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를 맞은 요즘, 지역 들녘이 분주하다. 논마다 이앙기와 농기계들이 바쁘게 오가며, 붉었던 들판은 어느새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고대면의 한 논에서 분주히 논둑을 누비는 사람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최수재 고대농협 조합장이었다.

작업복 차림에 장화를 신고, 한 손에는 농업용 보트 조종기가 들려 있었다. 검게 탄 얼굴, 옷에는 온통 흙투성이다. 올해로 6년째 무상으로 논에 초기 및 중기 제초제 살포 봉사를 하고 있다는 최 조합장.

“고대면의 농업인구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대농협 조합원의 비율만 보더라도 65세 이상 조합원이 70%가 넘습니다. 벼농사 대부분이 기계화됐지만, 제초제 살포는 그동안 사람이 직접 논에 들어가 살포해야 했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종아리, 허벅지까지 빠지는 논에 들어가 제초제를 살포하는 것이 고령의 농업인들에게는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닙니다.”

농업용 무인 제초제 살포기 보트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6~7년 전부터다. 최 조합장은 농업용 무인 제초제 살포기 보트가 이런 농민들의 여려움을 해소해 줄 것으로 내다보고 직접 보트를 구매해 조종법 등을 배웠다.

“6년전 농업용 무인 제초제살포기 보트를 개인적으로 구매하고, 제작사를 찾아가 조종법 등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됐죠. 6년 여를 봉사하다 보니 저곳은 누구네 논이고, 이곳은 누가 농사 짓는 논인지 잘 알게 됐습니다.”

아침 5시에 나와 해가지는 저녁 8시 넘어까지 하루 15시간 가까이 제초제 살포를 신청한 조합원들의 논을 찾아다니며 제초제를 살포하고 있다는 최 조합장은 식사도 빵과 우유, 물을 가지고 다니며 해결하고 있다고.

“제초제 살포 신청을 한 조합원이 약 120여 명 됩니다. 대부분 고령의 농업인들이죠. 그렇기에 하루에 많게는 4~5만 평의 논에 제초제를 살포하는데, 지난해에는 약 120만 평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2만보 이상 걷고, 10kg 넘는 보트를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었다놨다 하다 보니, 저녁이면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어요. 하지만 제초제 살포가 끝난 뒤 만족스러워하는 조합원들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한번은 보트가 논 중간에 걸려 움직이지 않자 이를 직접 꺼내기 위해 들어갔다가 가슴까지 빠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작업복에, 장화까지 신은 상태여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혼자 다니며 제초제 살포작업을 하다보니 주위에 도와줄 사람도 없어 막막했다. 그 와중에도 최 조합장은 무선 조종기가 고장나면 안된다는 생각에 조종기를 든 손을 높이 치켜들고 한 손으로 어렵게 빠져나왔다고.

“제초제 살포가 끝난 뒤, 논에 풀 없이 깔끔하게 벼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제가 다 뿌듯합니다. 그런데 논잡초도 종류가 다양한데 간혹 해당 논에 맞지 않는 제초제가 살포돼 제초가 잘 안된 논을 보면 해당 조합원에게 다음 해에는 해당 논에 맞는 제초제를 구매해 사용하도록 조언도 하고 있습니다.”

최 조합장은 “주변에서 왜 조합장이 혼자서 한달여를 제초제 살포를 하고 다니냐고 물어보는데, 농협은 조합원의 소득향상과 복지 증진을 위해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조합장이 솔선수범하고, 농민과 조합원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