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영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 <세월 designtimesp=22722>, <바람속으로 designtimesp=22723>,
<길은 멀다 친구여 designtimesp=22725>, <이슬맺힌 노래 designtimesp=22726> 등
시집 <무늬 designtimesp=22728>(문학과 지성사) 中에서
그
그에게는 유난히 지켜야 할 깨알 같은 약속들이 너무 많았다.
그는 그것을 빠짐없이 성실히 수행했다.
그에게는 유난히 치러야 할 작은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는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에게는 유난히 부양해야 할 가족들과 친지들이 너무 많았다.
그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즐거운 노새가 되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지어 날랐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삶이었는가
젊어 한때 그는 제복 단추를 풀어헤치고
거리의 데모 대열에 뛰어들어 큰 소리로 외치고 싶었지만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에 그것을 망설였고
늙어 한때 그는 일 속에서 빠져나와
고향의 숲길을 싫도록 걷고 싶었지만
상사와의 결재 서류 때문에 그것을 한번도 이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늙은 퇴직자가 되어 공원의 벤치 위에 앉아 탄식한다
“이것이 나의 삶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