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남지 않아 그림으로 대신했습니다사진 속으로 추억 속으로
“실습 다니던 목장집 딸과 결혼해 목장 일궈”
[이수호 순성면 나산리장]
순성면 나산리 함봉산자락에 사는 젊은 농부로, 축산인으로 살아오면서 추억을 만들어 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지금은 산업고로 변한 합덕농고를 열심히 다니면서 배운 농업기술을 기초로 살아오는 동안 즐거운 생각들이 있지만 빨리 떠오르는 추억은 많지 않다. 그래서 몇 장의 사진에 기대어 추억을 더듬어 본다
#1
첫번째 사진은 합덕농고(24회) 3학년 시절 농악부로 활동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에 나는 상쇠로 후배들을 이끌고 우리 가락을 배웠다. 사진은 아마 당시에 합덕읍 내경리 간척사업의 성공을 기념하는 자리에 초대되어 농악을 펼쳐 보이던 때로 기억한다.
#2
두번째 사진은 맨 오른쪽의 조카사위인 이암선씨의 약혼을 기념해서 하이킹을 했을 때 사진이다. 당시에는 오토바이가 자가용이었다. 오토바이에 사랑스런 아내를 태우고 합덕과 예산을 지나 수덕사로 줄지어 갔던 기억이 난다.
물론 폭주족은 아니었지만 아내는 지금도 그때를 그리워한다. 아마도 둘이서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은 상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내(46, 윤숙자)는 합덕읍 도곡리가 고향이고 목장집 딸이었다. 나는 학교시절 실습으로 아내의 집 농장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됐다.
#3
세번째 사진은 겨울 어느 날 눈 내린 옥상에서 아내와 함께 영화 ‘러브스토리’를 흉내내며 눈밭에 앉았던 때의 모습이다. 앉은뱅이 산자락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지금도 달려나가는 아내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볼 때 흰눈처럼 행복이 쌓인다. 이제 큰 녀석(25, 이한도)과 막내(23, 이한섭)가 모두 공부를 핑계로 내 품을 떠나 있지만 친구로 지내는 아내가 있어 다가올 겨울이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4
마지막 사진은 올 여름 서산에 있는 연포로 가족피서를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나를 지탱해주는 온 가족의 모습이 있어 자주 책상에 두고 살펴보게 된다. 요즘은 다양한 통신방법이 있어 옛날처럼 소식이 없어 생기는 불안감은 없으나 매일매일 걱정하는 마음은 품에 두고 있을 때보다 늘었다.
이 수 호 (47 / 순성면 나산리장)
© 당진시대 · 사진과 이야기는 주민이 들려준 것입니다. 원본 사진에는 워터마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