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스마트팜 단지 전경
당진스마트팜 단지 전경

기후위기 대응, 식량안보 확보, 청년농 유입. ‘스마트팜’이 내세운 목표는 분명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앞다퉈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며 농업의 첨단화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농민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과 함께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스마트팜 열풍, 과연 농촌을 바꿨나

스마트팜은 온도, 습도, 일조량, 병충해 등 재배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거나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ICT 기반 농업 기술이다. 현재 정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경북 상주, 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남 밀양)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단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7000ha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진시도 이에 발맞춰 석문간척지와 석문면 삼화리 일원에 스마트양식단지와 스마트팜 시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친환경 수산단지 및 첨단농업벨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같은 대규모 개발계획에 대해 지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전국의 지자체들이 유행처럼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거나 정부 공모사업 유치 경쟁에 뛰어들며 과열되고 있다.

338억 원 투입한 스마트팜 단지

당진시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스마트팜 단지에 투입한 예산은 알려진 것만 338억 5000만 원이다.

우선 당진 스마트팜 단지 현황을 살펴보면 청년 창업농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는 석문면 삼화리 일원에 총사업비 94억 3000만 원이 투입됐다. 국비 31억 6000만 원, 도비 2억 5200만 원, 시비 60억 1800만 원이 투입됐다.

특히 온실에 54억 원, 열공급 28억 원, 용수 및 기반정비 등에 12억 3000만 원이 투입된 시설이다. 규모는 4만6757㎡로 온실 3동(2.5ha)과 공기열냉난방시설 3개소, 정수시설 1개소, 전기시설 3개소, 각 동별 농기계 등이 설치됐다.

2020년에 준공된 청년창업농 임대형 스마트팜에는 창업을 희망하는 만45세 미만의 청년 15명이 현재 총 5개 동에서 완숙토마토와 딸기, 방울토마토, 엽채류 등을 재배하고 있다.

충남형 스마트팜 사관학교는 총사업비 6억 원이 투입돼, 온실과 사무실, 작업장, 저온저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현재 기반 조성이 진행 중인 스마트 원예단지는 분양형 스마트팜 단지로 고대면 슬항리 일원에 총사업비 214억 7800만 원이투입된다.

시설면적 및 재배동은 총 12ha로 16구획으로 나눴으며 일부는 개인에게 분양이 완료된 상태다.

여기에 대한철강이 석문면 통정리 일원에 36만평 규모의 철강공장 폐열을 활용한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중립형 스마트팜 클러스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네덜란드 계열 회사가 5만평 규모의 스마트팜 단지조성을 위해 당진시와 타진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년창업농 유치의 현실

당진시 청년창업농 스마트팜 단지 1기 청년들 중 지역에 정착한 이들은 불과 2명이다. 대부분 중도에 포기하거나 지역을 떠났다.

청년창업농 스마트팜 단지에서 1년 6개월여간 참여했다는 A모 청년은 고향에서 현재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당진시에서 공모한 스마트팜 입주 청년농업인으로 선정돼 스마트팜 단지에 입주했으나 1년 6개월여만에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스마트팜 시설에서 당진시가 지정한 오이 품목을 재배했으나, 겨울철 난방고장은 물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작물이 죽는 상황이 발생했다”라며 “당진시와 농업기술센터 등에 시설 유지보수를 요청했으나 유지보수가 발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

작물은 한번 피해를 입으면 복구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도, 행정의 늑장 대처로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함께 입주했던 또 다른 청년농업인 2명 모두 스마트팜 농업을 포기하고 다시 다니던 회사로 복직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이들이 이 기간 동안 수천만 원씩의 빚을 떠안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청년농업인이 느끼는 현실의 벽

청년농업인들이 스마트팜을 통해 실제 농촌에 정착하기에는 현실적 장벽도 존재한다.

창업형 스마트팜 졸업생들 상당수가 고비용 설비 투자 이후 고정비용과 대출 상환 압박에 시달리며 초기 1~2년간 수익이 거의 없거나 손실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기 시설 투자비용은 유리온실이나 자동제어 시스템 포함 시 최대 10억 원이상 소요되기도 한다고.

지역의 농업 관련 관계자는 스마트팜 시설비는 평균적으로 평당 60~70만 원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1000평 규모의 시설을 위해서는 6~7억 원이 소요된다는 이야기다.

국비 등 보조금 지원이 있더라도 자부담이 수천~수억 원에 달한다. 자부담을 위해 은행권에서 대출 받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은행권에서는 담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 농업의 가장 큰 장점은 시기와 기후, 온도에 관계 없이 연중, 지속적으로 작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진 스마트팜 단지에서 생산되고 있는 작물들을 보면 완숙토마토와 딸기, 방울토마토 등 일반 시설하우스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작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출하시기도 일반 시설하우스와 겹친다.

대표 작물 없는 구조적 취약성

당진의 한 농산물 유통 관련 관계자는 당진만의 대표 작물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당진의 농업 구조를 보면 당진 농업의 90%가 수도작이 차지하고 있으며, 10%가 밭작물 등이 차지하고 있다.

밭작물의 경우 소량 다품목으로 재배되고 있어, 당진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물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대형 유통시장에 지속적으로 당진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일정한 양의 농산물이 제공돼야 하나 현재 당진의 농업 구조상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당진을 대표하는 작물이 없는 것도 구조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고대면의 고구마, 송악·신평의 감자, 면천지역의 꽈리고추 등이 재배, 생산되고 있으나, 수확철 이후 모두 소비되기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스마트팜 단지에서도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작물보다는 전략적인 접근과 집중육성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팜 단계적 도입 설계 필요

또 다른 전문가는 스마트팜이 유행처럼 번지며 전국의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스마트팜 농업에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당진시만 하더라도 벌써 300억 원이상이 투입됐으나, 그에 상응하는 기대효과는 미비한 상황이다”라며 “향후 지역 농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농업기술센터 직원 40명 중 10%에 해당하는 4명이 스마트팜에 매달리며 다른 작물은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도 필요하지만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농업 정책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초기 자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단한 센서 시스템 중심의 저비용스마트팜을 도입하고, 기존 농가도 쉽게 업그레이드 가능하도록 단계적 도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덧붙여서 “농민 주도형 기술 개발 및 교육 강화와 생산에만 집중된 지원에서 벗어나 유통·가공·판매까지 이어지는 6차 산업형 스마트팜 모델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진시의 농업정책 구조를 보면, 농업정책과, 농업유통과, 농업기술센터 등으로 조직이 분산돼 운영되며 이를 통합 조정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다.

당진시가 7월 1일자로 조직개편을 통해 농업환경국 신설은 다소 고무적인 변화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