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듯이 이름은 그 자체로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갈지를 알려주는 인생의 등대이며 가치이다.
나는 임용된 지 2개월 된 새내기 경찰관이다. 늦깎이로 경찰관이 되었을 때 범죄에 맞서야 한다는 두려움과 국민을 지켜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마음속에서 시소를 타며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반 친구들에게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남자들은 대부분 경찰이 되고 싶다고, 여자들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 것이 생각난다.
왜 경찰이 되고 싶은가 물어보면 ‘경찰은 도둑놈, 나쁜 놈을 혼내주고 우리를 지켜줘서 멋있어서 하고 싶다’고 답했다. 현재 나는 자연인으로서의 박은혜라는 이름 외에 사회인으로서의 경찰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으며 직업인으로서 당진경찰서 합덕파출소에서 지역경찰로 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 파출소에서는 소장님을 중심으로 교통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주민대표인 이장님들을 한분 한분 찾아뵙고 의견을 수렴하는 찾아가는 서비스(Outreach service)로 합덕·우강 지역사회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경찰에 입문하기 전에는 병원에서 환자들의 심리평가와 연구활동을 하는 심리학자로서 박은혜 선생님으로 불려졌고 의료인으로서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키기 위해 윤리적 책임감을 가슴에 품고 인생의 첫 번째 사회인으로 살아왔었다.
두 번째 사회인으로서 2022년 1월 10일 합덕파출소 발령받아 첫 출근을 하여 소장님과 동료 직원분들이 나를 ‘박은혜 경장’이라고 불렀을 때 전기에 감전된 듯 전신에 전율이 돋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무신론자지만 신이 자신을 본떠 인간을 빚으면서 신의 권능을 준 것이 하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언령, 즉 말의 힘이다. 어떤 이름으로 불려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 이름에 맞는 권한과 의무를 갖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 내 직업이 무엇인지, 불려지는 직업 이름에 걸맞는 사회인으로 생활하고 있는지를 반추하며 나는 오늘도 ‘보이스 피싱에 당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결혼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과는 구별되는 고유한 이름이 있으나 결혼 후에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불려지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경계하며 살핀다는 ‘警察(경찰)’의 어원은 경찰의 존재 이유와 경찰이라는 이름이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그것은 국민들을 위협하고 힘들게 하는 모든 것에 ‘警察(경찰)’하여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름의 명령이자 요구이다.
오늘도 나는 경찰로서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것에 대한 긴장감을 가지고 자연인으로서의 ‘박은혜’를 잊지 않는 동시에 시민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회인으로서 나 경찰 ‘박경장’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 현재 여러분의 소중한 사회적 이름은 무엇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