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당진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마을의 모습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마을의 이야기를 신문 지면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기록한다.
※ 이 기사는 2024년도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으로 취재·보도합니다. 기사 내용은 유튜브 채널 ‘당진방송’을 통해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합덕읍 석우리에는 3명의 이장이 있다. 법정리인 석우리 안에는 석우리, 창정리, 재오지리가 속해 있는데 당초 석우리가 마을 3개를 합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중 창정리(滄汀里)에는 인구 75가구 140명 정도가 살고 있다. 마을 지형은 완전히 평야만 있는 게 아니라 중산간 지역이란다. 창정리에서 태어나고 자라, 약 22년간 마을 이장을 맡았던 강을형 이장은 “들(평야)만 있으면 농가 호수가 상당히 줄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창정 마을은 다행히도 축산, 수도작, 밭작물, 하우스 등 여러 분야로 농사를 짓고 있어서 농가 호수가 많이 줄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에게 하사받은 마을 이름
창정리는 본래 홍주군 합북면에 있는 마을이었다. 행정구역 통폐합을 거치면서 당진시 합덕읍으로 바뀌었다. 특히 창정리라는 이름은 이곳에 집성촌을 이룬 강씨 집안에서 유래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강천영(78) 노인회장은 “(창정마을회관에서 고덕IC방향으로 약 200m 정도 가면 모퉁이에) 바위에 창정(滄汀)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며 “강을형 이장의 8대조 할아버지(강사혁)의 호가 ‘창정’인데, 그 분이 당시에 진사 시험에 합격해 임금으로부터 ‘창정’이라는 호를 하사 받았고, 여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옛날에는 간식거리가 없으니 겨울이면 고구마가 간식이었지. 쌀이 귀하니까 보리밥을 많이 먹고, 쌀을 절약하기 위해 무 밥, 고구마 밥 등을 먹었어. 비가 오고 나면 물고기가 많이 올라와서 미꾸리 같은 거 잡아다 매운탕 끓여 먹었어. 또 하천 물이 맑아 하천에서 빨개벗고 멱도 감고 그랬었어.” (강을형 이장)
“산업단지 땅에는 과거 매봉산이 있었어. 해발 49m짜리 산인데 우리 어렸을 때는 그 산이 제일 높은 줄 알았어. 산에 가서는 솔방울을 따고, 나무 베 땔감으로 쓰고 그랬지. 내가 1967년에 군대에 가서 1970년에 제대를 했는데, 군에 가서 제일 생각났던 게 마을에서 물고기 잡아다 매운탕 먹던 거였어. 잘 사는 집은 그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집은 ‘얼맹이’이라고 하는 둥그런 채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는데, 그물을 뜨면 물고기가 한 바가지 잡혀서 그걸로 매운탕 끓여 먹었지.” (강천영 노인회장)

산업화와의 공존
창정리에는 합덕인더스파크 일반산업단지가 생겼다. 산업단지는 합덕읍 대전리와 석우리 일대에 조성돼 있는데, 동아제약(주), ㈜수석, ㈜비츠로셀, 종근당건당(주) 등이 입주해있다.

마을에서는 이 기업들과 협의해 주민들이 기업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으며, 체육대회나 마을 행사가 있으면 종근당이나 비츠로셀, 수석 등에서 박카스 같은 음료수 정도 협찬을 해준다고. 강 이장은 “기업체가 지역에 들어와 불신하는 것보다 서로 이해하고 상생해가며 지역 발전을 이루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변전소도 들어섰다. 변전소가 위치한 마을은 한국전력의 지원사업을 받을 수 있는데, 마을에서는 이를 통해 마을 공동 농지를 구입해 농사짓는다. 강 이장은 “이 농지에서 나온 쌀로 떡을 만들어 전체 주민들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 자금으로는 주민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려고 노력한다. 마을에서는 노인 회원 회비도 면제하고, 작년에 처음으로 90대 이상 노인에게는 30만 원씩 지급했다.
강 이장은 “또한 지난해 마을에 화재가 난 것을 계기로, 70여 농가에 모두 소화기를 공급했다”면서 “농촌에서는 농기계 사고도 많이 나니까, 마을 차원에서 조합원에 한해 한 명씩 농협 공제 보험을 가입했고, 올해 주민 한 명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보험 혜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부녀회 수익사업으로 미역을 판매하는데 부락 차원에서 구입해 농가에 하나씩 나눠줬고, 1년에 한번 마을 자체 기금으로 야유회를 진행하며 마을 주민 간 화합을 다지고 있다.
마을을 지켜온 향나무 전설
한편 마을회관 길 건너에는 오래된 향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다. 얼핏 보면 두 그루의 나무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 그루의 나무에서 두 줄기 가지가 올라온 ‘쌍간’이다. 이 향나무는 1982년 당진시 보호수로 지정받았다. 강 이장은 “우리 마을의 또 다른 자랑인 향나무는 당진시 보호수로 지정돼 현재까지 잘 관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호수 알림 표지판을 확인하면 나무 수령이 약 200년 안쪽인데, 마을 사람들은 약 500년은 됐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강 노인회장은 “내가 태어난 지도 한 80년 되는데 어릴 적에는 이보다 나무가 더 크고 실했으며, 타 시군에서 한 450년 됐다는 향나무를 봤는데 우리 향나무보다 작았다”고 말했다.

이 향나무에 얽힌 이야기로는 이 나무가 전염병을 물리친다고 해서 이 마을에는 한 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전시에는 군인들의 전사를 막는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향나무에는 ‘쇳대기 향나무’라는 또 다른 별명이 있다. 별명의 유래는 잘 알 수 없지만, 합덕읍지에 따르면 말의 쇠 말뚝을 매던 곳이라는 데서 왔다는 이야기와, 마을에 세운 솟대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마을의 수호·풍농·장원급제 기념 등으로 긴 장대(솟대)를 세우기도 했단다.
강 노인회장은 “향나무 옆에 샘물이 있었고, 그 옆에 밭이 있었는데 창정이라는 호를 받으면서 밭에 깃대를 세우는 사진도 있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증언에 따라 쇳대기 향나무의 쇳대기가 솟대에서 유래됐다면, 풍년농사를 기원하거나 과거 시험에 합격한 기념으로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마을주민들이 단합이 잘 돼서 좋아요. 모두 다 몸 건강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또 사람들이 보통 서울 등 도시로 나가려고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