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전 국회의원
김희봉씨는 필자가 「당진시대」에 기고한 글에 대해 “당진의 원로정객 김현욱씨에 고함”이라는 제하로 반박문을 게재했다. 필자는 여기에 대해 재반박문을 게재하고자 한다.
사실 이런 반박문에 대해 재반박을 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수도 있다. 얼마전 한양대 모 교수가 TV에서 박정희 기념관을 지어야 한다고 말하고 나서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수구반동×”라는 욕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조직적인 공격이었다. 김대중 정부 이후 고개를 들기 시작한 좌익분자들이 보수를 표방하는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공격하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사람들은 결코 스스로 ‘좌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단지 사회개혁을 원하고 모두가 고루 잘사는 사회를 원하여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순수 진보세력 속에 섞여 있으면서 그들과 꼭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구분이 불가능하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김희봉씨도 특정 동기를 가지고 보수인사들을 공격하는 사람이라면 재반박 따위는 불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하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순수한 진보성향의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서로 수긍할 것은 수긍하고 반박할 것은 반박하는 토론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반박을 시도해보기로 하였다.
우선, ‘언어유희’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하고자 한다. 필자가 “특정세력이 민주, 개혁, 진보, 통일 등의 언어를 독점하고 있다” 라고 한 것은 진정 민주화와 개혁을 원하는 순수 개혁세력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필자가 지목하는 것은 순수세력 틈에 섞여 있으면서 불순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을 지칭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특정정파의 돈을 받고 그들의 뜻에 따라 정적을 제거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정책을 홍보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을 지칭했을 뿐이다. 그들은 언제나 듣기 좋은 구호들을 외치고 있다. 필자는 그들의 실체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펼치는 선동정치가 이 나라의 국법질서를 해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문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시비하는 것은 스스로 순수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김희봉씨의 “그렇다면 자민련은 자유니 안보니 하는 언어유희를 벌이지 않는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자민련은 이런 구호들을 내세우면서도 걸맞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민련 창당에 관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김희봉씨는 필자가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김종필 명예총재에게 거듭날 것을 촉구하는 등 당내에서 펼치고 있는 투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김대중 정부가 보수인사들을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자민련 총리나 장관들이 정부에 참여하지 않았는가” 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100% 공감한다. 사실 자민련에서 입각한 사람들은 당연히 자민련의 색깔을 대변하고 정책조율을 시도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일단 입각하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거슬리지 않는데 진력했으며 자민련의 색깔을 대변할 기질을 가진 사람은 아예 입각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김종필 명예총재를 위시한 자민련 수뇌부도 책임이 많다. 그럼에도 자민련의 도움을 받아 집권한 이 정부가 자민련을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장관자리 몇 개 배당하는 것으로 입막음을 했던 것은 파렴치한 일이었다.
김희봉씨는 “호국유공자들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화보상의 명분으로 단순한 데모 경력자들까지 거액의 보상금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필자의 주장에 대해서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민주인사들의 명예를 짓밟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필자가 언제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보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는가. 필자가 말하는 것은 민주화와 무관하게 반체제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나 심지어 불순한 동기로 사회분란을 야기했던 인사들마저 스스로 ‘민주인사’로 둔갑되어 보상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 것 뿐이다. 남의 글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늘 정확한 해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희봉씨는 필자가 8.15 축전에 참가한 방북단 일각이 보여준 친북행각을 비난한 부분에 대해서도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민간단체 인사들이며 성과도 있었다”라는 요지로 반박하고 있다. 필자는 결코 방북단의 성과가 없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말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제멋대로 비판하는 습성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는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남북통일 이룩하자”는 글을 남긴 강 모 교수 등의 행적에 관해 비난한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이것이 북한식 통일을 하자는 뜻이라는 것을 알것이다. 만약 김희봉씨가 그를 두둔하고 싶어 필자를 공격했다면, 더 이상 논쟁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어차피 사상이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민간단체가 아니냐”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그 ‘민간단체 사람’ 중에는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정부의 대북정책을 홍보하는 나팔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운동권 출신이나 보안법 위반으로 복역한 사람들도 있었다. 즉, 방북단은 대한민국 국민의 구성비율대로 구성된 것이 아니었다. 대표단의 선발과정이나 구성내역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볼 것을 김희봉씨에게 권고한다.
“남북철도 연결사업을 마치 남침로를 닦아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과연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학자인지 의심스럽다”라고 비난하는 부분에서 김희봉씨는 참으로 말을 함부로 하고 있다. 필자가 강조한 것은 상호주의였다. 남쪽에서 지뢰를 제거하고 길을 닦으면 북쪽에서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북쪽에 지뢰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남쪽만 지뢰를 제거하는 것은 일단 안보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래서 남북대화는 물론 중요하며 앞으로도 추진되어야 할 것이지만, 매사에 있어 안보원칙을 지켜나가자는 것이었다. 차제에 말해두거니와, 김희봉씨는 이런 논쟁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학생이든, 학자든 여러 가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김희봉씨가 대북대화에 있어 안보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사람이라면 필자는 늘 안보를 점검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즉, 이 문제에 관한 한 김희봉씨가 진보적인 입장이라면 필자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놓고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학자인지 의심스럽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곰곰이 되새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