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으로 추억 속으로
“봉화산 소나무 나이테처럼 추억이 물들어”
[정제훈 정미면 수당리 이장]
시골에 묻혀 살다보니 변변한 추억이없다. 어린 시절 물장구치고 봉화산에 올라 전쟁놀이하고 지내던 추억이 있지만 사진은 없다. 어려운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지난날의 사진이 많지 않다. 하지만 내 추억은 봉화산 소나무 나이테처럼 물들어 있다.
맨 처음 사진은 군복무시절 어색한 모습으로 M1소총을 들고(가운데) 있는 모습이다. 그 시절에는 철모가 참 무거웠다. 제대 후 나는 부농의 꿈을 꾸며 고향 봉화산 기슭에 둥지를 틀었다. 봉화산의 소나무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고향을 사랑하며 살고 있다.
#1
두번째 사진은 내가 살아오는 동안 가장 멋있는 포즈로 카메라 앞에 섰던 때다. 27살 때로 기억한다. 수덕사의 풍경소리를 요즘도 가끔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옛날 그 풍경소리와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은 없는 것 같다. 이 사진 속에는 차분한 모습의 나와 당당 모습의 20대의 청춘이 있어 아끼는 사진이다.
#2
세번째 사진은 29살 때 지금의 아내(장활수, 55)와 약혼(1975년)했을 때 다소 긴장한 모습이다. 서산 인지면에서 내게 시집온 아내는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착한 사람이다. 아내는 바쁜 농사일과 고추농사에도 별다른 불평 없이 열심히 살림을 돌보아 주고 있다. 이장 일을 6년째 보고 있는데 집안 일은 모두 아내차지가 됐다. 아내에게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답으로 새집을 지어 주고 싶지만 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을 부술 수가 없어 고민이다. 그래도 아내를 위해 결단을 해야 하는데...
#3
마지막 사진은 무던히 일만하던 아내와 공주 마곡사로 여행을 갔을 때 모습이다. 나와 아내는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이 직분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구슬땀을 흘리며 여름날을 보내고 이제 곡식을 추수하는 시기에 풍성한 결실을 기다리고 있다. 요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친일진상규명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산화한(증조부 정원환, 일명 노환) 유공자의 후손의 입장에서 볼 때 실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정 제 훈 (58) / 정미면 수당리 이장
© 당진시대 · 사진과 이야기는 주민이 들려준 것입니다. 원본 사진에는 워터마크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