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으로 추억 속으로
“가방 안에서 김치국물 흐르던 시절”
이호천 송악고등학교 교사
1982년부터 30년 동안 송악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사진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내가 학생일 때 사진과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 가족과 제자들 사진까지 다양했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그 시절의 재밌었던 혹은 감동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1
첫 번째 사진은 1968년 중학교 1학년 시절 친구들과 서울 흑석동 국립묘지에서 찍었다. 배경으로 찍힌 탱크가 6.25전쟁 때 북한에서 몰고 내려온 탱크다. 그 당시엔 놀 데가 없어서 집 근처 국립묘지에 가서 놀고 그랬다. 당시엔 모두 저렇게 생긴 가방뿐이었다. 버스에 타면 좌석에 앉아 있는 여학생 무릎 위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가방을 수북히 쌓아놓는 등 짓궂은 행동을 좀 했다. 그런데 가방 안 김치통에서 국물이라도 새어나오면 그것만큼 난감한 상황도 없었다.

#2
두 번째 사진은 1981년 단국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할 당시다. 중3 때 처음 만난 아내와 지금은 곁에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과 찍은 사진이다. 아내가 옛날부터 운동을 참 잘했다. 투포환을 하는데 남학생처럼 멀리 던졌고 남학생끼리 하는 배구 시합도 함께 할 정도였다. 아들이 엄마 재능을 물려받았는지 회사에 입사해서 야구부를 만들 정도로 운동을 잘한다.

#3
세 번째 사진은 1982년 송악고등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 3학년 학생들에게 사회를 가르치는 모습이다. 영어 교사였는데 선생님이 부족해서 1학년에겐 윤리, 3학년 직업반에는 사회 과목을 가르쳤다. 윤리는 괜찮았는데 사회는 나도 공부해서 가르치는 거라 양심상 힘들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교무부장 선생님이 대신 가르쳤던 기억도 난다.

#4
네 번째 사진은 영어회화 클럽활동 때 찍었다. 그 시절 졸업식엔 학생들이 감사의 의미로 조금씩 모아 선생님들에게 양복을 한 벌씩 선물해 주곤 했다. 어느 날 장학사가 그 사실을 알고 우리 반 반장을 불러냈다. 그리곤 ‘선생님이 얼마씩 걷어오라고 하니?’라고 물었는데 그 학생이 하는 말이 ‘어떻게 장학사님이 그런 말을 하실 수가 있냐’며 재치 있게 대처했던 기억이 난다.
© 당진시대 · 사진과 이야기는 주민이 들려준 것입니다. 원본 사진에는 워터마크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