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자유민주연합 안보통일특별위원장)
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주)주간 당진시대 신문사
우리 자유민주연합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한 내각제 실현을 위해 민주당과 연합해 오늘의 공동정부를 탄생시켰다. 이후 우리는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써 정치안정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았으며 냉전적 대치상황 종식과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차원에서 대북정책의 성공을 기원해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나 뜻밖이었다. 친북좌경세력들이 발호하면서 기존의 사회질서와 법치가 유린되고 있으며 ‘민주’, ‘개혁’, ‘진보’, ‘통일’ 등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유희 속에 국민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는 정녕코 우리가 바랬던 것이 아니다. 그런중에 경제는 추락하고 있고 외교는 파경에 이르렀으며 국가안보는 도처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좌우 이념대립과 남남갈등은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지경에 도달했다. 건국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자유민주연합은 무엇을 한 것인가? 건전보수와 안보제일주의를 내걸고 창당된 정당이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집권당이 집권을 도와준 사람들을 무시하고 기만할 때, 그리고 국운을 좌우하는 주요정책들을 집행함에 있어 여론수렴마저 생략한 채 독주할 때 자유민주연합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몇개의 장관자리에 안주해 나라를 위해 고함을 질러야 할 때 침묵하고 국민 민복을 위해 견제해야 할 때 그 역할을 외면했던 자유민주연합이 무슨 불평을 할 자격이 있는가?
더이상은 안된다. 국가 정체성, 안보, 외교, 경제, 교육 등 모든 것이 흔들리는 총체적 위기를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된다. 자유민주연합은 이 지경이 되도록 보수정당, 안보정당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은 장관자리나 권력공유에 연연해선 안될 시기이다. 개개인의 정치계산을 위해 좌우우면할 때가 아니다. 국가정체성이 흔들리고 안보가 무너지고 있지 않는가. 자유민주연합은 구국의 일념으로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
첫째, 자유민주연합은 스스로 당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흔들리는 국가정체성을 바로 잡는데 앞장서야 한다. 중요한 정책들이 친북좌경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물론 집권세력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자유민주체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명시한 헌법이 건재함에도 북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일부 수용하는 통일헌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며 평양축전에 참가해 친북행각으로 말썽을 일으킨 사람들이 시대의 영웅인양 오만방자를 떨고 있다.
개혁의 명분아래 이념적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각종 정책들이 시도되면서 중산층은 붕괴하고 있으며 지식인들의 지위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개혁의 명분아래 교육은 하향획일화의 수순을 밟고 있으며 학교재단과 교단의 권위는 조직화된 데마고그들에 의해 유린되고 있다. 민주화 보상이라는 명분하에 단순한 데모경력자들까지 거액의 국가보상금을 받고 있다.
이렇듯 대북정책, 경제정책, 교육정책, 의료정책 등 중요한 정책들이 특정한 이념적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는 중에 보수인사들은 철저히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그러는 중에서 이념적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단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법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을 선동하고 있으며 어처구니없게도 정부는 이들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사회전체가 심각한 이념적 변질을 겪고 있는 중에도 자유민주연합은 국가정체성 문제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가. 이런 시기에 침묵하는 것은 정당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자유민주연합은 애초에 표방한 건전보수 이념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여기에 반하는 세력이나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히 저항해야 한다.
둘째, 자유민주연합은 현재의 외교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서 보듯 북한은 부쩍 대러 및 대중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의 대미 및 대일외교는 파경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의 파렴치한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총리의 야스꾸니 신사참배로 인해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많지만 그럼에도 정당이나 사회단체들이 할 수 있는 발언과 정부의 대응은 달라야 한다.
미국의 연방항공청이 대한민국을 항공안전위험국으로 판정한 것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미국이 항공시장 규모 세계 10위권내에 있는 한국을 아프리카 후진국들에게 적용하는 등급으로 판정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치게 한 것에는 항공기술적인 면 이외의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동안 한·미간에 노정되어온 대북정책의 이견이나 남북관계의 정체를 미국의 대북 강경자세 탓으로만 돌리려는 한국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시일 수도 있다. 북한에 매달리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미국이 가진 지렛대를 과시한 것일 수도 있으며 한국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우려를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부가 지원하는 세력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현실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미국의 진의를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만약 이러한 것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한다면 이는 엄청난 시련의 조그마한 시작일 뿐이다. 장관 한 두명을 문책해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정부의 체면치레는 될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미관계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안보와 경제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이런식으로 가져가도 무방한 것인가. 북한이 남북화해에 응하지 않고 대러 및 대중 접근을 구체화시키는 중에 대한민국의 대서방 외교가 허물어진다면 이 나라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진정 자유민주연합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라면 이를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에 대해서는 외교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요구해야 하며 이것이 수용되지 않을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마땅할 것이다.
세째, 무너지고 있는 국가안보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구실로 반세기 동안 지켜온 우리의 테두리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사실상 무력화된 가운데 군의 주적개념이 무너지고 북한의 혁명가극 ‘피바다’가 우리의 국방일보에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은 금강산댐에 이어 임진강 물을 동해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일방적인 물줄기 바꾸기로 인해 한강의 수량이 줄어들어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가. 북한 상선들이 오만불손한 언동을 하면서 우리의 영해와 북방한계선을 유린해도 방조해야 하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8.4 북·러 공동선언은 더욱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북한도 주한미군의 존재를 양해하고 있다는 정부 일각의 주장을 비웃듯 아예 미군철수 요구를 명문화하고 나선 것이다.
더이상은 안된다. 이제 자유민주연합은 안보정당의 기치를 높이 들고 중요한 안보문제 하나 하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자민련이 보여온 이중적인 태도나 알듯 말듯한 발언에 국민은 크게 식상해 있다. 더이상 이런식은 안된다. 대북대화의 문을 열어놓아야 하겠지만 용처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가운데 북한에 전력을 보내주어서는 안되며 군사력 증강에 사용될 수 있는 대북지원은 자제해야 한다. 북한의 일방적인 댐건설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아서도 안된다. 우리의 영해와 북방한계선이 또다시 침해되는 경우 군사수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더이상 좌익분자들이 군을 비롯한 요로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보수세력의 힘을 모아야 한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내외에 천명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면서 경거망동하는 이상한 단체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안보란 한번 실패하면 곧바로 망국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상대국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중에도 결코 안보태세를 미리 허물지 않는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인 것이다. 경우가 이러함에도 변화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북한을 믿고 우리의 담장을 허물고 길을 열어주어야 하는가. 북한의 상응조치가 없는 가운데 남침시 주공로가 될 수 있는 길들을 우리 손으로 닦아주어야 하는가. 만약 자유민주연합이 권력공유에 연연한 나머지 중차대한 안보문제에 대해 계속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면 무서운 역사의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상 말씀드린 것을 토대로 두가지 현안에 대해 첨언을 드리겠다.
우선 통일부장관의 해임동의안과 관련한 사항이다. 이번의 해임동의안을 평양축전에 참가한 한국 대표단 일부의 돌출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엄청난 착오가 될 것이다. 사전에 북한과 교신하면서 계획한 친북행각을 돌출행동으로 정의하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다.
그 뿐이 아니다. 현 통일부장관은 햇볕정책을 주도해온 인물로서 대가없이 국부를 탕진한 책임을 져야 할 입장에 있으며 대북정책 결정과정에 있어 보수인사들이 철저히 배제된 독선적인 정책결정 체제를 구축한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갑작스런 친북 학자들의 득세와 지식인 사회의 분열상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은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의 틀을 수정해 찢긴 국가사회를 봉합하고 헝클어진 법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시기이며 통일부장관 해임문제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사안인 것이다. 이는 결코 개인적 정리나 친분으로 묻어둘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때에 자유민주연합은 보수정당, 안보정당으로서 소임을 다해야 마땅하다.
끝으로 자유민주연합의 대선행보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국가정체성을 지키고 안보를 점검하는 것은 결코 특정정당과의 공조관계를 유지하느냐, 단절하느냐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권력공유나 장관자리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때문에 대선논의를 정치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되며 대선만을 의식한 인기발언이나 여론떠보기를 위한 언론플레이도 삼가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자유민주연합은 차라리 해체되는 것이 낫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이다.
대선논의는 진정 구국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자유민주연합은 비장한 소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자유민주연합은 우선 안보정당, 보수정당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앞에 사죄해야 하며 이제부터라도 확실한 당 정체성과 정책을 표방하는 독자정당으로 국민앞에 심판받는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지금은 이념적 정체성이 확실한 정치세력을 국정의 중심에 세우기 위해 건전보수세력들이 기치창검을 높이 들어야 할 때이며 자유민주연합은 그 선방에 서야 한다. 자유민주연합의 지도부가 이런 정신자세로 대선에 임한다면 스스로 살아날 것이며 나라에도 희망이 있다. 이는 자유민주연합에 대해 일말의 애정을 가진, 그리고 번영된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기원하는 국민의 뜻이다. 자유민주연합이 진정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죽기를 각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