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오후 4시예요? 기분이 묘해요. 늘 지금 시간이면 친구들과 깔깔대며 교실 청소를 하곤 했는데 말이에요.”
9월1일부터 금강고려화학 당진지점(신평면 거산리) 관리부에 홍일점 여사원으로 출근하게된 홍행자(19세·당진읍 읍내리)씨.
몸에 맞춘듯 잘 어울리는 유니폼이며 능숙한 서류정리 솜씨며, 도통 사회 초년생태가 나지 않던 그녀가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부터는 배시시 웃기만 한다. 수줍음을 가리느라 입주위로 가져간 손끝엔 다홍빛 봉숭아물이 곱게 들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법적 신분은 고등학생. 현재 당진정보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금강고려화학 당진지점에서 3개월 학과 현장실습을 다니던 중 다부진 일처리 솜씨를 눈여겨본 회사 간부들에게 발탁돼 또래 친구들보다 한발짝 먼저 사회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실수투성이에요. 월말 정산 때 서류작성을 잘못해서 다음날 전직원이 고생했던 적도 있어요. 그래도 모두들 웃는 얼굴로 ‘괜찮다’고 말해주시고 일 처리하는데 마지막까지 도와주셨어요. 소속감, 동료애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껴지더라구요.”
홍행자씨의 주 업무는 회계처리와 영업 사원 지원 업무. 본인은 ‘실수투성이’이라고 말했지만 직장선배들이 말하는 그녀는 예의바른 태도와 야무진 일처리 솜씨로 한몫을 톡톡히 해내는 믿음직한 후배다.
고생하는 어머니에게 “빨리 취업해서 월급 봉투째 손에 쥐어 드리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홍씨는 지난 현장실습 때 받은 첫 월급으로 어머니께는 하얀 속옷을 할머니께는 3돈 금반지를 선물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을 때 반지를 팔았다는 할머니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던 그녀는 첫 월급의 대부분을 금반지 구입에 썼다. 반지 끼워드리던 날 할머니는 기쁘고 대견해서, 홍씨는 그런 할머니가 마음이 아파서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홍씨는 회사에서 “맡은 자리의 주인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또 나이 들어 돈이 많이 모이면 충북 음성의 ‘꽃동네’처럼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싶다고 한다.
화장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고, 앞으로도 하고 싶지 않다는 홍행자씨. 자신을 꾸미는 일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먼 훗날엔 이웃까지도 돌보고 싶어하는, 얼굴 만큼이나 맑고 해사한 마음을 가진 그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