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한 자 한 자 애통함으로 쓰여진, 억울하게 죽어갔던 사람들을 대변하는 듯한 이야기였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저 같은 사람이 여의도로 향하는 탄핵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작가님의 말처럼 오늘의 역사는 과거가 되어 내일의 현재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의 여의도 국회 앞은 기쁨과 안타까움과 분노의 감정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한반도 오천 년의 역사 속에 수많은 선열의 피를 딛고 우리는 이 땅을, 우리의 민주 체제를 지켜왔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의 민주제를 지키고자 여의도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시간들이여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더 가슴 뭉클했던 일은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커피와 차, 음식 기부였습니다. 아마도 그 자리를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그 마음 덕분에 탄핵 결정을 기다리면서 조금은 차가운 날씨를 이길 수 있었고 소리 질러 노래하며 서로를 응원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의 해가 내릴 무렵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
순간, 국민이 승리한 기쁜 날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기쁨보다 슬픔과 분노를 더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많은 목숨으로 지켜온 이 나라의 민주제를 악용한 윤석열과 현 정부의 국무위원들, 그들의 부역자들, 그리고 탄핵 가결에 분열을 조장한 자들의 행태에 분노했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동시에 그곳에서 희망도 보았습니다.
수많은 청년이 자신들의 응원봉을 들고나와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불의와 부정에 항거하는 민주축제를 보았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한 표정으로 그들은 소리 질렀습니다. 진실이 승리하는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소리에 저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났습니다.
내일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낼 이 땅의 청년들에게 불의와 부정에 항거했던 선조들의 DNA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주먹이 아닌 그들이 애정하는 응원봉을 높이 치켜들어 노래부르고 소리지르며 서로를 응원하면서, 다시 한번 대통령을 탄핵해야만 하는 참담한 날을 아름다운 빛의 물결로 승화시켰습니다.
이제 진실이 승리하는 정의로운 세상의 시작은 그대들의 시간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대들이 순수한 아름다운 불빛을 응원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빛이 앞으로 맞이할 그대들의 세상을 밝게 비출 것이라고.
그날 함께했던 모든 분에게 평화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평범한 일상을 살던 평범한 아낙의 서툰 소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