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
전 당진군농민회장
농업기술센터에서 김치담그기 실습을 끝낸 구마모토현 농민방문단은 당진군농민회와의 간담회와 환영식을 가진 다음 세농가로 분산하여 농가방문을 했다. 지금까지의 딱딱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한국농촌과 농민의 삶이 어떤지를 체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손님을 맞는 농가에서는 일본농가의 주택문화보다 누추할 것을 생각하여 걱정이 태산같았으나 있는 그대로를 떳떳이 뵈주자고 말했다.
가톨릭교회의 ‘생명운동’ 차원에서 십여년째 무농약 농사를 짓고 있는 신평면 매산리 정광영씨 가정에서도 세사람의 방문단을 맞아 한국인이 즐겨먹는 소주와 형편에 맞는 안주를 준비하여 대접했다. 대화는 자연히 유기농(무농약농사)에 초점이 맞춰졌고 한국의 유기농은 처음 일본을 통해 도입되었는데 부분적으로 일본을 앞선 것도 있다는데 공감하면서 앞으로 양 단체의 농민교류는 유기농 정보교환에 비중을 높이자고 의견일치를 봤다.
다음날 아침은 해당농가의 농장을 돌아보고 오전 10시에 우강 쌀가공 공장을 방문했다. 당진지역은 역시 쌀농사가 중심이고 당진의 대표적인 쌀생산지가 바로 우강지역이기에 이곳을 섭외했다.
지충원 우강농협장은 방문단에게 우강지역의 쌀농사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많은 걱정을 했다. 정부 재고미 문제와 그로 인해 발생되는 농협의 쌀 판매사업의 어려움, 특히 중국의 WTO가입에 따른 중국 쌀수입으로 인한 한국 농민의 피해를 심각하게 표현했다.
강문규 RPC소장은 실무자답게 일본의 휴경지 보상제에 대해 심도있는 질문과 함께 한·일 농협 실무 직원의 교류를 추진해보자는 제안도 했다. 정부와 농협의 농업정책은 일본이 다소 앞선 것 같으니 정보교류를 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휴경지에 대해 소득의 70%를 직접 지불로 보상한다. 한국도 수급조절을 위해 충분한 보상을 전제로 휴경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농지보존을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간척농지 등은 쌀 대신 보리, 콩, 옥수수, 밀 등을 대파해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쌀농사와의 소득 차액을 농민에게 보상해야 할 것이다. 직원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방문단은 예산군 신양면의 ‘육인농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3,000평 규모의 유리온실과 최신식 모델로 된 시설원예단지이다. 총 공사비 25억이 투자됐으며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가 양액재배로 생산되어 모두 일본에 수출된다. 농장이 설립된지 약 5년째 됐으며 현재 공동대표 2인과 일용직 13명으로 구성됐고 손익분기점에 왔다고 한다. 일년 난방비만 해도 일억원정도 소요된다는 말에 방문단과 안내자 모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문단은 한국의 농산물이 일본에 수출되어 일본 농민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농장측은 일본농민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함께 무엇인가 해명을 해야겠는데 적합한 표현을 못해 안타까워 하는 것 같아 내가 잠깐 끼어들었다.
“문제는 WTO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미국정부를 움직여 WTO를 주도했고, 한국의 대일무역 적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들이 일본의 공산품을 한국에 팔고 한국의 농산물을 일본에 팔아 양쪽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농민들을 위해선 이런 구조를 빨리 타파해야겠지만 우선적으로라도 농민들의 희생속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한 기업들에게 세금을 정확히 거둬 농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야 할것이다. 결국 WTO에 대응한 한국의 농업정책은 실패작이며 궁극적으론 WTO를 깨는일이다. 세계각처의 농민들이 끊임없이 WTO를 타파하기 위해 궐기하지만 아직은 힘이 미약하다. 이를 위해 국제교류와 연대가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부시정권과 그를 추종하는 강대국들의 개방논리와 신자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국제연대를 강화하고 특히 종교와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육인농장’ 견학을 마친 방문단은 윤봉길의사를 참배하기 위해 충의사로 발길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