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을 누렇게 물들이던 가을은 이제 마을농가로 찾아들어 주인도 모르는 새 빨갛게 익은 감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고대 항곡리 영랑사 앞 최인순씨의 집 뒤뜰에도 감나무 세그루가 사이좋게 실한 열매를 맺었다. 감풍년인가 싶었더니 그게 아니란다.

“농사일 하느라 어디 딸 틈이 있었나. 내버려 뒀더니 저리 무거워져 버렸네. 필요하면 따가슈. 가져갈 수 있는만큼 다 따가슈.”

쉽게 딸 수 있도록 손수 가지를 잡아 내려주시는 최인순씨. 제값 못받는 농사일로 시름에 잠긴 우리네 농촌이지만 퍼주는 인심만은 감나무만큼이나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