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11시 20분경 발생한 대호지면 사성리 산불이 4일 오후 5시까지 이어지면서 화재발생 54시간 만에 완진됐다.
지난 2일 오전 11시 20분경 발생한 대호지면 사성리 산불이 4일 오후 5시까지 이어지면서 화재발생 54시간 만에 완진됐다.

4월 2일 낮 12시 40분,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당진시] 오늘 11시 22분경 대호지면 사성리 산166 산불 발생. 산불 확산이 우려되니 인근주민과 등산객은 마을회관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3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4시경, 다시 한 번 재난안전 문자가 도착했다. “[당진시청] 금일 11시 22분경 대호지면 사성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 중입니다. 대호지면 조금리 및 사성리 마을주민은 조금초등학교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시작된 불은 두 번의 밤을 꼬박 넘기고 54시간 동안 이어졌다. 잔불 정리까지 완전 진화를 선언한 시간은 4월 4일 오후 5시였다. 그 무렵 당진시 전역에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민가·인명 피해 없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간 이어진 산불로 대호지면 사성리와 조금리 인근의 야산 약 68ha(20만5700평)가 불에 타고 컨테이너 1동, 비닐하우스 1동이 소실됐다. 사성리에 위치한 목재공장 벽면이 그을렸으나, 다행이 인명과 민가에는 피해가 없었다. 당진소방서에 따르면 전체 화재 영향 범위 2.3㎢ 내에 있는 공장 4개와 주택 300여 채, 축사 4개소 등이 있어, 한 때 민가와 축사 등으로 불이 번질까봐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화재 발생한 직후 소방관들은 이곳에 화마가 덮쳐 인명·재산 피해가 나지 않도록 집 주변에 물을 뿌리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했던 것이다.

건조한 날씨에 꺼질만 하면 재점화

4월 2일 오후 5시경 산불경보 2단계가 발령됐다. 3일 밤, 주불이 98%까지 잡혔지만 4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 재발화가 시작되면서 낮까지 화재가 계속 이어졌다. 낮시간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불길을 잡을 만하면, 밤늦은 시각 바람이 불면서 다 정리되지 못한 잔불 속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됐다. 소방헬기는 일몰이 가까워져 오는 5시 30분 이후부터는 운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낮에 최대한 산불을 잡아야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인근 홍성을 비롯해 보령, 부여, 금산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면서 산불 첫 날 대호지면에 투입된 헬기는 4대에 불과했다. 그 다음 날인 3일에는 10대의 헬기가, 4일에는 6대의 헬기가 동원돼 산불 진화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한 날씨 탓에 표면에 뿌린 물이 금방 말라 땅속까지 스며들지 못했고, 숨어 있던 불씨가 밤이 되면 되살아났다.

“집 주변 불 탄 나무 정리 막막”

불길이 무섭게 치솟을 때는 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불이 사람을 덮칠 우려가 있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는 진화작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길 꽁무니만 쫓을 수밖에 없어 효과적인 진화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대한 소방헬기로 불길을 잡아야 하지만, 십여 대의 소방헬기가 쉼 없이 물을 퍼 날라도 헬기 운영이 가능한 시간은 짧기만 했다. 숲이 타들어 가는 시간이 더 빨랐다.

대호지면 사성리와 인천을 오가면서 지내고 있는 주민 정현웅 씨는 산불이 발생했던 당시 인천에 있다가 이웃의 연락을 받고 밤 12시에 부리나케 사성리로 내려왔다. 정 씨의 집 바로 뒤로 불길이 지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인천을 올라가기 전, 집 주변 나뭇가지와 낙엽을 정리하지 않았더라면 집까지 온통 불에 탈 뻔했다.

정현웅 씨는 “마을주민들의 얘길 들어보니 불길이 50m까지 치솟았고 불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단다”며 “집이 불타지 않아 다행이지만 애써 키운 분재와 집 근처에 아끼던 감나무, 대나무, 앵두나무가 모두 불탔다”고 말했다. 그는 “불에 탄 나무가 쓰러져 비닐하우스를 덮치는 등 집 주변이 엉망인데,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몇 날 며칠 이어진 화재 처음”

이번 화재 진화에는 연인원 2091명의 진화 인력이 투입됐다. 소방관은 물론이고 당진시 공무원 역시 전 직원 동원령이 떨어져 모든 부서의 직원이 3개 조로 나뉘어 밤낮없이 교대로 진화 작업에 나섰다. 최소한의 행정 인력이 시청에 남아 업무를보다, 교대시간이 되면 대호지면으로 뛰어갔다. 이들은 조금리 잔치회관에서 대기하다가 필요시 바로바로 잔불 정리에 투입됐다.

당진시 홍보협력담당관실 심승보 홍보팀장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며 “공무원들은 주로 갈퀴를 들고 산에 올라 잔불 정리를 맡았는데, 땅이 뜨끈뜨끈해서 신발 밑창이 녹아 벌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에 헤드랜턴을 켜고 잔불을 끄는데 하얀 재가 함박눈처럼 내렸다”면서 “잔불 정리 중 물차 호스가 터지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진시 기획예산담당관실 홍경표 예산팀장은 “공무원들이 산불 진화에 투입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몇 날 며칠 동안 이어진 불은 처음”이라며 “비가 내리지 않고 건조한 날씨 탓에 불이 다 꺼진 것 같았던 땅에서 다시 불이 살아나길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당진시 산불감시원과 군인, 의용소방대 등이 사흘 내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화작업에 투입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 중

한편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조사 중이다. 한때 한식을 앞두고 방문한 성묘객의 담배꽁초가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는 상태다. 당진소방서는 “전기적 요인 등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아 입산객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와 관련한 영상을 유튜브 ‘당진방송’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임아연·한수미·박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