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가평의 자라섬재즈축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제로 꼽힌다. 19회 동안 누적 관객 수 약 288만 명을 기록한 대표 축제가 열리는 자라섬은, 비만 오면 잠기는 땅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곳이 누군가의 손길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즈의 성지’가 됐다. 그 중심에는 인재진 자라섬페스티벌 총감독이 있다. 인 감독은 합덕읍 운산리 출신으로, 합덕초를 재학하던 중 5학년 때 서울로 떠난다. 그리고 올해 고향의 문화·예술을 한 단계 올리고자 정책특별보좌관으로 위촉됐다. 인재진 총감독을 만나 당진의 문화·예술 축제와 행사의 현주소를 물었다.

지난 4월, 특보로 위촉되고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당진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가.
가평에서 수요일마다 어머니가 계시는 당진에 온다. 그리고 목요일마다 당진시청을 나온다. 그동안 바빴다. 당진시 안에 다양한 부서가 있는데, 자문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당진시농업기술센터에서 아미쌀을 홍보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문화체육과나 관광과에서 진행하는 행사부터 지역경제과에서 정부의 공모사업에 대한 상의까지 다양하게 나를 찾는다. 엄청 바쁘다. 이들이 오면 지역의 현안에 대해 듣고, 내 경험에 입각해 할 수 있는 말을 해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선하고 만들어 나가자는 말을 한다. 고향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 고맙다.
당진의 문화예술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당진은 특이한 부분이 있다. 인구가 늘어나고, 기업이 몰려들면서 성장하는 도시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서 문화예술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당진의 규모를 생각하면 문화예술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을 갖는 것이 문화와 예술이다. 당진은 없는 게 없는 도시다. 근데 내세울 것도 없다.
왜 내세울 것이 없을까?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아서다. 흩어진 것을 모아서 전략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다. 방법은 간단하다. 정리돼야 한다.
당진에도 오래 진행된 축제가 많다. 없앨 것은 없애고 고칠 것은 고치고, 만들 것은 만들어야 한다. 일관된 전략 아래 종합계획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특히 어떤 부분이 부족한가.
당진은 여기서 ‘찔끔’, 저기서 ‘찔끔’ 축제와 행사가 열린다. 주민들이 개최하는 것을 좋으나 잘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집중하고 선택할 것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진은 아쉬운 게 없는 도시다. 그만큼 절박함도 없다. 변화는 결핍과 절박함 속에서 나온다. 당진의 풍요로운 자원이 결국 게으르게 만든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축제나 행사를 주최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 잘해보고 싶어 한다. 이들도 문제를 알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들이 해결할 수는 없다. 길을 보여줄 사람이 필요하다.
‘길을 보여줄 사람’이라는 것은?
당진시는 지역의 인재를 키울 필요가 있다. 축제나 행사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니, 이를 알려줄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로컬(지역)에서 일어난 일은 로컬(지역)에서 해결해야 한다. 일꾼을 양성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좋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당진의 아쉬운 점은?
예산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축제와 행사를 개최할 때 매우 열심히 한다. 열심히 한 만큼 발전도 이뤄졌다. 당진은 전략적으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예산을 많이 쓴다면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당진에서는 기지시줄다리기축제가 가장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데, 다른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적은 정도다. 축제는 예산에 따라 확실히 달라진다. 당진은 외부 유입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다. 외지인이 늘어날수록 중요한 것이 문화적인 니즈다.
당진에서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축제가 있다면.
기지시줄다리기축제다. 기지시줄다리기축제는 굉장히 잘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성과 전통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전문적으로 포장하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내년에 유네스코 등재 10주년을 맞아서 당진시에서도 TF팀도 만들고 예산도 지원한다고 하는데, 그만큼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 외로 가능성을 가진 축제나 지역이 있다면.
외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면천에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읍성 주변으로 축제를 잘 만들면 수준 높은 문화 행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찔끔찔끔’ 하는 행사들은 그대로 하고, 퍼부어서 할 것도 해야 한다. 지금은 당진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 행사가 없다. 장소라면 면천이 가능성 있는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한 곳은 석문방조제다.
법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8km에 달하는 석문방조제는 다른 지역의 방조제와는 다르다. 높이가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래피티를 하면 어떨까. 세계적인 작가들도 불러 올 수 있다. 뱅크시(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래비티 작가)가 몰래 올지 누가 알겠는가. 석문방조제 주변에 장고항 일대가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남아 있다. 그리고 공단 내에 무대와 골프장이 있으니 이를 잘 꾀어 낸다면 무언가 나올 수도 있다.
도비도와 난지섬 역시 관광지로서 자원을 갖추고 있다.
성공적인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 번째는 주민들이 즐겁게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자랑이 되고, 알아서 홍보에 나선다. 그리고 ‘멋진 것’을 해야 한다. 콘텐츠가 있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선순환 되어야 하는 게 축제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단합하는 것이 축제의 목적이다. 축제의 경제유발효과는 의미 없다고 본다. 기지시줄다리기축제를 보았을 때, 줄다리기가 가진 의미는 화합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필요한 부분이고, 시대정신하고도 부합한다. 이를 화두로 한다면 경제유발효과가 아니더라도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잘 키운 축제가 주는 가치는?
축제는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문화 자산이 된다. 잘 키운 축제를 자산으로서 자리잡게 만들면 여기서 파생되는 것이 많다. 당진에 잘 키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와 예술의 수준을 대폭 올려야 한다.
제2의 자라섬을 찾는다고 하는데, 혹시 당진이 될 가능성은?
당진에 하면 되지 않냐(하하). 당진은 (자라섬재즈축제와 같은 것이) 필요한 곳이다. 내세울 것 하나 만들자. 가능성은 충분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고향인 당진은 나에게 다른 도시와 다른 느낌이 있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나를 환영해주는 것 같다. 능력은 없으나 고향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즐겁게 할 생각이다. 물론 혼자서 될 일은 아니다. 당진시가 지향하는 방향이 나와 잘 맞으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