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나갑시다. 취재할 사람 소개해 줄테니.”
소름이 오슬오슬 돋는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게에 들어선 기자에게 주인 김환각(45세)씨는 대뜸 ‘나가자’란 말부터 한다. 자신은 신문에 오를만한 사람이 못되니 이웃의 숨어 봉사하는 좋은 사람을 대신 취재해 가라는 것.
“나한테서 무슨 얘깃거리가 나오겠어요. 그보다는 칭찬 릴레이 한번 해보세요. 지역에서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경제도 안 좋은 이때 어두운 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좋잖아요.”
석문면 도비도 농어촌휴양단지 초입에서 24시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환각씨. 한 토막의 기사라도 딱딱한 글보다 훈훈한 미담을 실어야한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하는 이 고집 센 독자는 얼어붙은 채 서 있는 기자의 울상이 된 얼굴을 살피고는 그제야 자리를 내어준다.
“부탁하고 싶은 점은 당진의 경제가 어렵게 됐다는 쪽에만 기사 방향을 맞추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지역 경제가 어려운 것은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사람들은 작더라도 희망의 빛을 보고 싶어합니다. 가슴 훈훈한 사연들, 아름다운 얘깃거리,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 그런 기사를 보며 살아갈 용기를 얻도록 해주세요.”
도비도에 가족 모두가 들어와 편의점을 운영한지 3년째. 철마다 들고 나는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김씨는 얼마 전부터 가게 옆 공터에 작은 동물농장을 만들었다. 새장 안에 공작비둘기, 금계 등을 키우고 잔디밭에는 토끼 16마리를 풀어놓았다. 김씨에게 이 동물농장은 ‘작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도비도에는 먹거리에 비해서 볼거리가 없어요. 저희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동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다음에 또 도비도를 찾을런지 누가 압니까. 볼거리가 없다고 탓만 할 게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만들어가야죠.”
김씨는 동물농장을 돌보는 일 외에도 매일 아침 대호방조제를 따라 조깅하며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마대자루에 담아오는 일을 3년째 계속해 오고 있다. 단지 “건강 삼아 뛰는 것일 뿐”이라며 “신문에 내지도,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신문을 통해 가슴 훈훈한 이야기를 접하고 싶다는 김씨. 그 자신이 충분히 미담의 주인공이 되고도 남음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