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당진터미널에서 진행된 당진 촛불 집회에 4살 아이가 이모 손을 잡고 끝까지 집회 현장을 지켰다.
11일 당진터미널에서 진행된 당진 촛불 집회에 4살 아이가 이모 손을 잡고 끝까지 집회 현장을 지켰다.

퇴직 후 당진에 온 지 8년 된 서정택(66) 씨는 처음으로 당진 시민들 앞에 섰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대통령이 계엄 선포한 것을 보고 치를 떨었었는데, 사람들 앞에 서니 이것도 떨린다”는 말로 운을 뗐다. 서 씨는 “계엄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때는 마을회관에서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끌려가는 세상이었다”며 “일본에 나라를 팔아도 국민의힘을 찍는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민주주의에서야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계엄 상황에서는 이 말조차 하지 못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가를 망치는 내란을 회책한 것”이라 말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떨리지만 굳건한 목소리로 전했다.

“아이가 편히 클 수 있는 세상 되길”

찬바람에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 영하를 웃도는 날씨에도 당진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당진터미널 앞 광장으로 모였다. 오는 14일, 야당이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될 예정인 가운데 윤석열퇴진 당진운동본부가 11일부터 13일까지 당진터미널 앞에서 촛불 집회를 이어간다.

고대면 슬항리에서 이웃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한 시민.
고대면 슬항리에서 이웃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한 시민.

갑작스럽게 결정된 촛불 집회에도 시민들이 나와 촛불을 들었다. 찬 바닥에 방석을 깔고, 주최 측에서 나눠 준 촛불을 들었다. 71세의 송월순 씨는 시내에서도 떨어진 고대면 항곡리에서 촛불 집회 현장을 찾았다. 집이 멀어 이웃과 함께 왔다는 그는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촛불 집회 이후 다시 촛불을 들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일이 있을 수는 없기에 ‘밟고 싶은’ 심정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4살 조카의 조막만 한 손을 잡고 나온 시민 고은빛(32) 씨는 “조카가 편히 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촛불 집회 현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오는 14일,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는 국회 앞 여의도에 가고 싶지만, 아이를 돌봐야 하기에 대신 당진 촛불 현장에서 자리를 지켰다. 4살 조카 역시 촛불 집회가 끝날 때까지 이모의 손을 잡고 촛불을 들었다.

당진 촛불 집회에서도 응원봉이 등장했다. 직접 구매한 조용필 응원봉을 들고 있는 당진 시민
당진 촛불 집회에서도 응원봉이 등장했다. 직접 구매한 조용필 응원봉을 들고 있는 당진 시민
딸의 응원봉을 가지고 온 오수민 윤석열퇴진 당진운동본부 집행위원장
딸의 응원봉을 가지고 온 오수민 윤석열퇴진 당진운동본부 집행위원장

팬심이 민심으로…응원봉 등장

이번 윤석열 탄핵 집회는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촛불 집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촛불 대신 색색이 다른 응원봉이 등장했고, 특히 10대와 20대 젊은 시민들의 참여가 늘었다. 당진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료의 여자친구로부터 공수한 가수 ‘엑스디너리’ 응원봉을 가지고 온 시민 유종준 씨, 조용필 콘서트를 보고 사뒀던 응원봉을 가져온 박회선 씨, 그리고 어린 딸의 풍선 달린 응원봉에 풍선 바람을 빼고 가져온 오수민 씨 등. 소위 말하는 MZ식 응원 문화가 당진에 등장했다. 국회 앞 집회처럼 크지는 않아도, 촛불의 열기는 이곳에서도 뜨거웠다.

또한 청소년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당진중 2학년 이소정, 수청중 2학년 강소율 학생은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집회 현장에 왔다. 두 사람은 “전쟁이 안 났으면 좋겠다”며 “또 지난번과 같은 비상계엄이 일어나는 상황이 없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촛불을 처음 들어 본 정보고 1학년 인소현·김민성 학생은 “뉴스에서만 집회 하는 모습을 봤는데, 직접 오니 사람들의 (탄핵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나쁘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윤석열·김건희)이 처벌을 받고 국민들이 편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찬 바람이 부는 추위에도 촛불을 든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찬 바람이 부는 추위에도 촛불을 든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찬 바람이 부는 추위에도 촛불을 든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찬 바람이 부는 추위에도 촛불을 든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찬 바람이 부는 추위에도 촛불을 든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찬 바람이 부는 추위에도 촛불을 든 시민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당진 촛불 이어 탄핵 버스 운행

이날의 집회는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박승환 윤석열퇴진 당진운동본부 본부장의 여는 말로 시작해, 차준국 당진참여연대 회장과 김정진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보탰다. 당진촛불 집회는 13일까지 진행되며,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현장에서 촛불을 제공하며, 추운 날씨인 관계로 장갑이나 목도리 등의 방한 용품과 핫팩 등을 구비하면 좋다. 한편 오는 14일 오후 12시30분에는 당진 탄핵 버스가 운행될 예정이다. 원하는 시민들은 010-3757-5927 혹은 010-9601-3339로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는 1만 원이며 당진시의회 정문 앞 도로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