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당진시대가 참여하고 있는 바른지역언론연대에서 1997년 미국연수, 1999년도 유럽연수에 이어 세번째로 해외연수에 나섰다.

연대 자문위원인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섭외와 안내로 당진시대에서는 최종길 발행인과 손은영 편집차장, 유종준 기자가 참여한 가운데 8박9일동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채플 힐과 스미스필드, 제블론, 랄리, 캐리 등의 지역과 신문사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3회에 걸쳐 미국 방문기를 연재한다.

1. 미국의 지역신문

2. 미국의 지방자치

3. 미국인의 생활문화

저녁에 열린 주민과 마주앉은 의회

존스톤 카운티의 스미스 필드 타운을 방문한 연수단 일행은 그곳 시의회에서 조금은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넓은 방청석과 자리를 가득 메운 주민들, 방청석을 향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의원석, 그리고 회의장에 가득한 뜨거운 열기는 연수단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미국 시의회의 특징을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은 다른 무엇보다 독특한 공간배치였다. 회의장의 대부분은 놀랍게도 방청석이 차지하고 있었다. 의원석은 회의장 가장 안쪽에 한 줄로 방청석을 향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따라서 의원들은 방청석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회의를 진행했고 방청석의 주민들도 의원들의 뒷모습이나 옆모습이 아닌 앞모습을 바라보며 의정활동을 지켜볼 수 있었다.

또한 이날 회의의 개회시간이 저녁 7시였다는 점도 우리를 놀라게 했다. 저녁시간에 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직장에 다니는 일반주민들이 퇴근 후에 자유롭게 방청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그들의 높은 민주주의적 태도는 연수단을 주눅들게 할 정도였다.

회의는 진지하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미국의 시의회는 자치조직권과 자치인사권,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감사권 등 시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의결기관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이 상정한 안건만을 심의하는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역할의 우리 지방의회와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토론후 방청주민 의견들어

스미스 필드의 시의원들은 서로 입장이 엇갈렸으며 이로 인해 토론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서로의 입장을 자유로이 토론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지만 특히 시의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시장의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빌 조단(Bill Jordan) 시장은 토론이 지나치게 격렬해지는 듯하자 책상을 탕탕 치며 분위기를 수습하고는 토론을 다시 진행시켰다.

미국의 시장은 시 행정을 대표하면서 동시에 시의회의 의장을 맡는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우리 나라와는 달리 시의 정책결정은 의회의 몫이며 따라서 시장이 자신의 뜻대로 의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시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연수단이 볼 때 이날 회의의 하이라이트는 방청석의 주민발언 시간이었다. 의원들의 발언이 거의 마무리되고 회의가 종반을 치닫게 되자 시장은 방청석에 앉아 있던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청석의 주민들이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은 다음 의원석으로 다가가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단순히 경청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직접 의회에서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그들의 성숙한 민주주의는 질투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비상임·비권위 반바지 시장

웨이크 카운티의 제블론 타운은 인구 4천5백명의 아주 작은 도시였다. 현지 지역신문 발행인의 안내를 받아 방문한 시청에서 시의원 및 자치단체의 각 부서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 조금 늦게 시장이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반바지 차림이었다. 로버트 매쓰니(Robert S. Matheny) 시장은 조금은 놀란 표정의 우리들에게 “일하던 도중 연락을 받고 오느라고 옷차림이 이렇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시장은 비상임으로 대부분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시장직을 수행한다. 그렇다고 시정에 소홀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매쓰니 시장은 시의 연혁과 함께 시행정과 의회의 역할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으며 지역의 현안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외국손님을 맞이하면서도 반바지 차림에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편안한 인상으로 대하는 매쓰니 시장을 통해서 권위적이기보다는 주민들의 삶과 함께 하는 미국 자치단체장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수행원없이 정문에서 손님맞는 여성시장

오렌지 카운티의 채플 힐 타운 청사는 다른 주택들과 마찬가지로 잘 정돈된 도시의 한 블럭에 위치하고 있었다. 전혀 관공서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작고 아담했으며 권위적인 느낌을 풍기지 않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뜻밖에도 시장이 수행원의 동행없이 직접 맞아 주었다. 통역의 도움을 받아서야 그가 시장인 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안내하는 직원인 줄로 착각했을 정도이다.

시장은 로즈머리 월도프(Rosemary I. Waldorf)로 채플 힐의 첫 여성시장이었다. 정당공천이 배제됐지만 스스로 민주당 지지자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월도프 시장은 이곳 채플 힐 지역신문의 기자 출신으로 개혁적인 시 행정을 이끌고 있었다.

올해로 6년째 시정을 맡고 있는 월도프 시장은 임기동안 녹지구역의 확대와 소방서 및 교통시설의 개선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월도프 시장은 “올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시장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간의 활동을 통해 충분히 소임을 다했다며 더이상의 미련을 갖지 않았다.

수행원 없이 손님을 직접 정문에서 맞이하고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며 미련없이 다음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월도프 시장의 모습은 미국 민주주의의 한 단면이다.

지방유지들의 독단에 종지부를

웨이크 카운티 캐리타운의 글렌 랭(Glen Lang) 시장은 정치적 소신이 무척 뚜렷한 정치인이었다.

랭 시장은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특정 단체의 지역유지들이 정계와 언론 등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주요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관행을 취임이후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개혁한 인물이다. 캐리타운은 전통 농업사회에서 최근 IBM, MCI 등 첨단 정보통신 업체가 입주하면서 급격한 성장과정에 있는 도시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비교적 고소득을 올리는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주민의 70% 이상이 보수적인 공화당 성향을 띠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랭 시장은 민주당 성향으로 개혁적인 시 행정을 주도하고 있었다.

랭 시장은 급격한 발전과정에서도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시계획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규모 토지 개발업자들의 로비가 있었지만 도시계획을 준수하도록 하고 상급 자치단체의 무리한 개발요구가 있을 경우 해당지역을 공원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원천봉쇄’한다고 한다. 또한 토지를 공공적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데 있어 보상협의를 거부하는 토지 소유자에 대해서는 공시지가에 의해 토지를 강제수용한다고 한다.

사유재산권과 공익의 균형

랭 시장은 “자신의 땅에 무엇을 짓느냐에 따라 주위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사유 재산권과 공익과의 균형을 강조했다. 심지어 캐리 타운에서는 사회의 공익을 위해 개를 두마리 이상 키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시 행정의 특징은 소도시 시가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수기간 동안 방문한 소도시들은 한결같이 건물이 낮고 녹지공간이 충분히 확보돼 있었다. 이에 대해 동행한 한국언론재단 김택환 박사는 “미국의 소도시들은 주변경관을 살리기 위해 모든 건물에 대해 높이를 제한하고 충분한 녹지공간을 확보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농촌에도 고층 아파트를 마구 지어 스카이라인을 망가뜨리는 ‘무례함’도, 콘크리트 건물을 다닥다닥 붙여 숨을 막히게 하는 ‘답답함’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면서도 공익을 위해서는 그것을 과감하게 제한할 줄도 알았다.

시정을 주도하는 정당배제 시의원들

연수단이 이번에 방문했던 자치단체들은 미국의 행정단위상 타운(town)으로 인구가 불과 몇 천명에서 10만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의 읍·면·동 정도에 해당하는 행정단위인 미국의 타운(town)은 비록 적은 인구이지만 주민자치를 위한 모든 구성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이들 타운의 지방자치는 시장을 포함한 10명 안팎의 시의원에 의해 실시되고 있었다. 시의원들은 정당추천이 배제되며 시 전체를 선거구로 한 대선거구에서 4년 임기로 주민에 의해 선출된다.

미국의 시의회는 자치조직권과 인사권, 입법권, 재정권, 감사권 등 시의 전반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의결기관이다.

미국에서는 시장 또한 시의원이며 시의회 의장이기도 하다. 시정에 대한 모든 권한이 자치단체장 1인에게 집중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시의회가 시정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집단지도체제 형식을 띤다. 따라서 시장은 자신의 의사대로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시의원 과반수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의회는 통상 월 두차례 모이고 회의의 의제는 적어도 2주전에 주민에게 공고한다. 회의를 개최하기 3∼4일전에 누가 알세라 군청 게시판에 후다닥 공고하고 회의에 들어가는 우리 지방의회와는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경찰권과 주민위원회

시장은 비상임으로 주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다. 시행정의 실무는 타운 매니저(town manager, 시정지배인 혹은 행정부시장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가 담당한다. 타운 매니저는 의회가 임명하고 언제든지 의회에 의해 해임될 수 있다. 일상적 시행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전체 시공무원을 관리하며 시장, 의회, 기타 선출직 공직자와 시의 각 부서 간부들과 밀접하게 협조하여 시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미국은 또한 경찰과 소방업무도 자치적으로 운영된다. 경찰서장은 시정부에 의해 임명되며 경찰관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자치단체장과 경찰서장이라는 공권력의 이원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경찰권이 없는 지방자치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도 자치단체 산하에 각종 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이름 뿐인 형식적 기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정부가 권한의 일부를 과감하게 위임하는 등 실질적인 주민자치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이끄는 견인차”

캐리타운의 글렌 랭 시장 인터뷰

=지역신문사인 캐리뉴스의 보도에 대해 신문사에 항의한 적이 있는가?

-다섯번 정도 항의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내용을 기사화한 경우와 선거시 나를 비방하는 기사를 11회나 게재한 경우 등에 대해 항의했다. 특히 시장 반대파인 소규모 자영업자가 캐리뉴스의 주요 광고주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신문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문은 민주주의를 이끌어 가는 가장 주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제작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집어넣는 점을 비판하고 싶다. 언론인은 정치인보다 공정해야 하고 항상 비판받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직업이다. 또한 지역규모에 비해 기자수가 적어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캐리뉴스가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는가?

-광고주들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3년전 까지만 해도 여론주도층인 일부 사회단체나 시의원 등 지역유지나 상업인들을 대변하는 성향을 보였으나 소유구조가 바뀌면서 진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신문에서의 정치적 편향이 사라지는 대신 분석기사가 증가했다.

과거 지역신문은 대부분 지역유지가 소유했었고 지역사회의 권력구조의 일부였다. 그러나 개인에서 회사소유로 소유형태가 바뀌면서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거나 색채를 띠지 않거나 여론면에만 의견을 게재하는 식으로 변화했다.

현재의 캐리신문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캐리뉴스의 공정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캐리뉴스를 보고 공화당 사람들은 못마땅해하고 비판을 한다. 민주당 성향인 본인 역시 언론에서 비판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불만이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사람을 화나게 하고 불만을 갖게 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만일 ‘언론이 잘못하고 있으니 그 자유를 제한하자’고 한다면 아마 모두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끌고 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

제블론타운의 로버트 매쓰니 시장 인터뷰

=타운의 공직자 선거는?

-시장 1명과 시의원 5명을 선출한다. 시의원의 경우 임기는 4년이고 의원들이 한꺼번에 모두 교체될 경우 업무파악 및 시정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어 2년마다 선거를 통해 3명을 선출한다. 타운 단위의 선출직 공직자들은 정당추천이 배제되며 비상근이다. 시장도 다른 직업을 겸업하고 있으며 시의회에서 타운매니저를 고용해 행정실무를 담당하도록 한다.

=시장의 권한은?

-시행정을 대표하며 시의회 의장으로 회의를 주관한다. 실질적인 권한은 5명으로 구성된 의회 의원들이 갖고 있다.

=공직자가 정책결정에 있어 자신의 직업상 이해와 관계될 경우 어떻게 행동하는가?

-선출직 공직자들의 경우 자신의 이해관계와 연관되는 사안이 있을 경우 회의 및 결정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지역의 가장 큰 현안문제는?

-빠르게 성장해 가는 지역으로서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방향성의 문제가 가장 큰 현안문제이다.

=1년 예산규모와 공직자 수는?

-71명의 공직자가 상근하고 있고 1년에 700만 달러의 예산을 사용한다. 가장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분야는 경찰과 공공분야인데 각각 22명의 상근자가 있다.

=지역신문과 지역 정부와의 관계는?

-신문은 정부의 일을 주민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기자는 소송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회의에 참석해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각자의 일에 대해 서로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문과 정부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 또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세금을 많이 내는 큰 기업체의 압력행사는 없는지?

-입주하려는 업체로부터 세금감면 청탁이 있었으나 절대 특혜를 주지 않는다. 다만 공동의 필요에 의한 공동투자, 공동개발 등의 사업을 실시하긴 한다. 이 지역은 특혜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경쟁력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지역내 기업유치에 있어 당당히 대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