수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지원대책을 앞다퉈 요구하고 있으며 농민들은 앞으로 벼를 팔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시중 쌀값이 높아 정부 수매물량을 무더기로 반납시켰던 것이 불과 2년 전의 일이었으나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농협 당진군지부에 따르면 3월말일 현재 군내 9개 농협미곡종합처리장의 벼 재고량은 2만158톤으로 2000년 12월말 재고량 2만8천279톤을 기준으로 소비율이 29%에 그치고 있다. 이맘 때 즈음이면 원료곡 매입량의 60% 이상 나갔던 예년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재고미가 증가하고 쌀 소비둔화가 지속되는데다 시중 쌀값이 정부 수매가 이하로 떨어져 정부 수매가로 벼를 사들였던 농협들이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판매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강농협 지충원 조합장은 “현재 20㎏ 포장쌀이 대도시 소비처에 4만4천원에 공급되고 있다”며 “RPC의 쌀 생산원가가 4만5천원으로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출하되고 있으나 그나마 시중쌀값은 4만2천원대로 가격에서 경쟁이 되질 않아 판매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쌀을 팔려면 시중 쌀값에 맞출 수밖에 없으나 그럴 경우 적자폭이 너무 커 감당할 수가 없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올 가을 원료곡 수매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쌀공급 과잉사태는 계절 진폭마저 아예 없애버려 농협들은 벼수매에 따른 막대한 이자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2월말 현재 정부 비축물량은 1천2백만석으로 세계식량기구에서 권장하는 6백만석의 갑절에 이르러 비어있는 창고가 없는 실정”이라며 “쌀 소비량은 줄어든데다 당진지역의 농협RPC에서는 5만8천원(조곡 40㎏)에 벼를 사들였으나 전라도 지역에서는 5만5천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가격에서 경쟁력이 없어 쌀도 못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농민들은 벌써부터 올 가을 수매걱정에 불안한 영농기를 맞고 있으며 곧 있을 정부의 추곡약정수매에서도 근래에 없었던 농가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과 각 농협에서는 재고쌀 소진대책을 한목소리로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쌀산업 불황의 배경이 가공용으로만 유통되어야 하는 수입쌀이 식용으로 전환,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이 불황에 정책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심각한 파동이 올 것”이라며 “정부에서 농협의 쌀을 사들여 북한에 공급하든지, 식량안보차원에서 보관을 하든지 재고미 소진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