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찌나 떨리던지... 관객들과 동화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워요.”
지난 11월 8일 남대문 메사 팝콘홀에서 열린 KBS 2FM ‘학교콘서트 1318 개그 열전’에 참가해 동상을 받은 은주(호서고2)와 수연(호서고2)이는 한 달이 지난 지금에도 그 때를 생각하면 긴장이 된다.
“우리가 첫번째 출연자로 결정되어서 더욱 떨렸던 것 같아요. 게다가 초청가수들의 무대가 끝난 후라 반응은 썰렁했구요. 그런데 앞에서 조금씩 웃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때부터 은주와 수연이는 힘이 났다. 아빠가 입던 조기축구회 티와 몸빼를 차려입고 나선 첫무대에서 관객이 자신들을 보고 웃어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배너를 보고 수연이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신청을 했다는 은주는 당연히 같이 나가 줄 거라 믿었다. “신청했으니까 따라와라”는 통보(?)를 받은 수연이는 별다른 이견없이 같이 나가게 되었다. 그만큼 둘은 단짝이다.
고1때 같은 반이 되어서 만난 이들은 사귀게 된 것도 예사롭지가 않다.
“학기초였는데 은주가 반찬통에다 필기도구를 담아 온 거에요. 참 특이한 애다 그런 생각이 들었죠. 한 마디로 필(feel)이 딱 꽂힌 거예요.”(웃음)
집에 굴러다니던 반찬통에 볼펜을 넣어봤더니 딱 맞아서 필통 대용으로 썼다는 은주. 그 덕에 좋은 친구 수연이를 만났다고 한다. 그 후 둘은 붙어 다니면서 친구들을 웃기기 시작했고 축제 때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친구들의 입소문을 타고 어느 선생님의 귀에 들어가 예선을 치르지 않고도 학교축제에 올라간 것이 계기가 돼 해마다 축제에 빠지지 않는 약방의 감초인 셈이다.
큰 무대보다 작은 무대가 더 겁이 난다는 은주와 수연이는 큰 무대에 자꾸 서다보니 사람이 많은 무대가 더 편하다. 가장 힘든 곳은 역시 교실. 친구들의 반응 하나 하나가 다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냉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연: “야~ 춘자야! 애미 KBS방송 나왔다.”
은주: “아~ 무식하긴... KBS가 아니라 SBS라니까!”
수연: 됐어! 그까짓게 뭐가 중요혀.
은주: 참. 진홍이 너 잘지내냐? 방은 따뜻하고? 니 애미가 자는 방은 냉골이다. 근디 하나도 신경쓰지 말라. 그리고 너 생각나면 귀뚜라미 보일러 그거 있잖냐? 그거 하나만 나주라. 그때까진 내가 지게 메고 산에 가서 나무해오면 되니까. 산에 가서 나무 해오다 굴르면 니 욕하지 내 욕하겄냐?
참가 당시 모습을 잠깐만 보여달라고 주문하자 망설임 없이 벌떡 일어선 수연이와 은주는 어느새 사투리 팍팍 쓰는 시골 할머니가 되어있었다. 얼마전 한 방송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고향에서 온 편지’를 패러디한 것이다.
늘 같이 붙어 다니다가 반이 떨어져서 외롭지 않느냐고 묻자 그래서 더 좋은 점이 있다고 한다.
“사실 매일 붙어 다니면서 친구들을 많이 웃기기는 했죠. 그런데 지금은 서로 떨어져서 웃기거든요. 그러면서 서로에게 충고를 해주는 거에요. 같이 있을 때는 몰랐던 그런 부분들 말이에요.”
이번 큰 무대에 서고 나서 개그맨도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수연이는 사람들을 웃기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고 한마디 한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사람은 남에게 상처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서 개그작가와 유치원교사를 꿈꾸고 있는 은주와 수연이는 1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웃음과 우정으로 서로에게 남아 있을 것을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