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엄격한 사도의 맥 잇는 젊은 선생님
강산보다 꿋꿋한 호서고 황일수 선생님
부지런함과 반성적 묵상, 몸으로 가르쳐
문득 우리가 너무 쉽게 말을 하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진정한 스승은 없다느니, 학생도 옛날의 학생이 아니라느니, 남이 하는 말을 받아 자기의 경험과 분석에서 나온 말인 양, 세태비평이 마치 나의 온전함을 증명하는 길인 것처럼 우리의 눈과 입은 어느 새 참 모가 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비평은 쾌감과 함께 망각효과를 준다. 무언가를 신나게 비평하는 동안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또한 우리자신이 비평의 대상과 똑같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린다. 우리자신에게 오물이 묻어있음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자주 남에 대한 비평에 열을 올리는 일은 위험한 일이다. 점점 자신을 망각해 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열을 올려야 할 일은 정작 우리 자신에 관한 일이다. 자신이 아는 그만큼 우리의 행위를 조금씩 높여가고 맞추어 가는 일이다. ‘언행일치’. 그것에 열성을 기울이면 우리는 그만큼 말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호서고등학교 황일수 선생님을 만나고 느낀 것은 첫째가 강직함이고 둘째가 절제함이다. 그것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잠깐 생각해 보았다. 혹시 말과 행위 사이의 간극이 보통 사람보다 좁은 것일까. 말과 행위 사이의 틈새가 좁은 데에서 느껴지는 빡빡함일까.
어쨌든 황일수 선생님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에게 엄격한 옛날 선비의 절도와도 같은 것이었다.
수수하고 말쑥한 잠바차림에 약간 야위어 보이는 인상부터가 그랬다. 그리고 선배교사들에게 혹시나 누가 되지 않을까 시종일관 진심으로 우려하는 모습이 그러했다. 무엇보다 황 선생님을 만나고 다행이라 여겼던 점은 ‘오늘날의 교사상’에 대한 신뢰가 새록 새록 돋아났다는 것이다. 이런 분이 교단에 계시다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많이 계시다면 학교는 여전히 희망이 있는 인격훈련장일 것이다.
황일수(42세) 선생님이 교단에 선 것은 1989년. 그러니까 13년째 교직에 몸담고 계시다. 고향인 정미면 도산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타지에 나가 있다가 ‘사도의 꿈’을 안고 낙향한 지 13년. 강산마저 변한다는 10년 터울도 이미 옛말이지만 선생님은 변함없기가 강산보다도 꿋꿋하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부지런함을 산 교훈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황성생님의 첫번째 원칙이다. 그 사명감으로 선생님은 13년간 30분 일찍 출근하기를 중단한 적이 없다. 아침 7시 30분이면 선생님은 어김없이 출근해 학생들을 기다리신다. 91년 담임을 맡은 후로는 학급 학생들의 등교시간도 7시 40분으로 앞당겼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20분간 이 반 학생들은 자율학습도 하고 황선생님이 가르치는 인성교육도 받는다. 이 시간에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 하루생활에 대한 묵상이며 이 묵상에 빠지지 않는 것이 부모님에 대한 ‘효’이다. 선생님이 지은 ‘효행7훈’은 황선생님 반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이라면 모두 암송하고 있다.
1.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한다 2. 부모님께 공손하고 존대말을 쓴다 3. 몸을 다치지 않도록 하고 건강에 유의한다 4. 부모님께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드린다 5. 부모님과 대화를 자주 하여 기쁘게 해드린다 6. 부모님의 심부름을 잘하고 집안일을 돕는다 7. 형제간에 서로 돕고 우애있게 지낸다 (효행7훈).
선생님이 이처럼 ‘효’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시작하는 까닭은 ‘효’가 모든 것의 으뜸이라는 유학의 가르침 덕이다. 효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다. 자신의 몸을 아끼는 것, 자신의 인격을 아끼는 것, 자신의 인생을 아끼는 것이 모두 효인 까닭이다. 황선생님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학생들에게 한달에 한번은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편지를 쓰도록 하고 있다.
‘성균관대 유학과’ 라는 독특한 전공이 말해주듯이 황선생님은 진정한 군자의 도를 아침 저녁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계신 셈이다.
이외에도 선생님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인격을 함양하는 데 가치를 둘 수 있도록 매월 말일 한달반성문을 쓰도록 하는가 하면 수업 중에도 일주일에 두번은 인성자료를 가지고 사회규범과 민주의식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 말씀이 ‘황선생님 반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특히 “깨끗한 환경 속에서 건전한 사고가 절로 나온다“는 구호대로 주변은 늘 말쑥하게 정리되어 있다. 선생님은 학교업무에서도 늘 FM이다.
그러나 10년을 변함없이 자기 원칙을 고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황선생님 말대로 “나역시 부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게 가능한 것은 “교직이 천직”이라는 선생님 자신의 즐거운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젊은 시절 방황과 고뇌 속에서 얻은 자기철학이 늘 자신을 닦아세우기 때문이다.
사춘기의 고뇌와 열병 탓이기도 했지만 수원의 유신고등학교 시절 그 자신 꼴찌를 경험한 바 있는 선생님은 자만심을 덜 수 있었기에 그 역시 좋은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으신다. 그때 “열심히 준비하는 삶, 최선을 다하는 삶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배웠다.
선생님이 대학에서 유학을 배우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었던 것은 학생지도에 관한 원칙이었다. 모든 학생을 그만이 가진 장점을 기준으로 똑같이 대할 것, 선생이 솔선수범할 것, 학생들을 도덕적 감화로 가르칠 것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은 보통 ‘문제아’라고 부르는 아이들을 ‘발전지향적인 아이’라고 부른다. 선생님은 그 아이들에게 더 따뜻이 대한다.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존중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꾸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꾸중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관대하게. 그것이 선생님의 대원칙이다. 황 선생님 반의 급훈 또한 10년째 변함없이 「사랑하며 건강하고 진솔하게」이다.
그리고 선생님의 수업에는 ‘차렷, 경례’가 없다. 그것은 과거 문화의 잔재이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들은 ‘선생님께 절’을 드린다.
“교사란 꼬장꼬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기를 얻으려고도 하지 말고, 존경을 받으려고도 하지 말고, 아이들이 바로 자라도록 도와주기만 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존경받기 보다 단 한 명에게라도 마음의 상처를 입혀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역지사지하는 태도를 늘 지녀야겠다는 생활신조가 생겼습니다.”
선생님에게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 달리 열정을 쏟는 일이 없다. 남들은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어오기도 하지만 선생님에게는 학생들 일이 가장 즐겁다.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학급 아이들의 이름을 죄다 외우고 한번씩은 상담을 하고나서 맞이하는 선생님. 말로 하기 전에 몸으로,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선생님. 학부모로부터 뭔가를 받았을 땐 지체없이 돌려보내시는 선생님. 그 선생님의 마음 안에는 성현의 가르침 두 개가 아로새겨져 있다.
初心而固執之(초심이고집지) "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진실로 굳게 가져라.
梅經寒苦發淸香(매경한고발청향) " 매화는 고통스러운 추위를 겪은 뒤에야 비로소 맑은 향을 발한다.
김태숙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