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지사에게 방문단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전달하겠다.”

예상은 했지만 쿠마모토 충남방문단의 첫 방문지인 쿠마모토현청(熊本懸廳, 도청)의 반응은 매우 형식적이었다. 쿠마모토현 교육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현(懸) 교육장을 대신해 교육국 차장이 나왔고, 방문단의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한국인에게 많은 피해를 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가르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됐다. 교과서 문제를 보는 일본 자치단체 행정관료들의 보수적 시각의 깊이를 확인한 방문단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지난 6월7일~9일까지 충남지역 교사, 농민, 목사 등 각계각층 대표들로 구성된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불채택을 위한 쿠마모토 충남방문단’(단장 정수용, 52,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 일행 10명은 일본 쿠마모토현청(도청)을 비롯 시·정(시·군)을 돌며 문제의 왜곡교과서를 채택하지 말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한국내에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반대하는 거센 움직임이 있었지만 일본내 특정지역을 선정해 공세적인 현지 불채택 운동을 벌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이 쿠마모토현을 선택한 것은 충남도와 18년째, 양 지역 시민단체간(충남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평화헌법을 살리는 쿠마모토 현민의 회) 5년째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현실에 기인한다. 여기에 일본의 경우 한국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별 교육위원회에 교과서 채택 권한이 주어지는 요인이 작용했다. 따라서 얼마 전 문부성 검정을 통과한 문제의 ‘새역사 교과서(후소샤)’가 아이들의 책상 위에 펼쳐지느냐의 여부가 사실상 각 자치단체의 선택에 달려있다.

방문단은 2개조로 나눠 쿠마모토현(熊本懸) 북쪽과 남쪽을 각각 순회했다. 이들이 2박3일동안 방문한 지역은 1개 현(도), 1개 광역시, 5개 시·정(시·군)에 이르고 매 지역마다 자치단체, 지방의회, 교육위원회를 방문하는 강행군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방문하는 곳곳 행정기관의 답변은 의례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교과서 문제로 양국 지역간 오랜 우호관계에 영향이 있어서는 안된다”(쿠마모토시의회), “후소샤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쿠마모토시 부시장), “교과서를 신중히 선택하겠다”(야스시로시 교육장), “교과서 문제로 근심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키쿠치시 신임시장) 는 등의 준비된 외교적 용어만이 뒤따랐다.

하지만 방문단은 그럴수록 여러 자료를 제시하며 설득작업을 벌였고, 과거 역사의 진정한 반성을 통해서만 양국의 평화 선린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나아가 양 지역 시민단체는 쿠마모토현 내에서 무더기로 왜곡된 역사교과서가 채택될 경우 충남도와 쿠마모토현간 자매결연 협정 파기 등을 포함한 후속조치를 요구하기로 결의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