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정 연
석문면 초락도리 264
서해 갯바람을 한바퀴 둘러쓰고 난 뒤
종점에서 버스는 늘쩡거리며 출발한다
오일마다 행용 돌아오는 당진장
구경도 구경이려니와
마당가시 심어먹을 고초며 도마도 모종
벌써부터 복작복작 기어 들어오는 날벌레 잡을 파리채
모심기 전에 한갓지게 논배미에 칠 풀약 몇 통
사고서도 돈이 조금 남거든
연하고 빛깔 고른 놈으로 햇김치거리까지
염두 해 두고 쉬엄쉬엄
가다가니 서고 가다가니 서는 느리광이 버스 안에
꼼짝없이 일손을 매어놓는다
아이들은 식전부터 학교로 떠나고
하나같이 버스 칸에 어른들만 모여서
골고루 탄 얼굴로 건너 사람 혹은 뒤엣사람에게
일일이 그 간의 부지런스런 노역을 뵈어준다
동행이 없다가도 자연 생기고
마실 나온 모양 차라리 돌아앉아 읍내 닿기 전까지
수다를 풀어놓아도 할 말이 없는
차장이 끄는 촌뜨기 완행버스는
저도 가끔씩은 귀동냥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가만가만 등에 업고
오월 꽃밭 길 가듯 매일 매일을
하뭇이 하뭇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