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할머니부터 청년들까지 마을가꾸기에 열성

농촌 공동체 정신 지켜와

“욕심을 아주 안낸 건 아니지만 내 동네를 위해 일했기 때문에 설사 등수에 못들었다고 해도 별 아쉬움은 없었을 겁니다.”

지난 12월22일 열린 당진군 새마을운동 종합평가대회에서 ‘우리마을 사랑운동’ 농어촌 부문 대상을 받은 송악면 한진2리 김원식(44세) 이장은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

김 이장은 오히려 “상을 받은 기쁨보다 우리마을사랑운동을 계기로 동네주민들이 하나로 뭉쳐 다같이 마을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것”에 더 만족해한다.

올해 대상을 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을일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대단해 일단 한번 뭔가를 하기로 결정만 하면 내일처럼 모인다고 한다.

특히 지난 여름 마을 입구 길가를 깔끔히 단장하기 위해 꽃을 심고 작은 돌들을 세우는 데 장정들은 물론이고 칠순이 넘은 할머니까지 나와 일을 거들었다.

마을 협동과 참여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새마을지도자 박주석(41세)씨를 비롯한 마을의 젊은 일꾼들이다.

이들은 마을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마을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도자 박씨는 “무더운 여름날 할머니까지 마을일에 나서시는 모습을 보며 큰 힘을 얻었다”며 “어른들이 그렇게까지 마을일에 열성이니 젊은 사람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윗물이 맑으니 아랫물도 맑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런 경우를 보고 나오는 모양이다.

마을의 젊은 일꾼들은 또 자신들의 노동력과 농기계를 사용해 노는 땅을 경작하기도 했다. 이렇게 마련한 이익금은 전부 마을에 다시 되돌아갔다. 얼마 전에는 마을 노인들과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마을잔치를 하기도 했다.

한진2리는 바로 지척에 바다를 가지고 있는 어촌마을이다. 하지만 인근 바닷가를 메워 철강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는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살아가는 일은 사라져가고 있다. 농사라고 해봐야 고작 한집 식구가 일년동안 먹을 수 있는 곡식을 거둘 정도의 논밭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많은 마을주민들이 인근의 공장에 일을 다니고 있다.

공장에 다니는 주민들도 동네에 일이 있으면 틈틈이 시간을 내 힘을 보탠다. 소위 개발로 인해 퇴색할 수 있는 상부상조라는 공동체 정신이 우리마을 사랑운동을 통해 지켜지고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 이장과 지도자 박씨는 그래서 이번 대상수상이 더욱 뜻깊게만 느껴진다.

한진2리 각 가정에는 크고 작은 꽃밭이 하나씩은 다 있다. 특별히 꽃밭이 없더라도 집 귀퉁이 여기저기에 꽃을 심어놓아 봄부터 가을까지 온 동네가 꽃으로 물들어 있고 늘 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꽃 심기는 무슨 유행처럼 한 집이 색다른 꽃을 심으면 거의 모든 가정에서 그 꽃을 가져다 심는다고 한다. 또 각 가정마다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하고 있어 마을이 훨씬 더 깨끗해졌다고 한다.

한진2리가 마을 상을 받아보기는 25년 전쯤 송악면민 체육대회 때 우승한 이래 처음이다. 모든 주민이 힘을 합쳐 일궈낸 성과인 만큼 모든 주민이 뿌듯함을 느끼고는 있지만 김원식 이장과 박주석 지도자는 “다음에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솔직이 부담이 된다”며 벌써부터 내년 걱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