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는 대표적인 농업 중심지로 논과 밭이 고루 분포한 평야 지형과 간척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물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수도작은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쌀 주산지 중 하나다. 전체 경지면적 약 2만7625ha 가운데 약 2만1356ha가 논이고, 6269ha는 밭이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벼 중심의 농업 구조를 형성해 왔고, 실제로 농정예산과 행정 역량도 벼 재배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농가 구조와 작물 수급 변화, 고령화와 기후위기 등 복합적 요인들이 중첩되며 ‘벼 중심 농정’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감자, 고구마, 쪽파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재배 기반을 가진 작물에 대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농촌 현장에서 커지고 있다.

줄어드는 농가, 달라지는 경지 구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당진시의 농가는 2018년 1만1702가구에서 2022년 1만695가구로 5년간 약 1000여 가구가 감소했다. 고령화, 청년농 유입 저조, 농업 외 소득 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전체 경지면적은 2020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21년 급증하는 변화를 보였다. 2020년 2만4323ha였던 면적은 2021년 2만7740ha로 약 3400ha 증가했으며, 2022년에도 2만7625ha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논 면적은 같은 기간 2만417ha(2018년)에서 2만1356ha(2022년)로 완만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변화는 밭 면적이다. 2020년까지 약 4000ha 수준이던 밭면적이 2021년 6290ha로 급증했고, 이는2022년에도 유지됐다.

200여 작물, 그러나 정책은 ‘벼 편중’

현재 당진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은 벼, 고구마, 상추, 딸기, 사과 등을 포함해 200여 종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농정 예산은 벼, 사과, 딸기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되고 있으며, 생산 기반이 있음에도 행정적 지원이 부족한 작물들은 소외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쪽파와 감자다. 쪽파는 최근 몇 년 사이 재배 면적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작물이지만, 종구 확보 및 저장시설 부족으로 인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특히 2024년 가을 발생한 ‘쪽파 종구 대란’은 당진을 포함한 전국적 이슈로, 종자 자급률 저조와 유통 체계 미비가 낳은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감자는 수십 년째 ‘수미’ 품종 중심으로 재배되며 병해충과 수량성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대서’, ‘추백’ 등 대체 품종이 존재하지만, 실증 시범포 부족과 시장 수요 불확실성으로 인해 품종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쪽파 종구 가격이 폭등했다. 평년 60kg 한 가마당 16만 원 수준이던 것이 35만 원까지 치솟았다”라며 “이로 인해 종자 자급 기반의 미비, 저장·유통 체계의 부재, 계약재배 기반 부족 등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다”고 말했다.

또한 “당진시가 감자 주산지로 지정돼 있으나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가격 불안정, 수미 품종에 국한된 재배 및 계약재배 방식 등으로 감자 재배가 점차 줄어 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팜에도 새로운 작물 없어

당진시 농업 인구는 약 2만3000 명이며, 이중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송산면, 고대면, 대호지면 등 주요 농촌 지역에서는 70대 이상 비중이 60%를 넘는 경우도 있다. 노동력 부족은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스마트팜 도입이 시도 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팜이 단순한 ‘시설 보급’에 그칠 경우 효과는 제한적이다.

스마트팜에서 재배되고 있는 작물들이 일반시설하우스에서 재배 가능한 작물 위주로 재배되고 있다는 것은 당진시 스마트팜 농업 정책이 고민돼야 할 부분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팜 시설과 향후 추진되는 스마트팜 시설을 포함한다면 규모는 전국적인 시설을 갖추게 된다”라며 “이러한 시설을 활용해 당진의 대표적인 작물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의 칸막이는 여전"

행정 내부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실무조정 회의 등을 통해 협업을 시도하고 있으나, 농가입장에서는 여전히 ‘부서마다 창구가 따로 있는 구조’로 혼란을 겪고 있다. 작목 중심 통합 행정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타 지역은 어떻게 대표작물 키우고 있나

현재 당진시 농정예산은 벼농사와 고구마, 상추, 딸기, 사과 등 일부 작목에 집중돼 있다.

이들 품목은 대표적 주력 작목으로 행정적 관리가 용이하고, 유통기반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반면, 논보리, 우리밀, 양배추, 양파, 무, 마늘, 쪽파 등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이는 전국 각 지자체가 지역별 특화작목을 기반으로 브랜드화에 나서는 흐름과도 대조 적이다. 논산시의 대표 작물은 딸기다. 스마트팜 수출 단지 조성,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예산군은 사과와 쪽파를 브랜드화 및 저장시설 확대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부여군은 토마토, 수박 등 시설원예와 ICT를 연계한 품질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청양군은 구기자, 고추를 건강기능 작물 브랜드화 및 청정 이미지를 활용해 농정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서산시도 마늘과 감자 작물의 조기출하 기반 확보 및 건조·유통시설 완비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전략 작목 중심의 예산과 연구개발 투자를 병행하며 작목 선택부터 유통·가공·수출까지 연계하는 정책 모델을 통해농가 소득을 안정시키고 있다.

당진 대표작물, 전환의 시기

당진시는 벼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감자, 고구마, 쪽파, 양파 등 일정한 생산 기반을 가진 작물을 대표작물로 육성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감자는 당진시가 주생산지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농업 현장에서는 감자의 품종 실증 시범포 운영과 수미 외 품종의 생산성·시장성 분석 등을 통한 집중 육성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당진의 대표 밭작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고구마의 경우 유통 기반 정비, 소규모 스마트 기술 도입 등이 요구되고 있다.

쪽파 작물에 대한 우량 종구 단지 조성, 저장시설 확대, 계약재배 기반 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팜 시설을 작목 중심으로 운영하고, 정책·기술·유통 부서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농가 중심 통합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청년농 유입을 위한 창업 지원, 멘토링 체계 구축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와 다문화 시대, 아열대작물

일각에서는 기후변화와 다문화 사회의 확대로 인한 새로운 농업 작목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당진지역 내에서도 아열대 기후에 적응하는 작목들이 점차 도입되는 가운데, 레몬, 무화과, 백향과, 고수 등 다양한 아열대 작물 재배가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원 규모나 체계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기후대응형 농업으로 전환하려면, 이러한 신작목에 대한 선도적 지원과 소비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말도 함께 나오고 있다.

“200종 작목의 힘, 골고루 키워야 진짜 경쟁력”

한 관계자는 “당진시는 200여 종의 작목을 재배할 수 있는 토양과 기후, 농업 인프라를 고루 갖추고 있다”라며 “특정 작목에만 의존하는 예산 구조에서 벗어나, 농가의 다양한

수요와 시장 변화에 맞춘 유연한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선택과 집중’ 속에 ‘균형과 다변화’라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