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갑진년이 다 지나가고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이 되었으나 농민들은 영농자금과 농자재값 채무상환을 걱정하는 고통의 시기이다. 그래도 농민들에게 좋은 소식은 국회에서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농어민 민생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는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 국가경제와 재벌경제의 희생양이 된 농어민들에게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농어민 민생 4법의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공정가격 이하로 폭락 시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하여 손실을 보전하도록 했다. 또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은 농수산물값이 기준가 미만으로 하락하면 그 차액을 지급한다는 것이고 농어업재해대책법도 이상기후로 재해가 발생 시 재해 이전까지 투입된 생산비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보상한다는 것이다. 농업재해보험법은 불가피한 자연재해에 대해 할증적용을 배제하고 손해평가사의 전문성을 제고해 농민들의 오랜 민원을 해결한 것이다.

농민들이 바랬던 내용에 충분치는 않지만 진일보한 내용으로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통과시킨 만큼 대통령은 즉각 수용해서 공포해야 한다. 만일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120만 농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을 경고한다.

동시에 2만5000여 당진시 농어민들과 농업인 단체대표들도 법의 요지를 정확히 알고 더이상 농망(農亡) 4법이라는 정부의 해괴한 논리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특히 농민의 자주적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벼 수매는 물론 농산물 유통을 담당하며 이윤을 내세워 농민에게 제값을 주지 못한 농협은 농어민 4법을 적극 지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사실 벼 수매가 결정을 놓고 농민과 농협이 싸울 문제는 아니었다. 왜냐면 처음부터 수입개방이란 정부 정책과 양곡관리 실패로 폭락하는 쌀값을 지역농협들이 떠안고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야당들이 두 번에 걸쳐 국회에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농어업 민생 4법에 대해 재정문제와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내세우며 거부권을 예고했다. 한마디로 농민들의 도덕성을 제기한 정부 당국에 할 말은 너나 잘하라는 것이다.

더욱이 농식품부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농어업 민생 4법을 농망 4법이라고 비난하며 이 법이 제정되면 쌀 과잉생산의 고착화로 쌀값 하락을 심화시키며 막대한 재정 소요가 예상된다고 겁박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수입쌀을 제외하고 농민이 생산한 쌀 자급률이 90%밖에 안 되는데 과잉생산인가? 그동안 정부는 멀쩡한 황금어장을 농지로 만들고 다수확품종을 권장하며 과잉생산을 앞장서 조장해왔으니 그 책임 또한 정부가 져야 한다. 어찌 그 피해를 힘 없는 농민에게 떠민단 말인가?

국민의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에 투입되는 농업예산을 놓고 형평성 운운한다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쌀값 20만 원을 보장하겠다며 농민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고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농민이 분노하는 것은 정부가 국가 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면서 체결한 FTA협정에 따라 매년 40만 8700톤의 수입쌀 의무수입에 의한 공급과잉에 따른 쌀값 폭락이다. 지금 당진의 벼 거래가격이 1300원대로서 이 가격이면 농민은 생산비도 못 건지는 수준임을 살펴봐야 한다. 이제 정부도 국회도 농협도 기후위기의 식량생산이 국가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까운 일본에서 배우기를 충고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당진시와 시의회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을 통한 벼 수매가 대책을 수립할 것과 농협 역시 경영적자임에도 통 큰 벼 수매가 결정에 나서야 한다. 특히 윤석열정부와 여당은 이 법을 거부하기 전에 닥쳐있는 쌀값폭락을 포함한 농어업 회생 대책부터 실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