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시절 당진의 한 미술학원에서 처음 만나 그림을 그리던 세 친구가 30여 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강자영(51), 고순금(51), 서혜선(51) 세 작가는 “우리 당진을 그려보자”는 마음으로 뭉쳐 1년 동안 당진의 골목골목을 다니며 ʻ어반스케치ʼ를 완성했고, 그 결과물을 담은 첫 전시 ‘삼색여정, 당진 스케치로 만나다’를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에서 열고 있다.
ʻ어반스케치ʼ란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그리는 그림으로, 일상‧여행지등 어느 장소에서나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는 회화 활동이다.

미술학원이 맺어준 인연
세 사람의 인연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지금은 사라진 당진미술학원에서 시작됐다. 읍내동에서 호서고를 다니던 강자영 작가, 합덕읍 운산리에서 합덕여고를 다니던 고순금 작가, 합덕
읍 옥금리에서 서야고에 다니던 서혜선 작가는 각자의 지역에서 살았지만, 미술학원에서 입시미술을 함께 준비하며 친구가 됐다.
그러나 대학 진학 이후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그러던 중 2023년, 천안에서 화실을 운영하던 고순금 작가가 수강생이 보여준 어반스케쳐스 네이버 밴드에서 강자영 작가의 이름을 발견하며 다시 인연이 이어졌다. 고 작가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고, 그렇게 다시 셋이 모이게 됐다. 서혜선 작가와는 부모님의 집이 합덕에 있어 가끔 연락을 주고받던 중이기도 했다.
다시 만난 세 친구, “당진을 스케치하자”
30년 만에 다시 만난 세 작가는 “우리 같이 당진을 어반스케치해보자”는 말로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함께 다니다가 각자의 일정에 따라 혼자 그리기도 했고, 날씨와 여건에 따라 현장 스케치와 사진 기반 그림을 병행했다.
이들은 왜목마을, 삽교천, 신리성지처럼 당진을 대표하는 장소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당진의 지역을 찾아다녔고, 장미가 피는 시기에는 ‘장미 맛집’ 골목까지 발로 뛰며 그림을 남겼다. 때론 길을 잘못 들어가 우연히 발견한 골목이 그림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우연한 만남, 전시로 이어지다
전시의 계기도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면천읍성을 어반스케치하던 중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 김회영 관장을 만나면서 작품과 취지에 깊이 공감한 관장의 응원으로 전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약 1년간의 작업을 거쳐, 올해 드디어 첫 전시를 열게 됐다.

"시간의 기록"을 담은 작품
세 작가의 전공은 각각 서양화, 동양화, 산업디자인으로 모두 다르다. 때문에 같은 장소를 그려도 각자의 시선과 개성으로 완전히 다른 그림을 완성했다. 이들이 남긴 어반스케치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그때, 그곳의 순간’을 담아낸 기록이자 기억이다.
강자영 작가는 “셋이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당진을 함께 그리니 어린 시절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서혜선 작가는 “그림을 그리며 ‘그때 그 친구는 뭐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찾고 싶은 친구들이 생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시 보게 된 일상의 아름다움
어반스케치를 하며 세 작가는 당진의 소소한 풍경 속에서 잊고 지냈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강자영 작가는 “당진의 매력은 바다도 있고 시골도 있고, 개발되지 않은 읍내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점”이라며 “낡은 지붕이나 오래된 나무, 무너질 듯한 벽처럼 시간이 남긴 흔적들이 그림에선 오히려 흥미로운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반스케치를 하기 전엔 이런 풍경들이 그냥 스쳐 지나갔지만, 직접 돌아다니며 스케치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당진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며 “처음엔 ‘당진에 뭐 그릴 게 있어?’ 했지만 막상 그려보니 너무 많아 좋았고, SNS에 올리면 ‘당진에 이런 곳도 있었냐’는 반응도 많다”고 덧붙였다.
서혜선 작가는 “시장 간판들이 다 똑같아진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돌아본 바닷가에는 공장이 들어서 있고, 익숙했던 동네가 낯설게 느껴졌다”며 “그림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니 몰랐던 골목, 지나쳤던 풍경들이 새롭게 보였다”고 전했다.
고순금 작가 또한 “합덕은 논밖에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돌아다녀보니 너무 예쁘고 볼 게 많더라”며 “면천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사실에 놀랐고, 당진이 참 풍요로운 곳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추억을 꺼내고, 당진의 새로움 발견하는 전시 되길”
세 작가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추억을 떠올리는 계기이자 당진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관람객들이 그림을 보며 ‘여기 교복 입고 지나갔던 길이야’라며 추억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요.” (강자영 작가)
“어반스케치는 단순한 야외 스케치가 아니라, 현장에서 그 순간의 감정을 담는 작업이에요. 관람객들도 그림을 통해 작가가 마주한 계절과 감성을 함께 느끼고, 당진 출신이라면 추억을, 처음 방문한 이들이라면 당진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고순금 작가)
“이 전시를 계기로 당진에 사는 분들이 좋은 추억을 떠올리고, 또 다른 이들도 이처럼 직접 나와 그림을 그리고 지역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서혜선 작가)
한편 ‘삼색여정, 당진 스케치로 만나다’ 전시는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화요일은 휴관이다.

» 강자영 작가는
- 계성초, 호서중, 호서고 졸업
- 서양화 전공
- 울산미술협회, 어반스케처스천안 운영진 등

» 고순금 작가는
- 합도초, 합덕여중, 합덕여고 졸업
- 동양화 전공
- 블룸아뜰리에(천안시 서북구) 화실 운영

» 서혜선 작가는
- 흥덕초, 서야중, 서야고 졸업
- 산업디자인전공
- 아뜰리에 닉시(당진시 신평면) 원장






