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3월, 행담도 개발로 고향을 잃고 전국 각지로 흩어져 살던 주민들이 20여 년만에 모여 고향을 그리워하며 옛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민들은 행담도에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을, 행담도에도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기억할 수 있도록 '행담도 역사관' 건립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 행담도 개발로 고향을 잃고 전국 각지로 흩어져 살던 주민들이 20여 년만에 모여 고향을 그리워하며 옛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민들은 행담도에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을, 행담도에도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기억할 수 있도록 '행담도 역사관' 건립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행담도 마을 역사관’을 만들어 서해대교와 휴게소 건설로 고향을 잃은 행담도 원주민들에게 잊힌 행담도 역사와 기억을 되찾게 해달라는 정부 청원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 ‘청원 24’ 공개 청원에 ‘행담도 마을 역사관 건립 청원’이 진행 중이다.

행담도는 신평면 앞바다에 자리한 작은 섬으로, 풍부한 해산물과 평화로운 어촌 공동체가 존재했던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가 벌인 서해대교 건설 및 행담도 휴게소 조성 사업에 밀려 모든 주민이 고향을 떠나 전국으로 흩어졌다. 충분한 보상이나 이주대책 없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실향민들의 삶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삶의 이야기는 번화한 휴게소의 모습 뒤에 가려져 잊혀왔다.

행담도 전경
행담도 전경

청원인은 청원 이유에 대해 “당진시 신평면에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 개발 사업으로, 고향 땅을 떠나게 된 사람들이 있다”며 “행담도 지역에 살던 섬 거주민들의 삶을 사람들이 기억하고, 실향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도록 마을 역사관 건립을 청원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청원을 제기한 A씨는 “행담도 원주민이 아닌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며 “행담도 관련 기사를 보고 행담도의 뒷얘기와 행담도 원주민들의 애환을 알게 됐다”라며 “원주민들이 요구하는 마을 역사관 건립 요구에 공감돼 사업 주체인 한국도로공사를 대상으로 청원을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청원 24’에는 처리기관이 ‘당진시 문화복지국 문화체육과’로 돼 있다. A씨는 “애초 한국도로공사를 대상으로 청원을 제기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청원 대상이 당진시로 바뀌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당진시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에서 행담도 마을기념관 건립은 당진시로 소관이라며 이송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행담도 개발 계획 수립과 개발을 도로공사가 주도했고, 현재도 마을 기념관 건립 권한 또한 도로공사에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행담도 개발은 1995년 한국도로공사가 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외자 유치를 목적으로 싱가포르의 이콘(Econ) 사가 주요 사업자로 참여하는 합작회사인 행담도개발㈜이 설립돼 개발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주체가 개인 회사처럼 바뀌는 등의 논란과 비리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행담도 휴게소 등 상업 시설의 실질적인 운영은 맥쿼리자산운용의 펀드가 소유한 행담도개발㈜이 담당하고 있지만 행담도 부지의 상당 부분(미사용 터의 86%)은 도로공사가 소유하고 있다. 또 도로공사는 서해대교를 포함한 고속도로 인프라의 전체적인 관리 주체로서 행담도 휴게소에 대한 관리와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다.

행담도 개발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도로공사가 ‘행담도 마을 역사관 건립 청원’에 대한 처리기관을 당진시로 떠넘긴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관련 내용(왜 청원을 당진시로 이송했는지)에 대해 관련 부서에 확인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한편 12일 현재 청원에 30명이 응답했다. 청원인들은 “잃어버린 고향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간직할 수 있도록 행담도 기념관 건립을 청원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원주민으로 보이는 한 아무개씨는 “행담도는 바다에 순응하며 살아온 주민들의 섬이었다”라며 “그러나 ‘서해대교 개발’이란 이름으로 섬을 송두리째 빼앗겼다”라고 밝혔다. 이 아무개 씨는 “우리는 행담도 주민이었습니다. 사람이 살았던 내 고향!, 역사관을 꼭 건립해 주십시오”라고 썼다.

청원자 A씨는 “행담도 실향민들의 오랜 염원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이 관심과 적극적인 청원 참여로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A씨는 또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도로공사가 청원에 긍정적인 응답을 해 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충남지연언론연합 심규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