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농협·수협·산림조합의 미래를 결정 짓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농·어촌지역의 대표적인 경제조직인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조합장은 조합 인사와 예산은 물론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추진하는 최고책임자로 풀뿌리 지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번 호에서는 3월 8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농협 발전 및 개혁을 위한 과제에 대해 농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현재 당진에는 △지역농협 12곳 △축협 1곳 △낙농축협 1곳 △수협 1곳 △산림조합 1곳으로 총 16개의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지역농협은 심각한 정체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역농협이 농협 설립 목적에 맞게 농민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하지만 농민 조직인 협동조합의 정의와 원칙, 협동조합의 정신은 뒤로 한 채 신용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으로부터 외면받고 결국 ‘조합장과 직원을 위한 조직’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농민들은 “농협은 농민을 위한 조직이 돼야 한다”며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 생존권 보호 최우선”
농민 조합원의 이해와 직접적 관계가 있는 것은 농자재 구매 및 농산물 판매사업과 가공사업 등 농업 관련 사업이다. 그러나 많은 협동조합이 이러한 사업보다는 수익사업인 신용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나 조합원(농민)의 고령화와 농업인구 감소, 농·수산물의 복잡한 유통 구조와 판로 문제, 사료·비료값·기름값 폭등으로 경영비 상승, 낮은 농산물 가격 등은 조합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민들은 협동조합이 조합원들의 농가소득 안정에 앞장서고, 출하품목에 대한 안정화 기금을 조성하는 등 농민의 생존을 돕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흥석 전 당진군농민회장은 “협동조합은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며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영농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농협이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지혜와 역량·책임감을 지닌 전문경영인의 리더십, 시스템의 혁신, 그리고 조합원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동헌 쌀농사연구회장은 “농민들도 우리 농업·농촌의 어려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관심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며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협동조합, 행정에 지속적으로 정책과 의견을 제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도 안 돼…후보자 검증 불가능
한편 선거개혁도 과제로 남아있다. 현재 16곳의 조합 중 단독 입후보로 무투표 당선된 2곳(면천농협·송산농협)을 제외한 나머지 14곳에서 32명의 후보가 조합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선거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선거운동 방식과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선거법 탓에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은 후보자와 정책 및 공약에 대해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A후보는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이나 철저한 정책·공약 검증이 어렵다보니 공약도 대동소이하다”며 “조합원들이 후보자의 공약이 얼마나 실현가능하고 조합원을 위한 것인지, 지역에 특화된 공약인지 알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13일로 짧을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와 달리 선거운동원이나 선거사무소 없이 후보자 혼자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선거운동 방식도 벽보 및 공보, 어깨띠·윗옷·소품 이용, 전화·문자메시지, 공공장소에서 명함 배부 등으로 제한돼 있다. 무엇보다도 토론회도 허용하지 않고 있어 후보자 공약과 신상에 대한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거규정만 놓고 보면 조합 경영으로 이미 조합원들에게 친숙한 현직 조합장이나 직원에게 유리한 구조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자 16명 중 현직이 6명, 직원 출신이 7명이나 당선됐다.
김희봉 당진시농민회 회장은 “30여 년간 조합에서 근무한 직원 출신 후보자와, 농사만 지어온 농민 출신 후보자가 치루는 선거는 시작부터 불공정하다”며 “현직 조합장들이 지난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검증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고 지적했다.
금품으로 표 사는 ‘돈선거’ 오명
이렇다 보니 ‘깜깜이 선거’는 공약·정책 선거가 아닌 ‘금품선거’로 이어진다. 정책은 고사하고 얼굴 알리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금품·선물을 이용해 표를 사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몇몇 입후보자들이 암암리에 조합원을 만나 금품과 선물을 전달하고 음식과 향응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폐쇄적인 선거 구조가 ‘돈선거’라는 오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 선거에서도 송악농협 조합장이 기부행위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으며, 당진수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해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선물을 제공했다는 신고가 있어 선관위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