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지역 마트노동자 10명 중 6명이 고객으로부터 비난이나 욕설을 들은 경험이 있으며, 7명은 고객의 잘못임에도 무조건 사과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마트노동자가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 등으로 심각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노동자 중 여성이 70%
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센터장 이옥선)가 마트노동자 감정노동 및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개최했다. 마트노동자의 감정노동과 노동환경 실태조사는 치유와 연대의 공동체 ‘두리공감’이 당진시에 있는 대형마트와 하나로마트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 32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각 사업장에 실태조사 협조공문을 발송하고, 조사 취지에 대한 대면 설명 후 설문지를 배포·수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지난달 26일 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 교육실에서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가 열린 가운데, 두리공감 장경희 상임활동가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박인기 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 운영위원 △정하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 △장경희 두리공감 상임활동가 △최진일 새움터 대표가 토론에 참여했다.
조사에 따르면 마트노동자의 73%(232명)가 여성이었으며 40~50대가 80%에 달했다. 또한 70.5%(220명)의 마트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 계약직, 시간제, 파견직 등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었다. 불안정한 노동환경은 노동자 고용의 질이 하락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정노동자로서 마트노동자들이 자신의 어려움과 고통을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데 있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됐다.

여성노동자 보호조치 못 느껴
마트노동자 10명 중 4명은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갈등이나 어려움을 겪고 마음에 손상을 입어 스트레스가 위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노동’은 ‘고객을 응대할 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일하는 노동’을 말한다. 감정노동이 심해지면 노동자들은 감정의 부조화로 우울, 적응 장애, 정신적 탈진상태에 빠질 수 있다.
5가지 항목으로 감정노동 위험빈도를 조사한 결과, 고객을 응대할 때 겪는 갈등이나 어려움 정도를 측정하는 ‘고객응대의 과부하 및 갈등’ 항목에서 316명의 노동자 가운데 138명(43.7%)이 위험군에 속했다. 노동자의 실제 감정과 직장에서 요구하는 감정표현 규범의 충돌로 발생하는 감정부조화, 고객 응대 과정에서 입은 마음의 손상정도를 측정한 ‘감정 부조화 및 손상’ 항목에서는 318명의 노동자 가운데 128명(40.9%)이 위험군이었다.
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여성의 경우 ‘조직의 지지 및 보호체계’에서 48.4%, ‘감정 부조화 및 손상’에서 44.1%가 위험군에 속했다.
이중 조직이 감정노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동자의 어려움이나 피해를 얼마나 예방하고 보호하는가를 측정하는 ‘조직의 지지 및 보호체계’ 항목은 여성 위험군이 48.4%, 남성 위험군이 18.5%으로 성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 노동자들에 비해 노동자 보호조치가 잘 시행되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보호받지 못했던 경험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70%가 일방적인 사과해
이와 더불어 대부분의 마트노동자가 무조건적인 사과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수행 중 고객의 부적절한 행동을 5개 유형으로 질문한 가운데, 고객의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사과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67.6%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업무수행 시 고객에게 모욕적인 비난이나 고함, 욕설 등을 들은 적 있다는 응답이 56.4%를 차지했다. 이어 위협이나 괴롭힘 18.1%, 직위나 성별·나이 등을 이유로 고객으로부터 차별을 받은 경험이 17.5%, 업무수행 시 고객으로부터 성적인 신체 접촉이나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8.6% 순으로 나왔다.
그러나 마트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조치와 사후조치는 미흡했다. 안내문구가 음성 등을 게시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33.4% 달했으며 휴게공간이 없다는 응답은 32.3%를 차지했다.
심지어 고객이 부적절한 행동을 해도 마트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업무를 바로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위험 환경에 노출되며 이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도 받기 힘든 상태로 나타났다.
심리상담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응답이 62.8%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휴식 및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4%, 법적 조치 시 지원되지 않는다는 응답 56.8%, 업무를 중단할 권리가 없다는 응답 38.2% 순이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의 역할은?
한편 이번 실태조사 보고회에서는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사용자(업체)가 시행해야 할 조치도 함께 제안됐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간부문 감정노동자 보호와 권리 증진을 위한 제도와 예산 마련 △노동환경 개선 지원 △매뉴얼 제작 및 예방교육 지원 △노동 안전과 건강관리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연계 등을 제시했다.
한편 사용자(업체)의 역할로는 △감정노동자 보호와 권리증진을 위한 매뉴얼 구축 △고용형태 차별 개선 노력 필요 △쉴 권리 및 일을 중단할 권리의 현실화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안전 보건을 위한 노력 필요 △일터 괴롭힘 예방과 내부 규칙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