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말하는 당진은 ‘정착의 도시’이 기보다 ‘이탈의 도시’에 가까웠다.

지난 7일 당진청년타운 나래에서 당진시 대가 주관한 청년간담회가 개최됐다. 지역 에서 거주하는 청년 11인이 모여 주거, 교통, 일자리, 문화, 정보 접근성 등 생활 전반과 청 년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간담 회에는 홍기후 충남도의원, 박명우 당진시 의원, 신완순 당진시개발위원장이 함께해 청년들의 현실을 청취하고 정책을 고민했다.

정주여건 미비…일상에서 체감되는 불편

청년들은 당진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조건부터 개 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통 불편과 문화 공간 부족, 정보 접근성의 한계가 가장 먼저 언급됐다.

대중교통망이 촘촘하지 않아 자동차가 없 는 청년들은 이동에 불편을 겪고 있으며, 여 가를 즐길 공간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 도서관은 이용 인원이 과밀해 접근이 어렵고, 문화 프로그램은 주로 중·장 년층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어 청년이 소 외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 정책이나 지원사업에 대한 홍보 부 족도 주요한 문제로 꼽혔다. 대부분의 정보 는 개별 기관에 흩어져 있어 통합된 접근이 어렵고, 당진 내 청년 공간인 나래센터의 존 재조차 모르는 청년도 다수였다.

경력단절 여성의 이중고…“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 청년의 현실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나타났다. 국비 지원 교육 은 대체로 요리나 수납정리 등 특정 직종에 편중돼 있으며, 디지털·디자인·사무 등 다양 한 분야의 교육 기회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시간과 이동 거리의 제약으로 인해 대면 교육에 참여하기 어렵고, 복지와 교육을 연 계한 실질적 지원책이 미비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성 청년들은 육아와 병행 가능한 단기 일자리 정보 제공, 재택 강의, 멘토링 지 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일반 청년’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지역과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청년 정책이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미취업자, 창업 자, 저소득 청년 등 일부 계층을 위한 정책은 존재하지만, 직장을 다니며 일반적인 생활 을 영위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정책의 대상 에서 제외돼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졸 취업자, 결혼 후 전입한 청년, 자 영업자 등은 대부분 정책 수혜 기준을 충족 하지 못해 청년 정책에 배제되고 있으며, 이 는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심화시 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 없는 도시, 정책의 실효성 낮아”

당진시와 충청남도는 청년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운영 중이나, 간담회에 참석 한 청년 대부분은 해당 정책을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이는 정책 홍보와 전달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에 있다. 이에 청년들은 온라 인에 흩어진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통 합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며, 정보 전달 방식 역시 SNS, 지역 커뮤니티, 카카오톡 채널 등 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청년 주도 정책 거버넌스 필요

청년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구조에도 개선이 요구됐다. 현재 청년 정책위원회, 청 년 서포터즈 등의 제도가 있으나 현실과 괴 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년 당사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실효성 있는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 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청년 목소리로 시스템 바꾸겠다”

이날 간담회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청취하 기 위해 참석한 홍기후 도의원은 충청남도 에서 추진 중인 청년 정책을 설명하며, “부서 별로 흩어진 정보를 정리하고 청년 정책 포 털 등의 통합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명우 당진시의원 또한 “당진이 전국에 서 취업률 1위를 기록한 지역임에도, 실제로 는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에 편중돼 있어 여 성과 고졸 청년 등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디지 털·디자인 등 청년 친화형 직무를 확대하고,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을 개선하겠다”고 말 했다.

또한 올해 청년 사업을 준비 중인 당진시 개발위원회 신완순 개발위원장은 당진의 산 업 구조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며, “1조 원 규 모의 민간 투자를 통해 스마트팜과 농업 고 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청년 농업인을 유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청년이 머무는 도시가 되려면?

이날 청년간담회는 당진에 거주하는 청년 들이 느끼는 현실의 문제점과 이들을 정책 중심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구조 개편의 필 요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주거 안정, 교 통 접근성, 문화 다양성, 정보의 통합, 심리적 지원체계 등 청년들이 바라는 ‘기초 조건’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청년들은 떠나지 않기 위해 조건을 요구 하고 있다. 그 조건은 특별하거나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 한의 삶의 기반이다. 지역이 청년을 잡기 위한 대책보다, 청년이 머물 수밖에 없는 도시 를 만드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