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내리던 토요일, 면천읍성에서 조용히 막을 올린 ‘또봄면천’ 축제가 이튿날 햇살 아래 활짝 피었다. 지난 5일과 6일, 작은 마을 면천이 사람과 예술로 북적였다. 당진시가 주최하고 당진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축제에는 5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며 관심을 모았다.
거리극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 그리고 지역 가게와 연계한 로컬 마켓, 체험 콘텐츠가 읍성 곳곳을 채우면서 이틀간 면천은 낯선 활기를 품었다.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으면서도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축제가 끝난 뒤를 고민한다. 일회성인 축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면천의 미래를 구상해야 할 때다.
네 개의 공간으로 나뉜 축제
‘또봄면천’ 축제는 면천읍성 일대를 네 개의 테마 공간으로 나누고 각각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축제는 ‘모여봄’, ‘거닐어봄’, ‘어울려봄’, ‘발견해봄’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객사 앞 ‘모여봄’은 축제의 중심 무대로, 가수 조응민과 바다, 10CM 등의 음악 공연이 펼쳐졌다. 주요 공연은 이곳에서 진행되며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공간이기도 했다. 영랑 효공원 일대에 마련된 ‘거닐어봄’은 거리극과 무용 등 소규모 퍼포먼스를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고, 장청 앞 ‘어울려봄’에서는 퍼레이드와 관객 체험 프로그램, DJ 공연 등이 이어지며 축제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또한 ‘발견해봄’은 면천창고와 팝콘카페를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관람객이 그 속에서 공연을 즐기며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도록 기획됐다.

첫날, 비로 시작한 축제, 퍼레이드로 분위기 띄워
축제의 첫날 오전부터 내린 봄비로 다소 조용하게 시작됐다. 거리도 한산하고 주차공간도 여유로워, 첫날 축제의 흥행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오후 2시 30분, 장청 앞에서 시작된 퍼레이드가 분위기를 바꿨다. 뉴올리언스 재즈밴드 ‘집사’의 경쾌한 연주와 함께 등장한 공작소365의 ‘앨리스프로젝트’는 형형색색의 코스튬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퍼레이드는 남문에서 출발해 장청과 면천창고를 거쳐 객사까지 이어졌고, 이 자리에서 축제의 기념품인 벚꽃 문양의 컵도 배포됐다. 이어 진행된 면천 은행나무 앞에서의 목신제는 이탈리아, 노르웨이, 뉴질랜드, 싱가포르 대사도 전통 제례에 함께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낮 시간에는 주로 ‘모여봄’과 ‘어울려봄’을 중심으로 음악 공연과 거리극이 진행됐다. 골정지 인근에서는 시낭송과 목신제 등 지역과 연계된 프로그램이 더해졌고, 축제에 참여한 지역 상점과 부스에서는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됐다.
해가 진 뒤에는 ‘어울려봄’과 ‘발견해봄’에서 야간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발견해봄’ 공간에 위치한 팝콘카페와 면천창고에서 실내 공연이 진행되며 조용한 밤 분위기를 살렸다.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는 ‘야장(夜場)’이 열리며 축제는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았다. 당진 전통주 4종(면천샘물막걸리, 면천두견주, 순성브루어리, 신평양조장)과 지역 음식점들이 협업한 축제 한정 메뉴가 제공됐고, DJ공연이 이어졌다. 역사 공간이 일시적으로 ‘클럽’처럼 변모하는 장면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기획 의도를 보여줬다.

둘째 날, 봄볕 속 인파와 10CM 공연으로 마무리
축제의 둘째 날인 6일은 전날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전날의 봄비가 걷히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자, 면천읍성은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들로 붐볐다. 공식 주차장과 인근 거리, 골목길까지 차로 가득 찰 정도로 방문객이 몰렸다.
관람객들은 ‘모여봄’ 구역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햇살을 즐기며 공연을 감상하거나, 반려견과 산책하며 면천읍성을 여유롭게 거닐었다. 거리 탈극 체험, 전통 대장간과 금속공예, 무예 시연, 페이스페인팅 등 축제장 곳곳의 체험 프로그램장과 로컬푸드 마켓이 활기를 띠었다.
특히 면천읍성 내 위치한 지역 음식점들 앞에는 긴 대기줄이 형성되며 축제 효과를 실감케 했다. 그로 인해 많은 재료를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후 3~4시경에는 재료가 소진돼 면천의 모든 음식이 다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다.
오후 4시, 객사 앞 메인 무대에서 열린 가수 10CM의 공연은 수많은 관람객이 함께해 그 열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고, 이 무대를 끝으로 이틀간의 축제가 마무리됐다.

“면천과 어울리는 축제였을까”
이번 축제는 ‘면천읍성’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면천의 정체성과 얼마나 어우러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들은 “거리극이나 서커스 같은 공연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하면서도, “면천이라는 공간의 역사와 정체성이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면천에서 활동하는 한 문화예술인은 “면천은 그 자체로도 독특한 결을 지닌 공간”이라며 “축제가 그 결을 충분히 이해하고 어울리려는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 문화예술인의 참여도는 낮은 편이었다. 문화예술공연 중 당진 예술인 참여는 피아니스트 이재향과 한국시낭송가협회 당진지회, (사)한국문인협회 당진지회의 시낭송 정도에 그쳤다. 축제가 외부 콘텐츠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지역의 문화적자산은 부수적인 장식처럼 활용됐다는 인상을 남긴 것이다.
또한 일부 주민들은 축제 준비과정에서 지역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주민은 “면천면민들과의 회의 자리는 단 한 번도 없었고, 행사 내용을 처음 들은 것도 축제 5일 전이었다”고 전했다. 지역주민이 축제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통보받는 객체로 느껴졌다는 점에서 소외감을 느꼈다는 이들도 있었다. 한 면천의 예술인은“협조 의사는 충분했지만, 지역 예술인 참여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먹거리와 쉼터, 축제 운영의 과제
축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아쉬움 중 하나는 먹거리와 쉼터의 부족이었다.
이번 축제는 외부 푸드트럭이나 상업 업체의 참여 없이, 면천 지역 상점들과 연계해 운영된 것이 특징이었다. 축제 전, 면천지역 음식점 10여 곳이 모여 축제 한정 메뉴를 기획했고, 실제로 행사 기간 중 많은 손님이 몰렸다. 한 음식점 대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손님이 왔다”며 “빠르게 서빙하지 못하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손님이많아 감사했다”라고 전했다.
지역 경제에 활기를 띤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반대로 그로 인해 축제장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일부 관광객들은 “아이들이 먹을 게 없어서 닭꼬치 하나 먹으려 한참 줄을 섰다”, “먹을 게 없어서 빨리 떠나야 했다”고 전해 축제 먹거리 운영 방식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던 점도 많은 이들이 언급한 부분이다. 특히 고령의 관람객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충분한 쉼터와 휴식 공간의 부재가 축제 참여의 만족도를 낮추는 요소가 됐다. 이러한 인프라와 편의시설의 부족은 단지 물리적인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축제가 포용할 수있는 관람객의 폭과 다양성에 대한 고민과도 연결된다.
이틀의 축제, 그 다음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은 이것이다.
“이틀의 축제가 끝난 뒤, 그 다음은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면천을 단지 ‘배경’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것, 시민들의 의견 속에는 그런 고민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이번 축제를 통해 많은 이들이 느낀 것은 이틀의 축제가 끝난 그다음, 면천이 다시 조용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 면천의 미래를 위해 시민들은 문화거리 조성이라는 구체적인 방향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다.
한편, 이번 또봄면천 축제에는 당진YMCA, 당진여성단체협의회, 당진참여연대를 비롯한 12개 단체에서 약 30명의 회원들이 모니터링단으로 참여했다. 모니터링단은 사전에 마련된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축제 전반을 관찰하고, 현장에서 수렴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평가를 진행 중이다. 또봄면천을 포함한 기지시줄다리기축제와 드론라이트쇼에 대한 이번 평가 결과는 오는 29일 좌담회 형식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시민모니터링단 인터뷰] 박근식 YMCA 이사장
“면천의 역사성과 이야기 담아내야”

“이번 축제는 면천읍성의 아기자기함과 공연이 잘 어우러져 분위기 자체는 좋았습니다. 볼거리가 풍부해서 당진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정작 이 축제가 왜 면천에서 열려야 했는지 잘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면천이 가진 역사성과 이야기를 좀 더 담아냈다면 의미가 있었을 것입니다.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과거의 문화와 현재의 생활, 미래의 방향성을 함께 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지속가능한 지역축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축제가 이어지려면 면천이 가진 이야기와 면천 주민들을더 중심에 두고 기획되면 좋겠습니다. 지역민들이 ‘우리 동네에서 열린 축제’가 아니라‘우리 축제’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관공객 미니인터뷰]

김춘화 (75.순성면 양유리)
“지역 주민으로서 면천의 새로운 모습이 낯설어요. 예전에는 생선을 파는 장이 열리던 곳이었는데 추억이 담긴이 자리에서 축제를 하니 즐겁습니다.”

김형태(33. 평택 서정동)
“원래 개심사를 거쳐 다른 곳을 가려다가 행사를 하고 있어서 차를 세웠습니다. 주차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공방도 있어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에 당첨된 기분입니다.”

김민지(27. 신평면 거산리)
“축제 로컬마켓에 참여했습니다. 첫날인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 사람이 없어 아쉽습니다. 그래도 날씨에 비해서는 사람이 많이 참여한 것 같습니다.”

진서아(8.경기도 용인)
“동네가 아기자기하고 예뻐요. 축제에 와보니 가면도 만들고 재미있어요.”

유이계(64.우강면 부장리)
“오전 내내 비가 많이 와 땅이 다 젖어서 걱정했습니다. 우천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것 같아요. 또한 노년층은 공연을 즐기기에 어려운 축제인 것 같습니다.”

최지수(49.서울 강서구)
“서울 낯선대학 모임에서 축제에 대해 알게됐어요. 비가 와서 올지 말지 고민하다가 2시부터는 그친다고 해서 친구들과 버스 타고 왔습니다. 당진은 이름만 들어보고, 면천이 궁금했어요. ‘또봄면천’이라는 축제 이름도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는데 영어 버전 팜플릿이 없어 아쉽습니다.”

라린(28.서울 성북구. 캄보디아 출신)
“SNS를 통해 알고 왔는데, 전통적인 공연을 봐서 새롭고 재밌었어요. 불편한 점은 없지만비가 와서 아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