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던 것이 어느새 탁구공 만하게 굵어졌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열매를 솎아주는 적과 작업을 끝내고, 사과나무에서는 어린 사과 열매들이 햇빛을 받으며 덩치를 키워나간다. 순성면 아찬리 최길호 씨의 과원에서 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과들. 그러나 한편에 자리한 텅 빈 과원은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 달 전 최 씨는 어린 사과 자식들을 떠나보냈다.
당진에서는 지난 2021년 첫 과수화상병이 발병하고, 현재까지 매년 화상병이 발생했다. 그중 순성면 아찬리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빠지지 않고 병이 발생한 단골 발생지다. 올해 처음 화상병에 걸렸다는 피해농가 최길호 씨는 아버지 뒤를 이어 아찬리에서 계속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최근 최 씨뿐 아니라 주변 다른 농가들도 한꺼번에 화상병에 걸렸다. 최 씨는 “마음이 심란하다”면서 “한번 걸리면 계속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수화상병에 걸리면 농가 주인들도 서로 교류를 못한다”면서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의 과원에도 퍼질까봐 어딜 나가지를 못하고, ‘나 때문에 전염된 것은 아닌가’하는 죄책감도 든다”고 덧붙였다.
과수화상병은 세균에 의해 사과나무나 배나무가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 검게 그을린 증상을 보이다가 나무 전체가 말라 죽는다. 식물 전염병이지만 예방약과 치료제가 없어 감염된 나무는 모두 땅에 묻는 것만이 확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최 씨의 과원도 빠르게 매몰 작업이 이뤄졌다. 지난 5월 24일 전체 6000평 규모의 과수원 중 병이 발생한 구역의 250평 규모를 매몰했다. 최 씨는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첫해에는 나무 한 줄만 병에 걸려도 전체 매몰했는데, 2~3년 지난 요즘에는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보상을 책임질 정부의 부담이 커지니까 부분 매몰한다”고 덧붙였다.
8년생 홍로 사과나무 104그루가 모두 땅속에 묻혔다. 최 씨는 “꽃과 열매 솎기 등 일을 다 하고, 이제 열매를 키워 수확만 남았는데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면서 “빈 땅을 볼 때면 그저 자식 잃은 슬픔이고,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앞으로 2년간 매몰지에서는 땅을 발굴할 수도, 사과 농사를 지을 수도 없다. 정부의 보상책도 줄어들어 농가의 어려움만 커지고 있단다. 최 씨는 “4년여 전에는 4년 치 농사에 대한 보상을 해줬는데, 이제는 정부에 예산이 없다면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2년에 대한 보상만 이뤄진다”면서 “이것도 연말에나 보상이 진행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 일당이 여성은 11만 원, 남성은 15만 원”이라면서 “인건비에 경영비 등을 합하면 지출은 더 커지는데 정부의 보상금으로 이를 충당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다시 사과나무를 심을 의욕이 나지 않는단다. 최 씨는 “또 과수화상병에 걸리면 어떡하느냐”면서 “과거 아찬리에 사과농사 짓는 농가가 30곳이 있었는데, 현제는 5곳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고령의 나이와 과수원에 병이 드니 점점 폐농이 늘어만 간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