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치매 어머니를 홀로 모시고 있는 아들 A씨는 어머니가 주간보호시설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농사일을 멈추고 집에 와야만 했다. 어머니 귀가를 도운 뒤 씻기고 식사까지 차리면 저녁이 되기 일쑤였다. 모자(母子)에게 도움을 주던 이웃이 애니맘이 돼 바쁜 농번기마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들 대신 애니맘이 어머니의 목욕을 돕고, 식사를 챙긴다. 그리고 말벗까지 해드리니 아들은 걱정 없이 농사일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온다.

#2

외출을 위해 짐을 꾸리는 사이 아이를 돌봐 달라는 요청이 애니맘에 들어왔다. 신청자는 아이를 맡겨 둔 시간 동안 한숨 돌리며 짐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3

당진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통해 스리랑카 부부의 사연이 애니맘에 전해졌다. 당진에 온 지 4년이 된 이들은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날 시기가 곧 다가오지만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받을 곳이 없어 막막하던 상황에서 애니맘에 의뢰가 들어왔다. 언어가 달라도 도움이 필요한 우리 이웃을 위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며 현재 대기 중인 상태다.

#4

당뇨가 있는 한 할아버지가 발가락을 다쳐 매일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아내조차 암 투병 중이어서 평소 봉사로 이들을 도와주던 이웃이 애니맘으로 등록하고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애니맘 서비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애니맘은 당진시 사회복지과의 긴급복지 서비스 연결을 도왔다.

▲ 애니맘 활동가들이 지역 곳곳에서 틈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
▲ 애니맘 활동가들이 지역 곳곳에서 틈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

애니맘이 찾아갑니다

그동안 여성들은 돌봄의 영역에서 마냥 당연한 존재였다. 가족을 챙기고 이웃을 보살피는 일에 대가를 바랄 수 없었다. ‘당연한 돌봄’의 영역에 있던 이들의 활동이 애니맘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누구든지(Anybody), 언제든지(Any time), 어디든지(Anywhere) 도움이 필요하다면 애니맘이 찾아간다.

지난 7월 당진시가 애니맘 서비스 발대식을 열었다. 애니맘 서비스란, 기존 사회복지 정책의 범주 외에 틈새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으로 당진시민 누구든지 애니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인 가구, 취약계층, 육아가정, 심신이 힘든 이웃, 일손이 필요한 사람 등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면 애니맘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 애니맘 현장지원단과 임정규 당진시 여성정책TF팀장이 회의하고 있는 모습
▲ 애니맘 현장지원단과 임정규 당진시 여성정책TF팀장이 회의하고 있는 모습

애니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돌봄이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정리수납과 청소, 이불빨래 대행, 장보기 대행과 밑반찬 만들기, 병원 동행 등 애니맘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도 괜찮다.

6개 지역 각 10명씩 활동

애니맘은 당진시의 여성 일거리 정책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당진시에서는 이 사업을 위해 올해 5000만 원의 예산을 세웠다. 애니맘 서비스 신청자는 1인당 3시간까지 최대 5회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신청자는 제공되는 쿠폰을 활용해 무료로 서비스를 받고, 애니맘들은 쿠폰을 모아 돌봄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올해에는 대호지와 합덕, 순성, 우강, 송산과 당진1·2·3동에서 애니맘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며 지역마다 10명의 애니맘 활동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 애니맘 활동가들이 지역 곳곳에서 틈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
▲ 애니맘 활동가들이 지역 곳곳에서 틈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

서비스 신청자도 애니맘 대기자도 많아

애니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당진 당신을 위한 애니맘’을 검색해 친구추가 후 대화를 걸면 된다. 이곳에 사연을 접수하면 애니맘 현장지원단이 상담을 하고, 출동 가능한 애니맘 활동가를 매칭한다.

최근 애니맘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며 어르신들도 알음알음 물어 신청을 하거나, 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 애니맘을 신청해주기도 한단다. 오는 10월까지 애니맘 서비스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인 가운데 내년에는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해 애니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애니맘 활동가의 만족도 높다.애니맘 활동가들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자신의 역량들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때론 현장에서 이들의 노동 가치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 아쉽다고. 오정애 애니맘 현장지원단장은 “애니맘 서비스 이용자 중 무례하게 애니맘들을 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대상자는 필요한 서비스를 받고, 애니맘은 일을 할 수 있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애니맘 서비스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애니맘 현장지원단 오정애 단장·추경숙·신재선 단원

“여성들 위한 다양한 일거리 만들고 싶어”

애니맘 현장지원단은 콜센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연이 접수되면 상담을 하고 매칭 작업을 도울 뿐만 아니라 행정 처리까지 맡고 있다. 애니맘에서 없어서는 안 될 현장지원단 운영을 오정애 단장과 추경숙·신재선 단원이 맡고 있다.

오정애 단장은 퍼실리테이터로, 여러 토론회에서 활동해왔다. 지난해부터 당진시 여성가족과로부터 여성 일거리 발굴을 위해 컨설팅해 오던 인연으로 애니맘 현장지원단장으로 활동하게 됐단다. 한편 신재선 씨는 지난해 성평등강사 자격을 얻었지만 코로나19로 활동하지 못하고 대기하다가 애니맘 현장지원단에 들어왔다.

또한 추경숙 씨는 당진FM방송국장을 맡고 있다. 직장을 다니다 어깨 수술로 경력이 당절된 후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그러던 중 미디어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다 당진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보고자 현장지원단에 함께하게 됐다. 세 여성 모두 당진에서 활동을 이어온 만큼 냉혹한 여성 일자리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신재선 씨는 “당진에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 여성들이 많다”며 “육아로 인해 8시간 내내 근무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잠시나마 일할 수 있는 곳도 없어서 일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을 위한 일자리와 커뮤니티가 없으니 관계를 형성을 하지 못해 지역생활에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지금이라도 노력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힘들더라도 여성들을 위해 다양한 일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